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프트뱅크가 쿠팡 지분을 매각 대상 후보로 고려할 수 있다는 조사기관의 분석이 나왔다. 마사요시 손(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 |
[비즈니스포스트] 일본 소프트뱅크가 플랫폼 및 IT기업에 주로 투자하는 ‘비전펀드’ 손실 확대로 자금난을 겪으면서 투자 대상 기업의 지분을 매각하는 데 속도를 내고 있다.
마사요시 손(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이 투자 손실을 감수하고 자금 확보를 우선순위로 두는 과정에서 쿠팡 지분도 매각 대상에 포함될 수 있는 후보로 거론된다.
니케이아시아는 10일 “소프트뱅크가 2분기에 자산 매각을 서두른 것으로 나타났다”며 “장기간 이어지는 ‘기술주 겨울’을 이겨내기 위해 대비하고 있는 것”이라고 보도했다.
소프트뱅크는 2분기 실적발표를 통해 비전펀드에서 투자했던 차량공유업체 우버 지분 77억 달러(약 10조 원) 규모를 매각했다고 밝혔다. 중국 부동산 플랫폼업체 KE홀딩스 지분 13억5천 달러도 처분했다.
비전펀드에서 투자한 대부분의 기업 주가가 연초부터 계속된 하락세를 보이며 비전펀드 손실 규모가 커져 소프트뱅크의 실적 부진을 이끌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소프트뱅크는 2분기에 순손실 3조1600억 엔(약 30조7천억 원)을 내며 2개 분기 연속으로 적자를 기록했다. 손실 확대에 따라 자연히 재무구조도 크게 악화하고 있다.
손 회장은 실적 발표 뒤 비전펀드의 비용 절감을 위해 상당한 수준의 개선 작업을 진행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으며 앞으로 새 투자 대상을 선정할 때도 특히 주의를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증권사 제프리스는 보고서를 내고 “소프트뱅크는 주주 권익을 보호하기 위해 무엇이든 팔아치우겠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며 “어떤 자산이든 적당한 가격이라면 매각할 수 있다”고 바라봤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소프트뱅크는 220억 달러(약 28조8천억 원) 규모의 중국 전자상거래업체 알리바바 지분을 매각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당장 막대한 손실을 만회할 수 있는 재무구조 개선이 시급한 만큼 비전펀드 투자 포트폴리오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알리바바 지분마저 넘기고 있는 상황으로 분석된다.
니케이아시아에 따르면 소프트뱅크는 올해만 1조5천억 엔(약 14조5천억 원)의 부채를 상환해야 하고 최대 3천억 엔(약 2조9천억 원)에 이르는 대출이자도 갚아야 한다.
주주들에게 약속한 현금배당과 이미 투자 계약을 맺은 투자금 규모도 수조 원에 이른다.
소프트뱅크가 추가로 매각할 수 있는 자산 가운데 비전펀드에서 투자한 한국의 쿠팡 지분도 가능성 높은 후보로 꼽히고 있다.
로이터에 따르면 시장 조사기관 레덱스리서치는 보고서를 내고 쿠팡과 배달플랫폼업체 도어대시 지분이 잠재적 후보에 해당한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뉴욕증시에 상장된 쿠팡 주가는 미국 증시 기술주의 전반적 하락에 맞춰 약세를 보이고 있지만 소프트뱅크가 처음 투자했을 때와 비교하면 프리미엄이 붙은 상태에 거래되고 있다.
쿠팡 지분은 결국 소프트뱅크가 비전펀드의 투자 손실을 감수하지 않고 매각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자산 가운데 하나인 셈이다.
소프트뱅크는 지난해와 올해 초에도 잇따라 쿠팡 지분을 매각해 3조6천억 원가량의 현금을 확보했다. 지분율은 정확하게 공개되지 않지만 아직 충분한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로이터는 소프트뱅크 비전펀드 투자 자산 가치가 앞으로 더 하락할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전문가들의 전망도 이어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증권사 제프리스는 “비전펀드 투자 대상 기업들의 주가는 여전히 고평가된 상태로 볼 수 있다”며 “자산 매각은 소프트뱅크 주주들에게 긍정적 소식이지만 투자 대상 기업들에겐 악재가 될 수 있다”고 바라봤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