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이 해외 국가와 반도체 기술 협력을 강화하려 하는 과정에서 한국에 압박을 키울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중국 메모리반도체 생산공장. |
[비즈니스포스트] 중국 정부가 미국의 반도체 지원법 시행과 반도체 동맹국 연합 ‘칩4’ 구축 시도에 대응해 비슷한 전략을 앞세워 정면으로 맞서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반도체와 배터리 등 핵심 산업에서 중국이 해외 국가와 협력 확대를 추진하는 만큼 한국을 적극적으로 끌어들이려 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중국 관영매체 글로벌타임스는 11일 논평을 내고 “중국은 우수한 기술력과 인력 등 장점을 살려 미국 정부의 반도체 공급망 독점 시도에 대응해야 한다”고 보도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반도체 지원법에 서명하며 미국 내 반도체 자급체제 구축을 추진하는 것과 대만, 일본, 한국을 포함하는 칩4 동맹 연합체 구축을 시도하는 점을 언급한 것이다.
글로벌타임스는 미국의 다양한 노력이 결국 중국을 적대시하겠다는 큰 흐름 아래서 이뤄지고 있다며 반도체기업들의 중국 투자를 제약하고 있다는 데 비판적 태도를 보였다.
미국뿐 아니라 여러 동맹국에서도 중국을 적대적 국가로 인식하도록 유도하는 전략을 통해 미국이 안고 있는 여러 약점을 보완하려 하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이 반도체 지원법 통과를 계기로 중국의 첨단 산업 발전을 방해하는 데 더욱 힘을 실을 수 있다는 전망도 이어졌다.
글로벌타임스는 중국이 미국의 압박에 대응해 인공지능과 5G통신 기술력, 글로벌 시장에서 영향력 등 장점을 적극적으로 앞세워야 할 것이라고 바라봤다.
하지만 글로벌타임스는 이런 과정에서 중국이 내부 역량뿐 아니라 외부 역량도 적극적으로 활용해 기술 연구개발 혁신을 강화해야 한다고 보도했다.
여러 해외 국가와 핵심 산업에서 기술 협력을 확대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해 전 세계 공급망에서 중국을 고립시키려는 미국의 시도를 무력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글로벌타임스에서 언급한 해외 국가와 협력체계 구축은 미국이 시도하는 칩4 동맹과 비슷한 형태의 연합체를 의미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미국이 한국 등 중국과 지리적으로 가까운 아시아 국가들을 칩4로 끌어들여 기술 협력을 추진하며 중국을 견제하려는 것처럼 중국도 자체 연합체를 구성하겠다는 의도를 두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이 이런 방식으로 미국에서 주도하는 칩4 동맹에 정면 대응을 추진한다면 한국이 해당 연합체에 참여해야 한다는 압박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한국이 중국을 최대 반도체 수출국으로 두고 있는 데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한국 반도체기업이 중국에 생산공장을 운영하고 있어 매우 중요한 파트너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중국이 한국에 반도체 기술 협력을 압박한다면 이는 한국의 칩4 동맹 가입을 강력하게 견제하는 수단이 될 수도 있다.
결국 한국이 미국 또는 중국이 주도하는 연합체 가운데 한 곳에 참여해 편을 들어야만 하고 이를 거부한다면 양쪽에서 모두 거센 압박을 받는 처지에 놓일 수도 있다.
반도체뿐 아니라 배터리와 인공지능, 통신기술 등 분야에서도 중국이 적극적으로 한국에 기술 협력을 제안하며 미국과 한국의 외교 관계가 강화되는 일을 막으려 할 공산이 크다.
글로벌타임스는 “미국이 첨단 반도체장비와 연구개발 능력을 갖춘 반면 중국은 대규모 제조 시스템과 폭넓은 협력 기반을 확보하고 있다”며 “미국이 중국을 압박할수록 중국은 글로벌 공급망과 관계를 더욱 끈끈히 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외교부에 따르면 최근 중국을 방문한
박진 장관은 한국이 중국과 소통 및 협력을 강화하기 원한다는 입장을 중국 정부에 전달했다. 중국은 한국이 칩4 동맹 가입에 관련해 신중하게 판단하기 바란다고 화답했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