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경쟁력은 가격, 값싼 중국 LFP배터리에 LG 삼성 SK 대응 시급

▲ 중국 CATL의 전기차 배터리팩 이미지.

[비즈니스포스트] 세계 전기차시장 경쟁의 중심이 성능에서 가격으로 이동하면서 중국 배터리업체들이 주로 생산하는 LFP(리튬인산철)배터리가 시장 주도권을 빠르게 확보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LFP배터리와 비교해 가격 경쟁력이 떨어지는 삼원계 배터리를 생산하는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 삼성SDI 등 한국 배터리3사가 대응 전략을 마련하는 일이 더욱 시급해지고 있다.

미국 IT전문지 테크크런치는 27일 “중국 전기차시장을 지배하고 있는 LFP배터리가 이제 세계시장의 판도를 바꿔내려 하고 있다”며 “미국과 유럽 등에서 점유율을 빠르게 늘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테크크런치는 시장 조사기관 APC 분석을 인용해 현재 유럽에서 생산되는 전기차 가운데 25%는 중국업체의 LFP배터리를 탑재하고 있다고 추정했다.

중국 이외 북미와 유럽 고객사들이 그동안 삼원계 배터리를 선호해 왔지만 최근에는 배터리 원가 상승과 소재 공급 부족에 불안감을 느끼고 LFP배터리 탑재를 확대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테슬라와 포드, 폴크스바겐이 적극적으로 LFP배터리 채용 계획을 밝히면서 주요 전기차 생산업체들이 LFP배터리로 기술 전환에 속도를 내는 데 앞장서고 있다.

테크크런치에 따르면 시장 조사기관 알릭스파트너스도 최근 보고서에서 현재 세계 전기차시장에서 약 17% 비중을 차지하는 LFP배터리가 빠르게 대중화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2030년까지 미국에서 출시되는 전기차 가운데 250개 모델이 LFP배터리를 탑재하며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전기차 보급 확대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LFP배터리는 최근 배터리소재 공급 차질 장기화에 따라 더욱 주목받고 있다. 생산 차질로 가격이 가파르게 상승하는 니켈과 코발트 등 금속 원재료를 사용하지 않기 때문이다.

중국 배터리업체들이 전 세계 생산량의 95% 이상을 차지하며 사실상 독점하고 있는 LFP배터리의 채용 증가는 자연히 현재 한국 배터리3사가 주도하는 배터리시장 주도권을 위협할 수밖에 없다.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 삼성SDI 등 한국 배터리3사는 에너지 밀도와 효율성이 LFP배터리보다 높은 삼원계 배터리를 통해 전기차시장 초기부터 유럽과 북미 고객사를 확보해 지배력을 키워 왔다.

하지만 한국 배터리업체들의 주요 고객사였던 폴크스바겐과 포드 등 기업이 잇따라 LFP배터리 채용 확대에 강한 의지를 보이면서 입지가 불안해지고 있다.

더구나 전기차 배터리 1위 업체인 중국 CATL이 신형 ‘기린’ LFP배터리를 통해 삼원계 배터리보다 높은 에너지 밀도와 효율성을 구현하는 등 기술 발전에도 속도를 내면서 위협이 더욱 커졌다.
전기차 경쟁력은 가격, 값싼 중국 LFP배터리에 LG 삼성 SK 대응 시급

▲ LG에너지솔루션의 전기차 배터리 이미지.

한국 배터리 3사가 LFP배터리 수요 증가에 대응할 효과적 방법을 마련하지 못한다면 전기차시장이 급성장하는 과정에서 고객사 수요를 대거 빼앗길 수밖에 없는 처지에 놓인 셈이다.

APC는 대형 SUV와 고가 세단 등 성능이 중요한 전기차 차종에서 LFP배터리 채용이 확대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바라봤다.

그러나 보급형 모델에는 빠르게 탑재가 확대되면서 전기차시장 성장을 이끄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됐다.

알릭스파트너스가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기차를 구매할 때 내연기관 차량보다 25% 이상 비싼 가격을 지불할 의사가 있다고 응답한 소비자 비중은 10%에 그쳤다.

결국 전기차 수요에 가격이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는 의미고 따라서 전기차 원가에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배터리의 가격 경쟁력도 지금보다 높아져야만 한다는 것이다.

이런 시장 상황에서 자연히 원가가 상대적으로 비싼 한국 배터리3사의 삼원계 배터리가 수요를 확보하기 어려운 상황이 이어질 수밖에 없다.

LG에너지솔루션 등 일부 업체가 에너지저장장치(ESS) 등에 쓰이는 LFP배터리를 개발중이고 향후 전기차 분야로 적용을 확대할 가능성도 있지만 이를 단기간에 이뤄내기는 쉽지 않다.

이미 CATL을 비롯한 중국 배터리기업들이 막대한 생산투자를 통해 LFP배터리시장을 지배하고 있어 이들의 원가 경쟁력과 생산 능력을 따라잡는 일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결국 한국 배터리3사가 삼원계 배터리로 승부를 봐야만 하는 만큼 고객사들에 LFP배터리 대비 삼원계 배터리의 장점을 충분히 설득할 수 있는 경쟁요소를 확보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LFP배터리는 근본적으로 삼원계 배터리와 비교해 주행거리와 에너지 밀도, 무게 등 측면에서 기술 발전에 한계가 있다.

한국 배터리업체들이 이런 점을 고려해 삼원계 배터리의 장점을 더 뚜렷하게 나타낼 수 있도록 배터리 성능 개선에 충분한 성과를 낸다면 고객사들은 물론 소비자들도 삼원계 배터리 기반의 전기차를 더욱 선호하게 될 가능성이 있다.

배터리 생산설비 투자를 늘려 규모의 경제효과로 원가를 정감하고 니켈과 코발트 사용량을 줄이는 등 삼원계 배터리 원가를 낮출 수 있는 신기술을 개발하는 것도 한국 배터리3사가 추진해 나갈 수 있는 과제로 꼽힌다.

알릭스파트너스는 보고서에서 “세계 전기차시장은 성능 중심에서 가격 중심의 시장으로 빠르게 바뀌어가고 있다”며 전기차 및 배터리업체들이 갈수록 가격 경쟁력에 집중하게 될 수밖에 없다고 전망했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