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만 내부에서 미국 반도체 지원법을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시선이 나오고 있다. 사진은 세계 최대 파운드리 업체 대만 TSMC 공장. |
[비즈니스포스트] 미국에서 시행을 앞둔 반도체 지원법이 대만 TSMC에 미치는 영향은 긍정적 요소보다 부정적 측면이 크다는 대만언론의 비판이 나오고 있다.
18일 대만 디지타임즈에 따르면 미국 반도체 벤처기업 난테로의 리차드 서스턴 사외이사는 인터뷰에서 “TSMC는 미국을 선택할 필요가 없다고 본다”며 “미국은 중국을 견제하겠다는 의도 하나로 대만 업체를 난감한 입장에 놓이게 했다”고 말했다.
미국 정부가 반도체 지원법을 시행하며 중국을 견제하겠다는 목적을 두고 있는 만큼 TSMC가 미국의 뜻을 반드시 따라야 하는 것은 아니라는 의미로 해석된다.
리차드 서스턴은 TSMC에서 15년 동안 최고법률책임자(CLO)로 일했다.
그는 TSMC가 미국 정부의 보조금을 받을 필요가 없다는 뜻으로 이해해도 되냐는 디지타임스 측의 질문에 “신중하게 의견을 내자면 보조금을 받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서스턴은 “미국에 공장을 설립하고 가동하는 모든 과정에서 큰 비용이 들기 때문에 미국 정부가 보조금을 꺼내든 것"이라며 “하지만 TSMC는 채권 발행 등 방식을 통해 자본시장에서 충분히 필요한 자금을 조달할 능력이 된다”고 설명했다.
미국 정부가 보조금 제공을 빌미로 기업의 사업 활동을 엄격하게 규제한다면 TSMC 뿐 아니라 삼성전자 등 한국 기업에도 이런 방식이 통하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도 나왔다.
서스턴은 TSMC와 삼성전자가 미국에 공장을 세우게 된다면 미국 정부의 보조금을 받기 위해서가 아닌 지정학적 리스크 분산 때문일 가능성이 있다는 쑨유원 전 TSMC 대변인의 의견에 동의한다는 입장도 덧붙였다.
디지타임즈는 최근 미국 반도체 지원법이 ‘사탕을 가장한 독약’이라고 강조하며 이는 TSMC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보도했다.
미국 정부에서 보조금을 받은 기업들은 10년 동안 중국에 투자를 하기 어렵다는 점이 이유로 제시됐다.
첨단 기술기업 사이 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 TSMC가 중국 진출을 확대하지 못하고 제자리걸음을 하게 된다면 도태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대만 매체 연합보는 “미국이 보조금을 장기적으로 지원하지 않는 이상 인건비나 공장 유지비 등 원가 부분에서 보면 보조금 효과는 한계가 있다”고 보도했다.
연합보는 “TSMC는 미국 정부가 보조금을 지원한다는 것에 관해 낙관적 분위기를 보이지 않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TSMC가 미국과 중국 가운데 하나를 선택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TSMC가 중국과 관계를 포기하고 미국의 반도체 지원법 대상에 포함돼도 큰 이익을 보지 못 할 것이라는 분석도 이어졌다. 노이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