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하락기 '깡통전세' 급증 우려, 사기 피하려면 계약 전 이것만은 꼭!

▲ 서울 시내 한 빌라촌의 모습. <연합뉴스>

[비즈니스포스트] 집값이 하락 흐름에 들어서면서 ‘깡통전세’ 등 전세보증금 피해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전세보증금은 대부분 사람들에게 보유 자산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거액인 만큼 그에 걸맞은 정도의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야 전세 사기 피해를 예방할 수 있다.

12일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주택도시보증공사가 보증한 전세계약 가운데 전세보증금 사고 규모는 3407억 원에 이른다.

지난해 연간 전세보증 사고 규모는 역대 최대치인 5790억 원이었다. 올해 하반기에도 상반기와 같은 흐름이 이어진다면 올해 연간 전세보증 사고 규모는 기존 최대치의 20%를 웃돌 것으로 예상된다.

전세보증 관련 피해 사례가 급증하자 대검찰청에서는 11일 전세보증금 사기 사건과 관련해서는 구속 수사를 원칙으로 한다는 방침을 내놓는 등 정부에서도 적극적 움직임을 보일 태세다.

원희룡 국토교통부장관 역시 자신의 유튜브 채널 ‘원희룡TV’에 장관 취임 이후 첫 콘텐츠로 ‘국토부장관도 당할뻔한 신종 전세사기 수법!! 그 실체와 대책은?’ 영상을 올리고 8월까지 관련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약속하기도 했다.

◆ 전세보증금 피해의 유형

가장 대표적 전세보증금 피해 유형은 ‘깡통전세’다.

깡통전세란 전세보증금이 해당 주택의 매매가격을 웃돌거나 비슷한 수준으로 책정돼 경매 등을 통해서도 전세권자가 전세보증금을 모두 반환받지 못할 위험이 있는 전세 계약을 뜻한다. 

부동산업계에서는 통상적으로 전세가율이 80%를 넘으면 깡통전세로 본다. 전세가율은 주택의 매매가액 대비 전세보증금의 비율이다. 60%대가 통상적인 전세가율이다.

깡통전세는 주택 주인(전세권설정자)이 갭투자를 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해 높은 전세가율로 전세계약을 맺은 뒤에 시세 변동에 따라 발생하기도 한다.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는 고의적 깡통전세는 대체로 신축 빌라처럼 아직 시세 형성이 되지 않았거나 시세 확인이 어려운 부동산을 대상으로 발생한다.

부동산 컨설팅업체나 감정평가사 등의 작업을 통해 예상되는 시세보다 높은 전세보증금을 설정한 뒤 주택 주인이 주택의 명의를 노숙자 같은 무자력자 등으로 넘긴 뒤 연락을 끊게 되면 전세권자는 전세보증금을 돌려받기 어려워진다.

최근 검찰의 기소로 화제가 된 ‘세 모녀 깡통전세 사건’에서 세 모녀가 신축 빌라 수백 채를 갭투자 방식으로 사들인 뒤 분양하면서 사용한 방법이다.

또 다른 전세사기 유형은 전세계약과 전세권자의 대항력 발생 사이 시간적 간격을 악용하는 방법이다.

주택임대차보호법상 전세권자의 전세보증금 반환 등을 담보해 주는 대항력과 우선변제권은 계약서의 확정일자에 더해 전입신고가 있어야 발생한다. 전입신고에 따른 대항력은 다음날 0시부터다.

통상적으로 전세권자가 전세계약을 마치고 일정 시간이 지난 뒤 이사를 하고 전입신고를 한다. 전입신고 당일까지는 전세권자에게 대항력이 발생하지 않는 기간이 생기는 셈이다. 반면 주택에 설정되는 근저당 등 각종 담보권은 등록 당일부터 효력이 발생한다.

주택 주인이 이 허점을 이용해 전세계약 이후 주택담보대출을 받거나 무자력자로 주택 주인을 바꾸면 전세권자의 대항력은 후순위로 밀리게 된다.

주택 주인의 고액 세금 체납 역시 전세보증금에 피해를 입히는 대표적 유형이다. 

