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빠르게 판매가 증가하고 있는 전기차 라인업을 바탕으로 자동차 본고장 유럽에서 올해 르노그룹을 제치고 처음으로 '톱3'에 올라 정의선 회장이 현대차 그룹의 새 역사를 쓸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 현대차그룹이 2022년 유럽에서 전기차 등 친환경차 라인업을 통해 3위를 할 가능성이 나오고 있다. 사진은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21일 유럽자동차공업협회(ACEA)에 따르면 현대차와 기아는 올해 1월부터 8월까지 유럽(유럽연합+유럽자유무역연합+영국)에서 모두 72만914대의 승용차를 판매했다. 2021년 같은 기간보다 판매량이 8.8% 늘었다.
이 기간 유럽에서 판매량이 증가한 완성차업체는 현대차그룹과 일본 혼다뿐이다. 특히 판매량 기준으로 5위 안쪽의 업체만 따져보면 현대차그룹이 유일하다.
더구나 현대차에서 새 전기차 ‘아이오닉6’의 하반기 유럽 출시를 앞두고 있다는 점에서 판매량 상승세를 이어갈 가능성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아이오닉6이 공개된 올해 7월 유럽에 있는 주요 자동차전문 매체들은 아이오닉6와 관련해 극찬을 쏟아냈다. 그런 만큼 앞으로 현대차그룹 판매량에 보탬이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독일 자동차전문 매체 아우토모운트슈포트는 아이오닉6을 놓고 “일반적 전기차는 바닥에 위치한 배터리 때문에 차체를 낮게 만드는 것이 힘들지만 아이오닉6는 놀라운 기술로 이를 해냈다”며 “덕분에 전기차 가운데 최고 수준의 공기역학 성능을 갖출 수 있게 됐다”고 극찬했다.
아이오닉6는 현대차 모델 가운데 가장 낮은 공력계수 기록을 보유한 모델로 가격이 2억 원에 달하는 포르셰의 전기차 타이칸 터보를 앞선다.
아우토모운토슈포트는 독일에서 아우토빌트와 아우토자이퉁 등과 함께 신뢰성 높은 독일 3대 자동차 매체로 유럽 전역의 소비자들에게 큰 영향을 미친다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유럽에서 판매된 신차 가운데 전기차의 판매 비중이 가파른 증가세를 보이고 있는 점에서도 아이오닉6와 관련한 기대감은 클 수밖에 없다.
이미 현대차그룹은 현대차 코나EV와 기아 니로EV를 통해 유럽에서 친환경차 브랜드로 입지를 다지고 있는데 유럽에서 호평받고 있는 새 모델 아이오닉6까지 출시하면서 친환경차 브랜드 이미지를 더욱 단단히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그룹은 올해 상반기 기준으로 유럽에서 메르세데스-벤츠와 BMW 등 유럽에 뿌리를 둔 완성차업체들을 제치고 유럽 친환경차 시장에서 점유율 11.5%를 기록해 폴크스바겐과 스텔란티스에 이어 3위에 이름을 올렸다.
모델별로 니로EV는 올해 상반기 2만2698대가 팔려 6위, 코나EV는 2만506대가 팔려 10위에 이름을 올렸다.
유럽자동차공업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유럽(유럽연합+유럽자유무역연합+영국)에서 판매된 자동차 가운데 배터리형 전기차는 전체 판매량의 9.9%에 이른다. 지난해 같은 기간 배터리형 전기차의 신차 비중이 6.6%였던 것과 비교하면 3.3%나 확대됐다.
이뿐 아니라 현대차그룹이 유럽에서 이미 판매하고 있는 하이브리드카 등 친환경차들도 유럽 주요 국가의 베스트셀링 모델에 이름을 올리면서 존재감을 확보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영국에서 올해 1월부터 8월까지 가장 많이 팔린 모델 5위에 기아 스포티지, 6위에 현대차 투싼, 9위에 기아 니로 등이 이름을 올리고 있다.
지난해 연간 판매량 기준 현대차그룹에서 기아 스포티지만 베스트셀링 모델 10위 안에 들었지만 올해는 친환경차 모델이 포함된 3개 차종이 이름을 올리면서 브랜드 인지도를 넓히고 있다. 이에 현대차그룹이 상반기뿐 아니라 연간 기준 처음으로 유럽 '톱3'에 오를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는 시선이 많다.
이런 성과는 사실상 정 회장의 전기차 ‘퍼스트 무버’ 전략이 세계적으로 성과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정 회장은 “지금까지 내연기관차 시대에 우리가 ‘패스트팔로어(빠른 추격자)’ 였지만 전기차 시대에는 모든 업체들이 공평하게 똑같은 출발선에 서 있다”며 “경쟁업체를 뛰어넘는 압도적 성능과 가치로 전세계 전기차 시장을 선도하는 퍼스트 무버가 되어야한다”고 강조해왔다.
이런 퍼스트 무버 전략은 기존 내연기관차 판매에도 영향을 미쳤다. 현대차그룹은 올해 상반기 설립 뒤 처음으로 세계 자동차시장에서 판매량 3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물론 현대차그룹이 차량용 반도체 대란에서 다른 완성차그룹들보다 발빠르게 대처한 점도 주효했지만 친환경차 전환에 있어서 경쟁력을 확보한 것이 브랜드 가치를 높이며 판매량을 이끈 요인으로 분석된다.
현대차그룹의 올해 1~6월 글로벌 판매량에서도 329만9천 대로 일본 토요타그룹(518만8천 대)과 독일 폴크스바겐그룹(400만6천 대)에 이어 3위를 차지했다.
현대차그룹 뒤로는 프랑스 르노와 일본 닛산·미쓰비시가 결합한 르노-닛산-미쓰비시 얼라이언스(314만 대), 피아트크라이슬러와 푸조·시트로엥그룹이 합병한 스텔란티스그룹(301만9천 대), 미국 GM(284만9천 대) 순서로 집계됐다.
현대차그룹은 2010년 미국 포드를 제치고 처음으로 글로벌 5위를 차지한 뒤 12년 만에 처음으로 순위 상승을 이뤄 정 회장으로서는 현대차그룹의 새 역사를 써나가고 있는 셈이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아이오닉6는 현재 국내에서 고객에게 인도를 하고 있다"며 "유럽에는 올해 안에 출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장은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