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8월31일 정부과천청사 법무부에서 론스타 국제투자분쟁(ISDS) 사건 판정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
[비즈니스포스트] 외환은행 매각을 둘러싼 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와 대한민국 정부 사이 국제투자분쟁이 10년 만에 일단락됐다.
배상 규모는 2900억 원으로 론스타 청구액에 크게 미치지 못하지만 정부는 중재기구 판단에 불복해 이의제기를 검토하기로 했다.
법무부는 31일 "론스타가 제기한 국제투자분쟁(ISDS) 사건과 관련해 오전 9시 세계은행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ICSID) 중재판정부로부터 판정문을 수령했다"며 "중재판정부는 론스타의 주장 일부를 인용해 우리 정부가 2억1650만달러(환율 1350원 기준 2925억 원) 및 2011년 12월3일부터 완제일까지 한 달 만기 미국 국채 수익률에 따른 이자를 배상할 것을 명했다"고 밝혔다.
이날 인용된 금액은 론스타측이 청구한 금액의 4.6% 수준이며 정부가 부담해야 할 이자액은 약 185억 원이다.
국제투자분쟁은 해외 투자자가 투자국의 법령이나 정책 등으로 피해를 봤을 때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의 중재를 통해 손해배상을 받을 수 있는 제도다.
앞서 론스타는 외환은행을 매각하는 과정에서 한국 정부의 매각 승인 지연과 부당한 과세로 46억7950만 달러(6조1천억 원) 규모의 피해를 봤다며 2012년 11월 한국 정부를 상대로 국제투자분쟁을 통해 중재를 제기했다.
론스타는 2003년 외환은행 지분 51%를 1조3834억 원에 인수한 뒤 2007년 홍콩상하이은행(HSBC)과 5조9천억 원대에 매각 계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이 계약은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등의 이유로 무산됐다.
이후 론스타는 2010년 11월 외환은행 지분을 하나금융지주에 4조6888억 원에 넘기기로 계약을 체결했고 2012년 최종 매각가는 7732억원이 줄어든 3조9156억 원에 거래됐다.
론스타는 두 차례 외환은행 매각 추진 과정에서 한국 금융당국이 부당하게 매각 승인을 미루고 하나금융지주에게 매각 대금 가격 인하를 압박했다고 주장했다.
한국 정부는 론스타의 대주주 적격성과 관련한 감사 및 수사·재판 등이 진행돼 매각 승인이 늦어졌고 가격 인하를 종용한 사실이 없다고 맞섰다.
이 과정에서 2020년 11월 론스타는 정부에 협상액 8억7천만 달러(당시 한화 1조1688억 원)를 제시하고 협상안을 수용하면 국제투자분쟁을 철회하겠다는 제안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정부는 이를 거절했다.
정부는 국제중재기구의 판단에 불복해 이의 제기를 검토하기로 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정부는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매각할 당시 승인·심사 과정에서 국제 법규와 조약에 따라 차별없이 공정·공평하게 대우했다는 일관된 입장"이라며 "비록 론스타 청구액보다 많이 감액됐지만 이번 중재판정부 판정을 수용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중재판정부 소수의견이 우리 정부 의견을 그대로 받아들이면서 (론스타 청구를) 전혀 인정하지 않는 것만 봐도 절차 안에서 끝까지 다퉈볼 만하다고 생각한다"며 "정부는 취소 신청 등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피 같은 대한민국 국민 세금이 한 푼도 유출되지 말아야 한다는 각오로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중재판정부 다수의견은 론스타와 하나은행 사이 외환은행 매각 가격이 인하될 때까지 금융 당국이 승인을 지연한 행위는 '한국-벨기에·룩셈부르크 투자보장협정'상 공정·공평 대우 의무를 위반한 것이라고 보고 우리 정부에 배상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다.
다만 소수의견으로 금융 당국의 승인 심사가 지연된 것은 론스타의 외환카드 주가조작 때문인 만큼 그 책임을 한국 정부에 물을 수 없다는 판단도 있었다. 이 소수 의견은 400쪽가량의 판정문 가운데 40쪽에 걸쳐 나왔다. 김남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