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 질주' SK하이닉스 속도 조절 들어가, 최태원 ‘3고’ 상황 주시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2022년 7월14일 투자 속도를 조절하겠다는 의향을 내비쳤고 SK하이닉스는 대응에 들어가기 시작한 것으로 파악된다. 

[비즈니스포스트] 고환율, 고금리, 고유가의 ‘3고 시대’가 다시 도래하면서 최근까지 공격적으로 사업을 확장하던 SK하이닉스의 전략에도 변화가 생기고 있다.

반도체기업은 일반적으로 금리나 유가에 크게 영향을 받지 않고 원/달러 환율이 높을 때 오히려 매출이 늘어나는 구조다. 그렇다 하더라도 경기침체 가능성이 커지면서 투자 속도를 조절하기 시작한 것으로 분석된다.

23일 반도체업계에 따르면 2023년에 착공할 것으로 예상됐던 SK하이닉스 청주 메모리반도체 생산라인 증설계획이 미뤄진 것을 두고 현재의 재무상태 건전성을 유지하기 위한 결정이었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7월14일 투자 속도를 조절하겠다는 의향을 내비쳤고 핵심 계열사 SK하이닉스는 2023년 자본지출 규모를 25% 정도 줄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SK하이닉스는 상당 기간 지속되고 있는 고유가 고환율 고금리 등 이른바 '3고' 현상에 크게 흔들리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유류가격이 반도체 생산 가격에 미치는 영향은 상대적으로 제한적이고 반도체업종은 원/달러 환율이 높아지면 오히려 같은 제품을 수출하더라도 매출이 증가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2021년 기준 국내 반도체산업의 수출 비중은 87.2%로 89.5%인 해운 다음으로 높다.

2021년 평균 1144원이었던 원/달러 환율은 2022년 7월20일 기준 1312원까지 상승했다.

하지만 최근 금리가 높아지고 있는 점은 SK하이닉스에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최태원 회장 역시 이자가 오르는 점을 투자에 부담요인으로 꼽기도 했다. 

SK하이닉스는 2022년 3월 말 기준 부채비율이 56.9%로 2021년 37.11%에서 20%포인트 가까이 높아져 있다. 이는 삼성전자의 부채비율 39.92% 보다도 훨씬 높은 수준이다.

부채비율이란 기업이 갖고 있는 자산에서 부채가 차지하는 비율을 말한다.

SK하이닉스의 부채비율이 높아진 것은 최근 낸드플래시 사업 강화를 위한 설비 투자와 인텔로부터 SSD(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사업과 중국 다롄의 낸드플래시 생산공장을 인수하는 데 90억 달러를 투입했기 때문이다. 사업양수 대금 가운데 70억 달러는 이미 지급됐다.

김정훈 한국신용평가 연구원은 “SK하이닉스는 인텔 낸드플래시 사업 인수로 절대적인 차입 규모가 증가한 상태”라며 “ 장기수요 대응을 위한 인프라 투자와 경쟁력 강화를 위한 지속적인 설비투자 등으로 전반적인 투자부담이 증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SK하이닉스는 인텔 낸드플래시 사업양수로 높아진 사업 경쟁력과 현금창출력에 기반한 업황 대응력을 감안하면 확대된 재무부담이 중단기적으로 완화되며 우수한 재무안정성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하지만 반도체업황이 예상보다 더 악화돼 현금창출능력이 떨어진다면 부채비율이 높은 SK하이닉스가 삼성전자보다는 받을 타격이 더 클 수밖에 없다.

한국신용평가도 SK하이닉스의 순차입금 의존도가 15%를 오랫동안 초과하면 위험이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SK하이닉스의 2022년 3월 기준 순차입금 의존도는 19.8% 수준이다.

순차입금 의존도는 총 자산에서 순차입금이 차지하는 비율을 의미하며 순차입금은 전체 차입금에서 현금성자산(금융 상품 포함)을 뺀 것을 말한다.

올해 하반기 반도체 업황은 불안한 상황이다.

대만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는 3분기 낸드플래시 가격이 공급 과잉 문제로 최대 13%까지 하락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SK하이닉스는 인텔의 낸드플래시 사업까지 인수하면서 규모를 확대했는데 수익성이 악화될 수 있는 것이다. 2021년 1분기 SK하이닉스의 전체 매출에서 낸드플래시가 차지하는 비중은 32.2%까지 상승했다.

D램 가격 전망도 밝지 않다.

트렌드포스는 3분기 D램 가격도 10% 이상 하락할 수 있다고 예상하고 있으며 실제로 5~6월 제자리였던 소비자용 D램 현물가격이 큰 폭으로 7월 들어 떨어지고 있다.

대리점 등에서 이뤄지는 D램 현물시장 가격은 일반적으로 기업간 대량 거래 가격인 고정거래가격보다 4~6개월 선행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남대종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현재 PC와 모바일 기기의 수요가 둔화되고 있으며 금리 인상에 따른 유동성 축소가 기업들의 투자 환경 변화를 초래하고 있다”며 “SK하이닉스는 오해 하반기 수요 불확실성이 지속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