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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칼끝에 선 신동빈, 롯데그룹 경영권 다시 안갯속

김수정 기자 hallow21@businesspost.co.kr 2016-06-10 15:1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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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검찰 칼끝에 선 신동빈, 롯데그룹 경영권 다시 안갯속  
▲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검찰수사의 칼끝에 섰다.

신동빈 회장은 천신만고 끝에 쌓아올린 ‘원 리더’의 공든탑이 한순간에 무너질 위기에 놓였다.

롯데그룹은 지난해부터 오너 일가의 경영권 분쟁으로 한바탕 홍역을 치른 뒤 올해 들어 신동빈 회장이 승기를 굳히며 원톱 체제를 구축한 듯 했으나 다시 경영권의 향방은 혼미의 상황에 빠져들게 됐다.

10일 재계에 따르면 신동빈 회장은 현재 해외에 출장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날 오전 200여 명의 수사관을 동원해 서울 을지로 호텔롯데는 물론이고 롯데백화점 26층 신동빈 회장의 집무실, 평창동 자택 등에 대해 압수수색을 전격적으로 벌였다.

신 회장이 해외에 체류 중인 상황에서 대규모로 전방위 압수수색을 벌인 것은 롯데그룹이 재계 서열 5위 기업인 점을 감안하면 지극히 이례적인 일로 받아들여진다.

검찰의 전방위 압수수색은 롯데그룹 사업 등과 관련한 회사 차원의 범죄혐의뿐 아니라 신동빈 회장 개인비리 혐의를 포착했고 이를 뒷받침할만한 충분한 증거도 확보했다는 뜻으로 읽힌다.

검찰 관계자는 이날 압수수색과 관련 “(오너 일가의)횡령과 배임 사건이라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검찰이 신동빈 회장을 직접적으로 거명하진 않았으나 신동빈 회장 집무실과 자택, 이인원 부회장 등 최측근 주요 임원 10여 명의 자택까지 샅샅이 뒤진 것으로 볼 때 수사의 초점이 신동빈 회장의 비자금 조성을 포함한 횡령 및 배임혐의에 맞춰진 것으로 보인다.

롯데그룹은 제2롯데월드 사업 인허가를 따내는 과정에서 이명박 정부에서 특혜를 받았다는 시비가 끊이지 않았다.

검찰수사의 범위가 정관계로 확대될 경우 그동안 한국 롯데그룹의 경영을 실질적으로 총괄해왔던 신동빈 회장은 치명타를 피하기 어렵게 된다. 수사 결과에 따라 최악의 경우 신동빈 회장이 형사 재판정에 설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롯데그룹 경영권 분쟁은 최근 들어 소강국면에 접어들었으나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롯데그룹 경영권 분쟁의 분수령이 될 신격호 총괄회장의 성년후견인 지정과 관련한 법원의 판단이 아직 나오지 않았고 롯데그룹의 경영권을 쥐고 있는 일본 롯데홀딩스가 6월에 임시주주총회도 연다는 일정을 잡아놓고 있다.

신동주 전 일본롯데홀딩스 부회장은 5월에도 동영상광고를 수차례 내보내며 '반 신동빈' 여론몰이를 그치지 않고 있다. ‘신동빈 원톱’ 흔들기를 통해 롯데 홀딩스 주총에서 캐스팅보트를 쥐고 있는 종업원지주회의 '신동빈 지지'를 흔들려고 하는 것이다.

이번 검찰수사에서 신동빈 회장의 개인비리가 확인될 경우 롯데그룹의 경영권 분쟁의 양상은 한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상황으로 전개되면서 다시 한번 요동칠 수 있다.

신동빈 회장은 신동주 전 부회장과 경영권 다툼을 벌이면서 경영능력과 자질에서 우위에 있다는 점을 거듭 강조하며 롯데홀딩스 주주들의 마음을 잡았다.

반면 신동주 전 부회장은 창업자인 신격호 총괄회장의 경영권 승계 의중이 장남에게 있다는 명분을 앞세워왔다.

롯데홀딩스 종업원지주회가 앞서 진행됐던 주주총회에서 신동빈 회장에 지지를 보냈던 것은 명분보다 실리에 무게를 실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신동빈 회장이 보인 그동안의 경영능력과 자질을 더 높이 샀다는 뜻이다.

  검찰 칼끝에 선 신동빈, 롯데그룹 경영권 다시 안갯속  
▲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
하지만 검찰수사에서 신동빈 회장의 불법적인 행위가 드러나고 그에 따른 처벌까지 이뤄질 경우 이는 도덕성이나 이미지에 흠집이 생기는 정도의 차원을 넘어서게 된다.

이렇게 되면 일본 롯데홀딩스 종업원지주회가 신동빈 회장에 대한 지지를 철회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일본 롯데그룹이 한국 롯데그룹의 경영권을 장악하고 있는 상황에서 신동빈 회장이 일본 롯데홀딩스의 지지를 잃게 되면 롯데그룹의 경영권에서도 밀려날 수 있게 된다.

검찰과 재계 등에 따르면 이번 수사는 서울중앙지검 3차장 산하 특수4부(부장검사 조재빈)와 첨단범죄수사1부(부장검사 손영배)가 맡고 있다.  

최근 네이처리퍼블릭 정운호 사장의 로비와 관련해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이 뇌물을 받은 혐의에 대해 진행되는 검찰수사와 별개로 검찰이 롯데그룹의 지배구조를 손보기 위해 지난해부터 이번 수사를 준비해 왔다는 말도 나돈다. 롯데그룹의 경영권 분쟁이 이번 수사의 씨를 뿌렸다는 것이다.

검찰수사가 신동빈 회장을 전격적으로 겨냥하고 이례적으로 신속하게 이뤄지고 있는 점을 주목하는 시선도 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신동빈 회장은 국가경제에 영향력이 큰 재계 5위 그룹의 총수인 동시에 일본 재계도 주목하는 경영자”라며 “과거 검찰의 기업인 비리수사 진행상황에 비춰보면 정운호->신영자->신동빈으로 수사가 확대되는 과정이 이토록 신속하고 전격적인 점은 매우 이례적”이라고 말했다.

이번 검찰수사가 신동빈 회장을 겨냥하고 있다는 점에서 경영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신동주 전 부회장 측에서 그 단초를 제공한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신동주 전 부회장은 호텔롯데와 롯데쇼핑 등 롯데그룹 주요 계열사를 대상으로 회계장부 열람소송 등을 진행한 적이 있다.

이번 수사가 신동빈 회장의 비자금 사건으로 확대되면 롯데그룹의 주요 오너들은 모두 치명적인 상처를 입게 될 공산이 크다. 신격호 총괄회장도 그 책임에서 벗어나기 힘들어 보인다. 신영자 이사장은 이미 정운호 게이트와 관련해 수사선상에 올라있다.

신동주 전 부회장만 그동안 한국 롯데그룹에 관여하지 않아 가장 상처를 덜 받을 수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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