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정부 '공정과 상식'에 부담, 꼬리 무는 논문표절 의혹의 그림자

한동훈 법무부 장관(왼쪽)과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비즈니스포스트] 윤석열 정부의 장관 후보자 및 장관 자녀들의 논문 표절 논란이 끊이질 않는다. 윤석열 정부 초반 인사 논란이 지지율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는 가운데 잇따르는 표절 의혹은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아들이 표절 논란에 휩싸인 서울대학교 인공지능 연구팀 논문의 공저자에 이름을 올렸고 국제적 학술단체는 법무부 장관 딸 논문 표절 여부를 조사하기로 했다.

이수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변인은 30일 브리핑을 통해 최근 윤석열 정부 장관 자녀들의 논문표절 논란을 비판했다.

이 대변인은 "이종호 장관의 아들이 공저자로 포함된 서울대 인공지능(AI) 논문 표절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며 "국제적 망신"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국제전기전자기술자협회가 한동훈 법무부 장관 자녀의 논문 표절 여부 조사에 나서는데 이어 연세대학교도 한 장관 친척의 연구부정 행위에 대한 예비조사에 착수했다"며 "한동훈 장관은 이 문제가 자녀의 의혹에 그치지 않고 윤석열 정부의 공정과 상식을 판단하는 잣대가 될 것이라는 점을 유념하기 바란다"고 지적했다.

앞서 윤성로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교수 연구팀은 지난 19일부터 24일까지 열린 '국제 컴퓨터 비전과 패턴 인식 학술대회(CVPR) 2022'에 '신경망 확률미분방정식을 통해 비동기 이벤트를 빠르게 연속적인 비디오 영상으로 재구성하는 기법'이라는 제목의 영문 논문을 제출했다.

윤 교수팀 논문은 우수 논문으로 선정돼 제1저자인 서울대 박사과정 김모 연구원이 23일 미국 뉴올리언스에서 열린 학회 현장에서 구두 발표도 했다.

하지만 24일 유튜브에 올라온 영상에서 표절 의혹이 제기됐다. 영상에는 윤 교수팀의 논문이 2018년 미국 버클리대 논문과 2021년 카이스트 논문 등 10여 편에서 문장을 짜깁기한 것으로 의심되는 정황이 담겼다. 

윤 교수팀은 표절 사실을 인정했다. 다만 윤 교수는 논문 투고 당시 이를 알지 못했고 제1저자의 단독 행동이라고 해명했다.

이에 서울대는 27일부터 논문 표절 의혹과 관련해 연구진실성조사위원회를 열고 조사에 들어갔다.

논문 공저자 가운데 이종호 장관의 아들이 포함된 것으로 드러나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이 장관 아들이 표절에 연루됐는지 아니면 공저자로 이름만 올린 것인지 짚어봐야 한다는 것이다.

논문에 모두 6명이 참여했는데 제1저자인 김 연구원과 교신저자인 윤 교수, 그리고 이 장관 자녀를 포함한 공저자 4명이다. 

일각에서 서울대의 조사결과를 떠나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자체적으로 조사를 해야 한다는 이야기까지 흘러 나온다. 다만 이 과정에서 외압이나 압력행사 등으로 비칠 수 있어 조심스러운 측면도 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 딸의 논문표절 논란도 현재 진행형이다.

뉴스타파는 한동훈 장관 딸의 표절 논문을 정식으로 조사할 뜻이 있냐고 묻는 질의에 23일 국제전기전자기술자협회(IEEE)가 논문 표절 여부를 조사할 것이라고 답했다고 29일 보도했다. 

국제전기전자기술자협회는 한국을 포함해 전 세계 150개 나라의 수십만 명을 회원으로 둔 전기·전자·공학 분야의 최대 조직이다.

한 장관 딸은 지난해 12월 국제전기전자기술자협회가 주최하는 학술대회에 영어 논문을 발표했다. 모두 5장짜리 논문이며 의료 분야에서 머신러닝(ML) 적용이 주제다. 논문의 제목은 "Machine Learning in Healthcare - Application of Advanced Computational Techniques to Improve Healthcare"이다.

