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윤영준 현대건설 대표이사 사장과 오세철 삼성물산 건설부문 대표이사 사장의 한판 승부가 성사될 듯하다.

두 회사는 한 동안 정면 승부를 피해왔는데 울산 지역 1조 원 규모의 재개발사업을 두고 물러설 수 없는 한판 승부를 벌일 가능성이 높아졌다.  
 
현대건설 삼성물산 7년 만에 울산 재개발 대결, 윤영준 오세철 자존심 건다

▲ 현대건설과 삼성물산 걸설부문이 울산에서 1조 규모의 재개발사업을 놓고 한판 승부를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왼쪽부터) 윤영준 현대건설 대표이사 사장과 오세철 삼성물산 건설부문 대표이사 사장.


13일 도시정비업계 안팎의 말을 종합하면 현대건설과 삼성물산이 울산 B-04구역 재개발사업 2차 입찰에 참여할 것이 유력하다.

울산 B-04구역 재개발사업은 울산 중구 교동 일대 구도심을 개발해 4080세대를 짓는 대규모 프로젝트다. 예상 공사비도 1조 원 규모이다.  

이 사업은 조합원이 1035명으로 205세대의 임대주택을 제외하고도 2800세대 수준의 일반분양이 나와 사업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현장설명회에 참여했던 건설사들이 지난 8월31일 마감한 입찰에 참여하지 않으면서 유찰됐다. 하지만 다른 유찰 사업장과는 분위기가 사뭇 다른 것으로 드러났다. 

현대건설과 삼성물산 모두 사업을 준비할 수 있는 기간이 짧았던 점을 이유를 들며 우수한 제안서를 만들어 조합원들에게 최고의 사업조건을 제시하기 위함이라고 설명했기 때문이다. 

현대건설은 이미 울산에 최초로 디에이치를 적용하겠다고 조합에 입찰 의향서를 보냈고 삼성물산도 독보적 랜드마크를 준비하겠다는 현수막을 내걸었다. 

이번 사업을 두고 두 건설사 모두 최고의 사업조건을 준비하겠다고 한 만큼 치열한 경쟁이 펼쳐질 것으로 예상된다. 

도시정비업계는 시공능력평가 1위와 2위를 다투고 있는 삼성물산과 현대건설 맞대결에 관심을 집중하고 있다. 도시정비 수주를 두고 삼성물산과 현대건설의 맞대결을 벌인 적이 2015년 이후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삼성물산이 2015년 서울 서초 무지개아파트 재건축 수주전을 마지막으로 도시정비사업장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가 2020년부터 다시 수주에 나서고 있다. 

그동안 여러 차례 현대건설과 삼성물산의 맞대결이 펼쳐질 뻔 했지만 실제 성사되지는 않았다.

GS건설이 올해 1월 수주한 서울 이촌동 한강맨션 재건축사업(공사비 6224억 원)에 두 건설사가 참여할 가능성이 점쳐졌지만 모두 빠졌다. 또한 현대건설이 지난 2월 수주한 장대B구역 재개발사업(공사비 8800억 원)도 삼성물산이 막판에 입찰을 포기했다.

현대건설과 삼성물산이 이번에 울산에서 제대로 승부를 겨누게 되는 셈이다. 

윤영준 사장은 이번 울산 B-04재개발사업 수주를 통해 국내 도시정비 신규수주 최고기록을 압도적으로 경신하려 한다.

더욱이 삼성물산의 래미안을 누른다면 디에이치의 희소성이 떨어지고 있다는 일각의 지적도 불식시킬 수 있는 기회이다. 

현대건설은 이날까지 도시정비 신규수주 7조755억 원을 거뒀다. 수주 확률이 높은 사업장에 더해 울산 B-04 재개발사업을 따낸다면 2015년 GS건설에서 세웠던 8조100억 원을 뛰어 넘는 대기록을 세울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건설은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사업만 따져도 앞으로 1조5천억 원 이상의 수주를 추가로 올릴 것으로 보인다. 이 사업들만 수주로 이어져도 국내 도시정비 신규수주 기록을 가뿐히 넘게 된다.  

현대건설은 경기 강선마을14단지 리모델링사업(792세대), 부산 우동3구역 재개발사업(2918세대, 예상 공사비 9200억 원), 경남 창원 성원토월그랜드타운 리모델링사업(7189세대, 예상 공사비 1조 원) 등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돼 있다.

성원토월그랜트타운 리모델링사업에서 4천억 원가량의 수주를 추가할 것으로 기대된다. 

윤 사장은 과감한 컨소시엄 전략을 다시 한번 실행시켜 수진1구역 공공재개발사업도 품에 안을 것으로 보인다. 

대우건설이 주간사로 나서 현대건설 및 DL이앤씨과 함께하는 컨소시엄은 예상 공사비 1조 원에 이르는 경기 수진1구역 공공재개발(5571세대)사업에 단독으로 입찰해 수주가능성을 높였다. 

반면 삼성물산은 올해 도시정비 신규수주 8172억 원에 불과해 래미안 주택 브랜드 명성과 시공능력평가 1위라는 지위에 걸맞지 않는 성적표를 거두고 있다. 도시정비 수주에서 배가 많이 고픈 상황이다.

오세철 삼성물산 건설부문 대표이사 사장이 도시정비시장에서 과열경쟁에 동참하지 않겠다는 ‘클린수주’ 방침을 고려하더라도 아쉬운 수치이다. 

삼성물산은 서울 동작구 흑석2구역 재개발(예상 공사비 5700억 원)사업 단독 입찰로 시공권 확보를 눈앞에 뒀고 용산구 한남2구역 재개발사업(예상 공사비 7900억 원)도 입찰을 저울질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건설과 삼성물산이 건설업계 1, 2위를 다투면서도 국·내외를 가리지 않고 꾸준히 협력해 왔다는 점에서 이번 승부가 더욱 흥미를 끈다.

현대건설과 삼성물산은 압도적 시공능력과 브랜드파워를 통해 지난해 8월 7090억 원 규모의 서울 성동구 금호벽산 리모델링사업을 따냈고 지난 6월 사우디아라비아 네옴시티 ‘더라인’ 터널 공사 사업을 수주하기도 했다. 

국토부와 건설업계에 따르면 현대건설·삼성물산 컨소시엄에 SM엔터테인먼트가 가세한 ‘팀코리아’가 2023년 1월 사우디아라비아에 방문해 수주활동을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울산 B-04재개발사업에 우수한 제안서를 제대로 준비해서 입찰에 나서겠다”며 “올해 국내 도시정비 신규수주 기록을 넘고 조합에게 협력사로서 선택에 대한 보답을 할 수 있도록 힘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삼성물산 건설부문 관계자도 "이번 재개발사업에 철저한 준비를 하고 있다"며 "도시정비시장에서 선별 수주에 나서고 있는 만큼 개별사업장에 철저히 집중해 조합이 성공적으로 사업을 완수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류수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