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 관영매체가 미국 반도체 지원법 통과에 대응해 세계 반도체시장에서 중국의 역할과 중요성을 강조했다. 중국 반도체기업 SMIC 생산공장. |
[비즈니스포스트] 미국 의회의 반도체 지원법 통과를 두고 중국 관영매체에서 삼성전자와 인텔, 대만 TSMC의 대규모 투자가 공급 과잉을 악화시킬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았다.
중국이 반도체 공급 과잉을 해소하는 데 기여할 핵심 수요처고 자체 반도체산업 육성을 통해 세계시장에서 주요 경쟁국가로 떠오를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는 경고도 이어졌다.
중국 글로벌타임스는 29일 논평을 내고 “전 세계적으로 반도체 공급 과잉이 심각해질 조짐을 보이며 중국의 역할이 더욱 중요하게 부각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글로벌타임스는 삼성전자가 전날 콘퍼런스콜에서 모바일과 PC용 반도체 수요 둔화 가능성을 언급했고 퀄컴 등 반도체기업 실적이 시장 예상치를 밑돌았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인플레이션과 세계 경제성장 둔화가 반도체를 포함한 부품 및 전자제품 수요 감소를 주도하고 있는 만큼 반도체업황이 빠른 속도로 악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삼성전자와 인텔, TSMC가 앞으로 수 년 동안 수십조 원에 이르는 반도체 생산공장 투자를 예고한 점도 반도체 공급 과잉 리스크를 키울 수 있는 원인으로 제시됐다.
글로벌타임스는 “이들의 반도체공장이 완공될 때까지 수요가 반등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며 “글로벌 경기침체 발생 가능성으로 불확실성이 갈수록 커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보도했다.
관영매체 특성상 중국 정부의 입장을 대변하는 글로벌타임스가 이처럼 세계 반도체업황 악화 가능성을 경고한 이유는 미국 의회의 반도체 지원법 통과에 압박을 느낀 것으로 분석된다.
미국 정부에서 추진해 왔고 의회를 통과해 법제화 단계에 들어선 반도체 지원법은 삼성전자와 인텔, TSMC 등 반도체기업의 미국 내 생산공장 투자를 지원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바이든 정부는 세계 반도체 공급망에서 중국의 영향력을 낮추고 미국이 승기를 잡으려면 미국 내 반도체 생산을 확대해야 한다는 목표를 두고 반도체 지원 법안에 힘을 실어 왔다.
자연히 중국 정부는 미국이 삼성전자를 비롯한 글로벌 반도체기업의 힘을 빌어 세계 반도체시장에서 존재감을 키우는 일을 경계할 수밖에 없다.
글로벌타임스는 반도체 공급 과잉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세계 최대 반도체 수요처인 중국의 역할과 중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중국이 공급 과잉에 따른 반도체기업들의 실적 부진 및 성장세 둔화를 어느 정도 해결해주는 역할을 할 수 있다며 적극적으로 여론전을 펼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글로벌타임스는 “미국이 세계 반도체시장에서 중국에 진입 장벽을 높이고 있지만 중국의 중요성은 변함이 없다”며 “중국의 입지는 더욱 강력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미국이 이처럼 글로벌 반도체기업들과 ‘밀월’을 강화해 중국과 거리를 두도록 유도한다면 이는 중국 반도체산업 발전을 자극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경고에 가까운 분석도 나왔다.
그동안 미국 정부가 중국을 겨냥해 시행했던 반도체산업 규제 조치가 오히려 중국 반도체기업 경쟁력을 키우는 결과로 이어진 만큼 비슷한 상황이 반복될 수 있다는 것이다.
글로벌타임스는 “중국 반도체산업은 내수시장의 강력한 수요를 바탕으로 해외 기업의 부품을 대체하기 시작했다”며 “대부분의 시장에 대응할 수 있는 기술력도 갖춰냈다”고 강조했다.
중국이 2025년까지 70%에 이르는 반도체 수요를 내수시장에서 충족하도록 하겠다는 목표도 재차 강조됐다.
아직 중국 반도체기업들이 기술력과 미국의 견제 등 넘어야 할 걸림돌이 많지만 강력한 의지를 두고 반도체 내재화를 추진한다면 이런 계획을 실현할 수 있다는 것이다.
글로벌타임스는 “중국의 반도체 경쟁력 강화에는 지름길이 없다”며 “인내심과 자신감, 강력한 목적 의식을 두고 중장기 연구개발 및 생산 투자에 주력하겠다”고 밝혔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