주택 주인이 전세계약 시점 이전부터 고액의 세금을 체납했다면 체납 세금에 대한 국가의 우선변제권은 각종 민사상 권리에 우선하므로 전세권자는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다. 주택 주인의 세금 체납은 전세권자가 거래 과정에서 확인하기도 어렵다.

전세 사기 웹툰을 제작한 웹툰작가 ‘루나’가 당한 전세보즘금 피해 유형이기도 하다.

그는 6월22일 tvN ‘유퀴즈온더블록’에 출연해 “주택 주인이 범법행위를 한 것이 하나도 없는 상황으로 나라에서 ‘집 주인이 체납했으니 집을 가져갈게’하는 것”이라며 “모든 것이 법의 테두리 안에서 돌아가는 것이라 저는 고소도 할 수 없다”고 상황을 설명하기도 했다.

그밖에 부동산중개인이 주택 주인과 결탁해 고의로 이중 삼중으로 같은 날짜로 전세계약을 체결케 한 뒤 전세보증금을 가로채는 수법, 주택주인과 전세권자 사이에서 임대관리업체가 전월세 이중계약을 맺는 수법 등도 주요 전세보증금 피해 유형에 해당한다.

◆거래 단계별 전세보증금 피해 예방대책

전세 계약을 맺기 전 매물 물색 단계에서는 우선 자신이 선택한 공인중개사가 정상적으로 등록된 공인중개사인지 확인하는 일이 필요하다.

공인중개사는 공인중개사법상 영업장소에 자격증을 게시해야 하며 정상 등록 여부는 국토부가 운영하는 국가공간정보포털의 ‘부동산중개업 조회’ 또는 한국공인중개사협회 홈페이지의 ‘개업공인중개사 검색’ 등에서 할 수 있다.

구체적으로 계약 교섭을 시작하기 전에는 시세와 법률관계 등 매물 관련 정보를 확인해야 한다.

국토부의 ‘실거래가 공개시스템’, 한국부동산원 등을 통해 계약하려는 매물의 시세, 전세가율 등을 확인해 볼 수 있다. 법원의 온라인 등기소를 통해 등기부등본을 보고 주택 주인의 주택담보대출에 따른 근저당 설정 등 권리관계도 확인해야 한다.

그밖에 건축물대장을 통해 불법 건축물 여부 등을, 전입세대열람내역서를 통해 이중계약 가능성 등을 확인할 수 있다.

계약 교섭의 단계에서는 신분증 확인 등을 통해 현재 거래하는 상대가 실제 매물의 소유주인지 여부를 확인해야 하고 대리인이 나왔다면 소유자의 인감증명서 첨부 여부 등 대리권 관련 내용도 확인해야 한다.

계약 체결을 한 뒤에는 계약서에 확정일자를 받고 전입신고를 서두르는 것이 피해 예방에는 긍정적이다.

전입신고는 전세보증금 잔금을 지급하기 전이어도 계약서상 이사 날짜에 앞서 할 수 있다. 다만 기존에 거주하는 주택에서 보증금 관련 문제를 겪고 있어서 대항력 유지가 필요하다면 임차권 등기 등 관련 제도의 활용을 고려해 볼 수 있다.

주택도시보증공사의 전세보증보험에 가입하는 것 역시 전세보증금 피해 예방에 큰 도움이 된다.

주택 주인의 세금 체납은 부동산 거래에서 보게 되는 서류로는 확인할 수 없는 만큼 별도로 국세완납증명서, 지방세완납증명서 등을 요구하는 방법으로 확인할 수 있다.

다만 통상적 거래과정에서 주택 주인의 납세증명서까지는 확인하는 경우가 드문 데다 법적으로 주택 주인이 납세 상황까지 전세권자에 알려줄 의무도 없다.

주택 주인의 체납과 관련된 문제를 놓고 원희룡 장관은 전세사기 관련 유튜브 영상에서 “국세청과 협력해 주택 주인이 체납 사실이 있는지 전세권자가 확인할 권한을 주는 등 대책을 강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