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공순 Global Watch] 미국이 만든 대만 위기, 전쟁과 인플레이션

▲ 7월 미국의 비농업부문 고용지표는 시장 예상을 뛰어넘는 50만 명 이상의 신규 일자리 창출을 보여줬다. 기업들은 노동력이 부족하다고 본다. 미국의 한 식당에서 직원을 찾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지난 5일 발표된 7월 미국의 비농업부문 고용지표(non-farm payroll)는 시장 예상치를 훌쩍 뛰어넘는 50만명 이상의 신규 일자리 창출을 보여주었다. 게다가 시간당 임금 상승률도 전년 동기 대비 5%를 넘겼다. 

이 지표로만 본다면, 미국의 경제는 아직도 활황 상태이며 인플레이션 압력도 지속되고 있고 따라서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의 대폭적인 추가 금리 인상(75bps, 1%=100bps)도 예상된다. 

이는 매우 신기한 현상이다. 지난 1, 2 분기 연속으로 마이너스 성장률을 기록했는데 어떻게 노동시장이 이렇게 뜨거울 수 있을까? 

미국 내에서 논란이 있기는 했지만, 먼저 GDP 마이너스 성장률이 곧장 경기 침체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미국의 경기 판정기관(NBER)도 연속적인 2개 분기 마이너스 성장이 침체를 판정하는 기준은 아니라고 밝히고 있다. 

특히 GDP 지표 중에서도 국내 최종 소비(final demand)는 여전히 약 1%대의 증가율을 보이고 있기 때문에 미국이 침체 상태에 이미 빠졌다거나 혹은 진입할 것이라고 당장 예측할 수도 없다. 

또한 지난주 발표된 미국의 공장 주문(factory order) 지표도 연간 2%대의 증가율을 기록했고, 서비스 지표들도 여전히 경기 확장 추세를 보이고 있다(비록 증가세가 둔화되고 있기는 하지만). 그렇다면 미국의 경제 시스템은 현재의 금리 수준에서도, 그리고 현재의 물가 수준에서도 성장세를 지속할 수 있는 것일까?

미국 고용지표에는 특이한 점이 몇가지 있다. 

첫째는 일자리 개수는 여전히 증가 중이지만, 실측 피고용자 수는 지난 3월 이래 거의 변동이 없다는 점이다. 흔히 미국 고용 지표에서 언론에 보도되는 것은 일자리 창출 개수(establishment survey)인데 이와는 별도로 약 5만 가구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하여 노동시장을 추정하는 household survey라는 것도 함께 발표된다. 

그런데 지난 3월 이래 일자리 창출 개수는 약 120만 개 이상 증가했지만, household survey상의 실피고용 인원수는 거의 변동이 없다(그나마 지난 6월까지는 약간 감소했다가 7월에 회복했다). 

household survey는 변동성이 크고 추후 수정폭이 커서 이코노미스트들은 추세 파악 용도 이외에는 그다지 거론하지 않는다. 그러나 3개월 이동 평균 관점에서는 꽤 신뢰할 만한데, 이로 미루어 보면 과연 미국 노동시장이 개선되고 있는가 하는 의문이 생기지 않을 수 없다.
 
그 다음 문제는, 많은 이코노미스트들이 여전히 해답을 찾고 있는 질문, 왜 노동시장 참여율(노동가능 인구 가운데 실제 노동시장에 참여하고 있는 비율)이 낮은가 하는 점이다. 미국의 실업율은 지난 7월 3.5%로 다시 낮아졌는데, 이는 분모(노동시장 참여율)이 낮은 탓에 기인한다. 

가장 일반적인 대답이 코로나19에 따른 휴유증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2021년 3분기 이후의 고용 지표를 보면, 코로나19로 인한 건강상의 피해가 가장 적은 18~35세 사이의 인구 집단의 노동시장 참여율이 낮은 것이 노동시장 참여율을 떨어뜨린 가장 큰 요인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오히려 55세 이상의 고령층의 노동시장 진입율은 증가하고 있다. 다른 말로 해서, 젊은층이 일자리를 찾아 나서지 않는다. 여기서 다시 의문이 제기된다; 그렇다면 이들은 무엇으로 먹고 살고 있다는 말인가? 

올 초까지는 이른바 '돈 찍어내는 상품'(크립토 코인)에 투자하여 그 수익으로 생계 유지가 가능하다는 추측들이 있었는데(즉, 역설적으로 젊은 세대들의 불로소득 계층화), 설사 그렇다 하더라도 이들이 투기로 인해 벌어들인 '잉여'가 얼마나 지속될지는 데이터를 통해 추정하기 불가능하고, 또한 실제로 그런지조차도 불확실하다. 

