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HLB(에이치엘비)가 미국 자회사 이뮤노믹테라퓨틱스를 통해 항암백신(암 치료용 백신) 임상에 들어갔다.

항암제 ‘리보세라닙’, ‘아필리아’ 등을 앞세워 글로벌 암 치료제시장을 공략하는 가운데 새로운 항암 후보물질 확보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HLB 자회사 이뮤노믹 항암백신 임상 시작, 항암 후보물질 확충 기대

▲ 이뮤노믹테라퓨틱스 로고.


17일 미국국립보건원(NIH) 임상정보사이트 클리니컬트라이얼스에 따르면 이뮤노믹테라퓨틱스는 6월 중순부터 ‘ITI-3000’ 임상1상을 위한 환자 모집을 시작했다. 앞서 5월부터 환자 모집 및 투약이 시작된다고 밝혔는데 크게 지연되지는 않은 셈이다.

이번 임상1상은 메르켈세포암 환자 8명을 대상으로 ITI-3000 4mg을 투약해 안전성, 내약성, 면역원성 등을 평가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환자는 메르켈세포암 최종 치료 후 1년이 지났거나 질병의 징후가 포착된 후 최소 2년 뒤 재발한 사람이 대상이다.

항암백신 ITI-3000이 인체 대상 임상에 들어가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항암백신은 암 병력이 있는 환자의 암 재발을 막는 동시에 암 치료제 역할도 할 수 있는 의약품을 말한다. 

ITI-3000은 이뮤노믹테라퓨틱스의 플랫폼기술 ‘유나이트(UNITE)’를 기반으로 개발됐다. 메르켈세포암을 일으키는 주요 원인인 폴리오마바이러스의 항원을 체내 리소좀 막단백질에 탑재해 면역세포에 전달하는 방식으로 면역반응을 이끌어내 암을 치료한다.

이뮤노믹테라퓨틱스에 따르면 ITI-3000은 앞서 전임상에서 면역세포뿐만 아니라 세포독성T세포(킬러T세포), 자연살해(NK)세포, 자연살해T세포 등을 증가시켜 강력한 면역반응을 유도해낸 것으로 확인됐다.

메르켈세포암은 희귀한 피부암 중 하나로 피부 상층부에서 말초신경 가까이에 있는 메르켈세포의 악성변화로 발생한다. 암세포의 성장이 빠르고 전이를 잘 일으켜 치료가 까다로운 질병으로 알려졌다. 

환자가 비교적 적은 희귀질환인 만큼 치료제에 관한 수요가 상당히 존재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시장 조사업체 리서치앤마켓스에 따르면 메르켈세포암 치료제시장은 2019년 29억9900만 달러에서 2026년 37억8200만 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됐다.

이뮤노믹테라퓨틱스는 ITI-3000 이외에도 여러 항암 후보물질을 개발하고 있다. 현재 교모세포종 치료제 ‘ITI-1000’에 관한 임상2상을 진행하는 중이다. 

ITI-1000은 앞서 임상1상에서 대조군보다 더 긴 환자 전체생존기간 중앙값(mOS)을 달성하는 등 긍정적 결과를 확보했다. HLB는 ITI-1000 임상2상에서 임상1상과 유사한 결과가 도출되면 미국 의료당국으로부터 조건부 승인을 받아 상용화에 성공할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HLB 관계자는 “유나이트 플랫폼은 사실상 모든 암종에 적용가능해 확장성이 무궁무진하다”며 “2020년 인수한 이뮤노믹테라퓨틱스의 가치가 크게 증가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뮤노믹테라퓨틱스가 진행하는 여러 임상은 HLB그룹의 바이오사업 주력인 항암 후보물질 경쟁력을 한층 더 키운다는 면에서 의미가 크다.

HLB의 가장 대표적인 항암 후보물질은 ‘리보세라닙’이다. HLB는 미국 자회사 엘레바테라퓨틱스를 통해 리보세라닙을 간암, 위암, 선양낭성암 등의 치료용으로 개발하고 있다. 현재 미국에서 리보세라닙에 대한 신약허가신청(NDA)을 추진하는 중이다.

또 스웨덴 제약사 비베스토로부터 난소암 치료제 ‘아필리아’를 도입해 해외 판매에 나서고 있다. 올해부터 독일과 영국 등에서 판매가 본격화하면서 판매금액 일부를 수령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됐다.

다른 HLB그룹 계열사 HLB생명과학은 리보세라닙의 국내 상용화를 담당하는 한편 동물용 항암제로 개발을 맡고 있다. HLB 파트너사 중국 항서제약으로부터 항암제 ‘파이로티닙’을 도입해 개발하고 있기도 하다. 국내 바이오기업 엘에스케이엔알디오(LSK NRDO)에서도 고형암 치료제를 이전받아 연구하고 있다. 임한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