뉴스타파는 5월7일 한 장관 딸의 논문이 2018년 11월 에세이 상거래 해외 웹사이트에 올라간 'Concepts and Applications of Deep Learning'의 도입부와 핵심 내용이 거의 동일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표절 검사 프로그램으로 조사한 결과 한 장관 딸의 논문과 에세이 상거래 웹사이트에 올라간 에세이 사이 표절률은 약 56%로 나왔다.

장관 자녀뿐만 아니라 장관 후보자의 논문 표절 의혹도 끊이질 않고 있다. 

박순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는 한 편의 논문을 중복으로 게재해 연구 성과를 부풀렸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 외에도 자기논문 표절과 제자 논문 가로채기 등 연구윤리를 위반했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교육부의 수장이기에 연구윤리 위반 의혹이 더욱 뼈아프다.

박 후보자는 2007년 6월 '국가표준체계에 있어서 중앙부처 간 관계에 대한 탐색적 연구 : RFID 산업에 있어 기술표준원과 유관 부처의 관계를 중심으로'라는 제목의 논문을 한국행정학회 하계학술발표 논문집에 게재했다.  

이어 같은 해 12월 서울대 한국행정연구소 <행정논총>에 '표준화사업과 정부 간 관계에 대한 탐색적 연구: RFID 산업에 있어 기술표준원과 유관 부처의 관계를 중심으로'라는 논문을 게재했다.

권인숙 민주당 의원은 7일 두 논문 사이 표절률이 35%로 내용이 매우 유사하고 제목만 바꿔 게재했다고 주장하며 의혹을 제기했다. 

박 후보자의 논문 중복 게재가 의심되는 사례는 더 있다.

박 후보자는 2000년 11월에 연세대 사회과학연구소 학술지에 게재한 논문과 2001년 12월 한국도시행정학회 학술지에 실은 논문의 중복 게재 의혹을 받는다. 두 논문 제목이 ‘지속가능한 발전과 시민참여’, ‘환경행정의 발전과 시민참여’로 맨 앞 다섯 글자를 빼고 같으며 두 논문의 내용도 다섯 문장을 빼면 같다는 것이다.

이 외에도 박 후보자가 2002년 서울시정개발연구원에서 발표한 연구보고서인 '서울시립 청소년 수련관 관리운영 개선방안 연구'의 일부를 그대로 오려 붙이는 방식으로 학술대회 1곳과 학회지 2곳에 게재했다는 의혹도 제기된 상태다.

장관 후보자의 논문 표절 의혹이 제기되면서 앞서 낙마했던 다른 후보자들의 논문 표절 의혹도 다시 주목되고 있다.

박 후보자에 앞서 교육부 장관에 지명됐던 김인철 전 한국외대 총장은 논문 표절 등의 의혹이 불거진 끝에 지난 5월 자진 사퇴한 바 있다.

김 전 총장은 한국외국어대학교 교수로 재직할 때 자신이 지도교수로 심사한 제자의 박사 논문을 표절해 학회지에 발표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김 전 총장의 제자인 이모 씨는 1999년 2월 한국외대 행정대학원에 '지역기술혁신 참여기관들의 네트워크와 역할에 관한 연구 - 인천 미디어밸리 사례를 중심으로'라는 이름의 박사 논문을 제출했다.

이듬해인 2000년 6월 정책학회보에는 김 전 총장이 작성한 논문이 실렸는데 A씨의 논문과 내용이 매우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서동용 민주당 의원은 김 전 총장의 논문이 A씨의 60여 페이지 논문을 20페이지 분량으로 요약한 수준이라고 주장했다. 논문 작성 과정에서 표절을 숨기려한 흔적도 발견된다고 했다. 김 후보자는 이 논문으로 학술진흥재단 연구비까지 지원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 외에도 아빠찬스 논란이 일어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에서 낙마한 정호영 전 경북대병원장 역시 인용표시 부실에 따른 논문 표절 및 중복게재 등 의혹을 받았다.

내각 구성원은 아니지만 윤석열 대통령 배우자인 김건희 여사 역시 표절 의혹에서 자유롭지 않다. 김 여사의 국민대 박사학위 논문 등이 표절 의혹이 제기돼 재조사 결과 보고서가 국민대학교 연구윤리위원회에 올라갔다. 김남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