젊은 세대들의 노동시장 진입률이 낮은 것에 대한 충분한 설명은 아직 없다. 

기업가들의 주장에 따르면, 노동시장 내에서 노동력의 부족 상태는 분명하다. 그리고 동시에 그것이 공급 교란을 유발하고 따라서 물가 상승을 부추기는 악순환이 존재하는 것도 업종에 따라서는 매우 분명한 것으로 보인다. 

항공업의 예를 들자면, 지난 6월부터 코로나19 이후 폭발적 증가 추세에 있는 해외 여행 수요에 반해, 항공사들은 비용 증가를 이유로 코로나19 시기 해고했던 노동력을 다시 충원하지 않고 있으며 이에 따라 항공편 결항이 속출하고 이는 다시 항공요금 폭등으로 이어지고 있다. 

그렇다면 노동력 부족에 따른 임금 상승이 인플레이션에 미치는 영향은 얼마나 될까? 

이에 대해서는 매우 흥미로운 여러가지 논쟁들이 존재한다. 순수하게 가격 이론으로만 설명하는 프레임이 있으며(얼마전 한국은행 금융정책국장이 금리 인상을 옹호하며 발표한 리포트도 여기에 속한다), 데이터를 분석한 경험적 주장들도 있다. 

Delft 대학의 Servass Storm 교수는 지난 5월까지 미국의 인플레이션 상승 요인 가운데 임금 상승이 차지하는 비중은 10%에 불과하다고 계산한다. 

이에 반해 기업들의 이윤 동기(seller's market이 됨에 따라 기업들이 기회주의적으로 상품 가격을 올린 것)가 물가 상승분의 30%를 차지한다. 나머지 60%는 공급 교란(코로나와 글로벌 물류난에 따른 것) 요인에 의한 것으로 계산하고 있다. 

1970년대의 인플레이션 경험을 분석해 보면, 임금 상승은 결코 인플레이션의 주된 요인은 아니었다. 왜냐하면, 베이비붐 세대의 노동시장 진입에 따른 노동력 인구 증가에도 불구하고 노동소득률(labor's share, 전체 소득 가운데 임금소득이 차지하는 비중)은 1970년대 내내 하락했었기 때문이다. 

즉 1970년대는 단지 실질 임금 상승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했을 뿐 아니라, 아예 노동 총소득의 비중이 점점 하락하는 추세를 보였다. 이는 미국 경제에서 '임금'이 전체 시스템에서 차지하는 역할이 감소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데 개인소비지출(PCE)의 관점에서 보면, 이와 같은 임금소득의 비중 감소에도 불구하고 PCE가 70년대 인플레이션 시기 내내 그 이전(50-60년대)의 추세에서 거의 벗어나지 않는다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즉, 임금소득 비중은 감소했지만 미국인들은 다른 부문의 수입을 통해 부족한 소득을 메워나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어디에서 이 여분의 소득이 발생했을까? 두 가지 출처가 있었다.

하나는 정부 이전소득, 다른 하나는 세계 각지에서 벌어들인 초과 이윤. 동시에 1970년대 내내(그리고 그 이후로도) 미국의 소비재 생산 증가율은 PCE 증가율을 하회했다. 

즉, 미국의 소비는 소비재 생산분을 1970년대 내내 넘어서고 있었다. 이는 미국 내에서 상품 부족 현상이 있었다는 것을 의미하며, 따라서 당연히 상품 가격은 상승할 수밖에 없었다(이것이 1970년대 미국 인플레이션의 핵심 원인이다). 
 
[이공순 Global Watch] 미국이 만든 대만 위기, 전쟁과 인플레이션

▲ 1970년대 오일 쇼크는 달러화의 가치를 유지하도록 만드는 결정적인 사건이기도 했다. 오일 쇼크 당시 휘발유를 넣기 위해 자동차들이 긴 줄을 서고 있다.  

경제학 원론으로 말한다면, 이 같은 상품 부족 현상은 당연히 국내 투자 증가를 불러왔어야 한다. 그러나 미국은 상품 부족을 '수입'으로 메워왔다. 따라서 70년대부터 이른바 쌍둥이 적자(재정 적자와 무역 적자) 현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그러나 고전적인 경제이론 하에서는 이같은 경제 체제는 필연적으로 자국 통화 약세를 야기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970년대 미국 달러화는 오히려 강세를 유지했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을까? 여기서 '페트롤 달러'가 등장한다. 

