[비즈니스포스트] 인터넷 서비스 제공사업자(ISP)와 콘텐츠 사업자(CP) 사이 '인터넷망 사용료(망 사용료)'를 둘러싼 갈등이 거세지고 있다.

넷플릭스, 유튜브 등 해외 콘텐츠 사업자(CP)들이 국회가 추진하고 있는 망 사용료 지급 의무화에 반대 목소리를 내는 가운데 결국 소비자의 비용 부담만 커질 것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해외OTT 업계와 통신사 '망 사용료' 갈등 재점화, 소비자만 볼모되나

▲ 망 사용료 갈등이 다시 불거지고 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는 ‘망 사용료’ 관련 질의를 위해 거텀 아난드 유튜브 아태지역 총괄 사장과 딘 가필드 넷플릭스 정책총괄 부사장의 국정감사 증인 채택을 논의 중이다. 국회 과방위 전체회의 모습. <연합뉴스>



30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는 ‘망 사용료’ 관련 질의를 위해 거텀 아난드 유튜브 아태지역 총괄 부사장, 딘 가필드 넷플릭스 정책총괄 부사장의 국정감사 증인 채택을 논의하고 있다.

과방위가 아직 증인 명단을 확정하지 않았지만 여야가 공통으로 두 사람을 증인 신청명단에 올린 만큼 증인 채택 가능성은 높아 보인다. 

일각에서는 구글과 넷플릭스가 망 사용료에 대한 국회의 입법 논의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어 국감장에 불러 따져묻기 위한 증인 신청이란 시각도 있다.

현재 국회에서는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 이른바 ‘망 무임승차 방지법’이 계류 중이다. 법안은 일정 규모 이상 사업자가 전기통신망 사용료 지급을 거부하는 것을 금지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법안이 통과된다면 구글과 넷플릭스에 적지 않은 부담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인터넷 트래픽 가운데 두 회사의 서비스에서 발생하는 트래픽이 34.3%를 차지하고 있다.

아난드 부사장은 21일 유튜브 공식 블로그에 글을 올려 “만약 해당 법안이 통과된다면 인터넷과 유튜브에 기반한 창작 커뮤니티는 몇 년 동안 구축해온 비즈니스가 망가지거나 피해를 볼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구글은 유튜브 공식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계정과 온라인 광고를 통해 망 사용료 지급 의무화를 담은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 반대 청원을 독려하고 있다. 이를 두고 소비자를 방패막이로 내세워 여론전을 펼치고 있다는 시선이 나오기도 했다.

가필드 부사장은 지난해 11월 한국을 방문해 기자회견을 열고 “넷플릭스는 전 세계 어떤 통신사에게도 망 사용료를 지불하고 있지 않다”며 법 개정에 반대한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망 사용료와 관련한 찬반 갈등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SK브로드밴드 등 통신사들은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사업자들이 무임승차해왔다고 주장한다. 고화질 영상을 전송하기 위해서는 추가 설비투자가 필요한 데 트래픽 발생량이 큰 온라인동영상서비스가 일부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는 것이다.

반대로 넷플릭스, 유튜브 등 해외 온라인동영상서비스는 망 중립성을 내세우고 있다. 특정 사용자가 많은 트래픽을 발생시킨다는 점을 들어 망 사용료와 같은 차등 요금을 부과할 수 없다는 것이다.

게다가 통신사업자가 인터넷 서비스 개인 가입자로부터 수취하는 서비스 요금을 통해 서비스 품질을 유지해야한다고 맞서고 있다.

현재 웨이브, 티빙, 왓챠를 비롯한 온라인동영상서비스와 네이버, 카카오 등의 인터넷서비스 사업자들은 통신사에게 망 사용료를 지급하고 있다.

반면 망 사용료 지급을 거부하는 넷플릭스와 이를 받아내려는 SK브로드밴드는 3년째 소송전을 벌이고 있다. 현재 항소심이 진행 중인데 1심에서는 SK브로드밴드가 승소했다.

망 사용료 지급 의무화 여부와 상관없이 소비자들이 피해를 볼 가능성은 점점 커지고 있다.

망 사용료 지급이 의무화되지 않더라도 통신사업자는 트래픽 상승으로 인한 비용 부담을 통신비 인상을 통해 소비자에게 전가할 가능성이 높다. 반대의 경우 온라인동영상서비스사업자는 멤버십 요금을 인상하거나 서비스 품질을 낮출 수도 있다.

실제로 온라인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 트위치TV를 운영하는 트위치코리아는 30일부터 한국지역에서 동영상 송출 시 최대화질을 720p로 제한하고 있다.

트위치TV는 전 세계 온라인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 가운데 시청시간 기준 1위 서비스로 국내에서는 아프리카TV와 실시간 스트리밍업계를 양분하고 있다.

720p 영상은 한 단계 높은 1080p 영상과 화질 차이가 꽤 큰 편으로 트위치TV 이용자들을 중심으로 불만이 커지고 있다. 망 사용료 문제 때문에 한국 소비자를 볼모로 잡았다는 말도 나온다.

트위치코리아는 홈페이지 공지를 통해 “모든 네트워크 요금과 기타 관련 비용을 성실하게 지불해왔다”며 “한국 내 서비스 운영비용이 계속 증가하는 상황에서 서비스 지속을 위해 새로운 해결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망 사용료 문제를 우회적으로 언급한 것이다. 신재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