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비앤비, 한국에서도 숙박공유 서비스 본격화  
▲ 에어비앤비 한국 사이트에서 서울을 클릭하면 숙소 사진과 후기 그리고 조그맣게 호스트의 사진도 함께 검색된다.

‘여행은 살아보는 거야.’

숙박공유업체 에어비앤비는 온라인 사이트와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주거지 일부를 다른 사람에게 빌려줄 수 있도록 중개해주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에어비앤비는 190여개 국가에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누적 이용객만 8천만 명이 넘는다. 국내에서도 젊은층을 중심으로 호응을 얻으면서 최근 이용객과 등록 숙소가 급증했다.

그동안 숙박공유 활성화에 걸림돌이 됐던 숙박업 관련 제도도 개선될 것으로 전망된다.

에어비앤비가 국내에서도 숙박공유 서비스를 활성화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 에어비앤비, 국내에서 빠른 성장

6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숙박공유업체 에어비앤비가 국내에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에어비앤비는 2013년 국내에 진출했다.

지난해 12월1일 기준으로 에어비앤비를 통해 국내에 투숙한 이용객은 전년 같은 기간보다 약 236% 증가했다. 같은 기간 에어비앤비에 등록된 국내 숙소도 1만3000개로 117% 늘었다.

반면 지난해 메르스 사태 이후 국내 주요호텔들의 객실 가동률은 40%대에 머무르며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업계 관계자는 “정형화돼 있는 호텔 서비스보다 현지에 거주하는 사람의 집에 머물며 색다른 경험을 하고싶어 하는 수요가 젊은층을 중심으로 꾸준히 늘고 있다”며 “호텔에 머무르는 것보다 상대적으로 저렴하게 숙박을 할 수 있다는 점도 매력적”이라고 말했다.

에어비앤비에 숙소로 등록하려면 남는 공간이 있는 집을 보유하고 인터넷과 모바일로 관련 정보를 올리고 게스트와 연락을 주고 받을 수 있는 여건만 갖추면 된다. 가입비는 없지만 숙박료의 일정부분을 에어비앤비에 수수료로 지급해야 한다.

숙박료는 임의로 책정할 수 있다. 하지만 이용 후기(리뷰)와 평점이 사이트와 앱에 공유되기 때문에 호스트들은 고객을 유치하기 위해 가격과 서비스 관리에 신경을 쓸 수밖에 없다.

◆ 숙박공유, 국내에서도 활성화할까?

에어비앤비가 내놓은 ‘숙박공유’ 서비스가 젊은층을 중심으로 국내에서도 점차 호응을 얻고 있지만 서비스가 본격적으로 활성화하려면 제도변화가 필요하다.

한국에서 관광숙박업으로 등록하지 않고 아파트나 오피스텔 등을 돈을 받고 빌려줄 경우 관광진흥법을 위반하게 된다. 개인이 집을 ‘외국인관광 도시민박업’으로 등록했더라도 한국인에게 숙박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 역시 위법이다.

정부는 에어비앤비 같은 숙박공유 서비스를 제도권으로 편입하기로 했다.

정부는 올해 2월에 ‘신산업 육성·규제 완화 등 투자 활성화 대책’을 발표하면서 숙박공유 서비스의 규제를 완화하기로 하고 ‘공유민박업’이라는 항목을 신설해 시범지역(부산 강원 제주)의 230m²(약 70평) 미만 주택에서 연간 최대 120일 동안 숙박을 제공할 수 있게 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숙박공유란 낯선 사람과 사적인 공간을 공유하는 것인 만큼 안전과 신뢰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에어비앤비는 서비스를 이용하려는 고객들에게 여권을 등록하고 페이스북과 카카오톡 등 SNS 계정을 공유하도록 하고 있다. 또 문제가 생기면 최대 10억 원까지 보상받을 수 있도록 보험에 가입해 있다.

에어비앤비는 호텔과 같은 기존 숙박업체와의 경쟁도 극복해야 한다. 하지만 에어비앤비는 숙박공유가 호텔의 대체제가 아닌 보완재라고 주장한다.

이준규 에어비앤비코리아 대표는 “에어비앤비에 등록된 숙소는 호텔이 밀집한 중심가가 아니라 동네 구석구석에 있는 생활터전이기 때문에 지역경제를 활성화하는 효과가 있다”며 “에어비앤비를 통해 한국에 오는 외국인들이 반드시 에어비앤비 숙소에만 묵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오히려 관광산업 전체의 파이를 키우는 데 기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에어비앤비, 한국에서도 숙박공유 서비스 본격화  
▲ 조 게비아 에어비앤비 최고제품책임자(CPO)(왼쪽), 네이선 블레차르지크 에어비앤지 최고기술책임자(CTO)(가운데), 브라이언 체스키 에어비앤비 최고경영자(CEO).

◆ 에어비앤비, 어떻게 성장했나


에어비앤비는 브라이언 체스키(Brian Chesky)와 조 게비아(Joe Gebbia), 네이선 블레차르지크(Nathan Blecharczyk)가 2008년에 공동으로 세운 업체다.

체스키와 게비아는 대학시절 창업을 결심하고 샌프란시스코에 월세 아파트를 얻어 사업을 구상하기 시작했는데 당시 두 사람에게는 아파트 월 임대료를 내는 것이 큰 부담이었다.

이들은 월세를 줄여보겠다는 생각에 여행자에게 아파트의 남는 공간과 간단한 아침식사 등을 제공해주는 서비스를 시작했다. 이들은 샌프란시스코가 매년 수백회의 전시회와 박람회가 열려 성수기에는 호텔 방을 구하기 어려울 정도로 숙박시설이 부족한 지역이기 때문에 사업전망이 밝다고 판단했다.

그 뒤 블레차르지크까지 가세해 3명은 웹사이트를 개설하고 고객(임대인과 임차인)을 모집하며 이 서비스를 사업으로 구체화하기 시작했다. 기업(서비스)명은 ‘저렴한 잠자리(Airbed)와 함께 아침식사(Airbreakfast)’까지 제공한다는 의미를 담아 에어비앤비로 정했다.

하지만 사업 초창기에는 인지도가 낮은 탓에 사용자 100명을 모으는 데만 1년이 넘게 걸렸을 정도로 성장이 쉽지 않았다. 이들은 유명 창업지원 투자가의 조언에 따라 뉴욕으로 서비스 장소를 옮겼는데 이 곳에서 에어비엔비를 통해 아파트를 빌려줬던 고객이 큰 수익을 얻으면서 사이트 방문객도 점차 늘어났다.

에어비앤비는 현재 191개 국가 3만4천여 개 도시에 200만 개 이상의 등록숙소를 보유하고 있다. 전 세계 누적이용객은 8천만 명을 넘어섰다. 특히 관광객이 많고 임대료가 비싼 파리, 뉴욕 등의 도시를 중심으로 높은 인기를 얻고 있다.

에어비앤비는 창업 8년 만에 기업가치 기준으로 힐튼, 메리어트, 하얏트 등 세계 유명 호텔체인들에 견줄 수 있는 수준으로 성장했다.

에어비앤비의 기업가치는 255억 달러(약 28조5800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비즈니스포스트 백설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