미국은 1973년 사우디아라비아의 안보를 책임진다는 조건으로 사우디아라비아의 모든 원유 거래에서 미국 달러화만 사용하도록 하는 협정을 맺었다. 사우디아라비아가 미국과 원유 거래를 하는데 달러화를 사용하는 것이야 당연하지만, 사우디아라비아가 미국 아닌 다른 국가와 거래를 하는 데도 달러화를 사용토록 한 것은 전혀 다른 얘기다. 

미국이 엄청난 재정적자와 무역적자를 기록하여 달러화 유출이 눈에 뻔히 보이는데도, 다른 국가들은 산업 활동에 필수적인 원유를 도입하기 위해서는 달러가 필요했다. 

이 달러는 미국 내에서는 쓰이지 않고 오로지 국제거래에만 쓰인다. 만일 유가가 상승한다면, 그만큼 더 많은 달러가 필요하며, 이를 위해서는 다른 나라들은 미국의 달러화를 얻기 위해 미국에 더 싼 가격으로 상품을 수출할 수밖에 없었으며, 이는 구조적으로 달러화 강세를 유도했다. 

그러므로, 1973년의 1차 오일 쇼크는 언뜻 보아서는 마치 중동 국가들이 담합하여 (이스라엘을 지원하는 미국을 겨냥한) 유가 인상인 것처럼 보이지만, 실은 경제적으로는 미국의 달러화를 국제 통용 화폐화하는 데 결정적 계기가 되도록 만든, 동시에 달러화의 가치를 유지하도록 만드는 결정적인 사건이기도 했던 것이다. 

일반적으로 생각한다면, 만일 중동 국가들이 미국에 대해 원유 수출을 금지한다면 그만큼 국제시장에서 상대적으로 다른 나라에 대한 공급량이 증가하기 때문에 미국을 제외한 국제 유가는 하락하든지 또는 굳이 폭등할 이유가 없어야 한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이같은 공급망 교란은 유가 상승을 야기하며 게다가 당시(1973년)의 미국 경제가 세계 경제에서 차지하는 위치는 지금보다도 훨씬 컸기 때문에 그 영향은 전 세계에 미쳤다(동시에 이미 이 시기에는 미국의 다국적기업들이 거의 완성태에 들어갔었기 때문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쳤다). 이는 지금의 상황과도 비교할 수 있는데, 미국과 유럽이 러시아산 천연가스와 원유를 수입 금지하는데도 불구하고, 오히려 이들 자원의 가격이 상승한다. 

1970년대 인플레이션으로 다시 돌아가자면, 그 이전까지 전 세계의 주된 경제발전 모델이었던 Autarky(자립경제)는 미국의 인플레이션 유도 정책 및 달러화 보편화 정책(이미 이 같은 달러화 보편화 정책 자체가 달러의 무기화다. 달러의 무기화는 새삼스럽게 최근에 시작된 일이 아니다)으로 치명적 타격을 입었다. 

한국도 그 생생한 경험이 있는데, 바로 이 시기를 전후로 이른바 수출 드라이브 정책이 시작된다(당시 세대라면 익숙할, 10월 유신/100억 달러 수출/1000불 소득이라는 구호는 이런 배경 하에서 나온 것이다. 자유무역단지도 이 때 탄생한다). 즉, 미국은 인플레이션 정책을 통해 전 세계에 일반적이었던 자립경제 시스템을 파괴하고 이른바 globalization을 강요했던 것이다.  

이런 조건 하에서는 중앙은행의 금리 정책은 큰 영향을 발휘하지 못한다. 미국의 연준이 70년대 인플레이션을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다고 온갖 비난은 다 받았지만, 실은 이는 미국의 국가 정책이었으며, 연준이 여기에 복무하는 것은 당연했다. 

미국의 인플레이션 정책은 1970년대 말 다른 국가들과 특히 유럽 자본가들의 반발에 직면하여 큰 위기에 봉착한다. 

인플레이션에 의거하여 타국의 성장을 저해하면서 공짜로 먹고 살려던 전략이 2차 오일 쇼크에 따른 반발(동시에 이 시기는 미국의 무역 적자에 의존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유로달러 시장이 성장하여 더 이상 미국의 세계전략이 힘을 발휘하기 어려운 상태가 되었다)로 인해 미국 국채에 대한 암묵적인 글로벌 보이콧이 발생했으며(카터 대통령이 국채 세일즈하러 다닐 정도로 상태가 악화되었다), 결국 미국과 다른 주요 선진국들 사이에 암묵적 합의(이것이 오늘날 제2차 Bretton Woods라고 불리는 세계 금융 체제다)가 이루어졌다. 

오늘날 '영웅'으로 추앙되는 폴 볼커는 단지 이 시기에 그 합의에 도장을 찍은 당사자(그가 미국 재무부 관료 출신으로 미국 달러화의 금 태환제 폐기 당시 실무 책임자였고 미 금융계와 행정부에 막강한 영향을 가지고 있었다. 즉 신뢰할 수 있을 만한 파트너였다)였을 뿐이며, 인플레이션을 압도할 금리 인상 어쩌구 하는 볼커 모멘트는 실은, 사후적으로 추증된 미신에 불과하다. 

지금의 연준 의장인 파웰이 그런 정도의 권력을, 혹은 글로벌 금융 자본가들에게 그 정도의 신뢰성을 얻을 수 있을까? 의문스럽다. 
 
[이공순 Global Watch] 미국이 만든 대만 위기, 전쟁과 인플레이션

▲ 현재의 체제를 전시경제로 규정하는 시각도 있다. 이 체제 아래에서는 인플레이션은 필수적이다.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이 4일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방문했다.

크레딧스위스은행의 이코노미스트인 Zoltan Poszar는 현재의 체제를 'war economy'(전시경제)로 규정한다. 그리고 이 체제 하에서는 인플레이션은 필연적이다. 

"(과거의) 낮은 인플레이션은 3개의 축으로 유지되었다. 저임금 이민 노동력은 미국의 서비스 섹터 임금을 낮게 유지했으며, 중국으로부터의 값싼 상품들은 생활 수준을 향상시키지만 동시에 정체된 임금을 지속시켰고, 러시아로부터의 값싼 천연가스 가격은 독일과 EU의 산업 경쟁력을 유지시켰다." 

그리고 이 세 가지 축이 이제 모두 붕괴하고 있다. 그런데 주목해야 할 것은 이 붕괴가 미국과 EU의 의도된 정책의 결과라는 점이다. 

Poszar는 "오늘날의 인플레이션은 수요 측면보다는 공급 측면에 더 관련이 있으며, 국내 정치보다는 지정학적 요인에 더 관련이 있다"면서 "만일 인플레이션이 경제 전쟁의 맥락 속에서 이해하는 것이 옳다면, 서구의 중앙은행들은 인플레이션을 잠재울 적절한 수단이 없다"고 말한다. 

금리가 수요를 억제시키기는 하겠지만, 만일 공급 교란이 더 크게 발생한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이런 경우에는 중앙은행들이 아무리 강력하게 금리 인상을 하더라도 인플레이션은 해결되지 않는다. 아주 심각할 정도의 경기 침체만이 간신히 인플레이션을 잠재울 수 있을 뿐이며, 그래서 Poszar는 "L-shaped recession"(급격한 경기 침체와 그 이후 만성적 경기 부진) 가능성을 제기한다. 

Poszar는 러시아와 중국이라는 두 열강이 미국의 헤게모니에 도전하여 다극체제로 나아간다면, "인플레이션은 이제 겨우 시작된 것에 불과하며, 전쟁의 수단으로서 기능한다고 보아야 한다"고 지적한다. 

그리고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은(이 방문은 지난 6월 말 이후 갑작스러운 미국 정치권의 풍향 변화에 따른 것이다) 이 같은 가능성을 한층 더 높여주고 있다. 

다만, 미국이 펠로시 대만 방문을 'official한 것과 unofficial한 것' 사이에서 애매하게 위치시키고 있고 아직 더 이상의 도발로 나아가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호주 외무장관이 펠로시 대만 방문에 대한 중국의 반발을 '과잉'이라고 표현한 것은 현재로서는 서구 국가들이 러시아를 상대로 하여 인플레이션을 유발시킨 것 이상으로 중국을 도발해서 인플레이션을 유발하는 데까지 나아가지는 않았다는 것을 시사한다). 

그러나 여전히 상황은 유동적이며, 예측하는 것은 의미없는 일이다. 대립은 단순히 '계산 착오' 혹은 '커뮤니케이션 미스'만으로도 발생할 수 있다. 왜냐하면 지금은 누구도 상황을 통제할 수 있는 헤게모니를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1970년대와 지금은 많은 점에서 유사하지만, 그 결과는 아마도 정반대일 것이다. 어쨌든 거기까지 가는 길은 아직도 멀고 험하며 이제 막 시작된 것에 불과하다. 지금은 고작해야 1970년대 초반에 불과하다. 그리고 이 여정은 매우 험난할 것이다. 이공순 저널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