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전기전자업종 가운데서도 LG전자와 같이 TV, 가전사업 위주의 기업이 원자재 가격 변동에 더 큰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가전제품 특성상 원자재 가격이 올라도 이를 곧바로 제품가격에 반영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김지산 키움증권 연구원은 “LG전자의 가전사업은 원자재 가격과 물류비 등 원가 압박이 가중되고 있지만 판매가격 인상으로 상쇄하기 어려운 환경”이라며 “특히 TV는 가격에 따른 구매 민감도가 큰 편에다가 코로나19 특수가 소멸해 역성장 국면에 진입했다”고 분석했다.
노근창 현대차증권 연구원도 “LG전자 핵심 캐시카우인 H&A(생활가전)사업부는 단기적으로 원재재 가격 상승과 물류비용 증가 영향으로 비용이 확대되고 있다”며 “거시경제의 불확실성 해소를 기다려야 한다”고 말했다.
LG전자는 올해 1분기 가전의 주요 원재료인 철강 구매가격이 지난해보다 20.4%나 올랐다. 이밖에 플라스틱과 비슷한 소재인 레진과 구리 가격도 각각 16.3%, 36.4%씩 상승했다.
LG전자는 1분기에만 원자재 구매에 10조5590억 원을 사용했는데 이는 2021년 1분기보다 11.6% 늘어난 수치다.
하지만 LG전자는 원자재 비용 상승에 따른 제품 가격 인상을 주저하고 있다.
TV나 가전 등은 소비자들의 가격 민감도가 높아 성급하게 가격 인상을 했을 경우 판매량이 급격하게 떨어질 수 있어서다. 이는 공급 측면의 인플레이션 환경에서도 가격전가력이 높은 정유와 음식료업종 등과는 대조적이다.
실제로 LG전자가 올해 출시한 주요 올레드 TV(65·77·83인치) 가격은 지난해와 같으며 가장 대중화된 모델인 55인치 TV는 가격이 10% 정도 인하됐다.
게다가 최근 달러가치가 상승하고 있는 점도 LG전자에 온전히 호재로 작용하지 못하고 있다.
LG전자의 주력 품목들은 달러를 사용하는 북미뿐만 아니라 유럽이나 중남미, 동남아 등에서도 많이 팔리기 때문에 달러 대비 이종통화의 약세 여건은 수익성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
달러화 지수인 달러인덱스(DXY)는 10일 기준 104.15까지 오르는 등 세계적으로 달러 강세가 지속되고 있다. 달러인덱스는 유로, 엔, 파운드, 캐나다달러, 크로네, 프랑 등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화의 평균적 가치를 나타내는 지표다.
▲ LG 올레드 에보. < LG전자 >
이에 따라 조주완 사장은 비용 지출을 최소화하는 전략으로 달라진 경영환경에 대응해 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적으로 고려할 수 있는 것은 판촉비 감축이다. LG전자는 예년보다 할인 프로모션 비중을 낮춰 수익성 위주 제품판매 전략을 펼칠 가능성이 크다.
최근 가전과 TV 등의 판매에서 온라인 비중이 높아지면서 LG전자 등 전기전자업체들은 구조적으로 판촉비를 줄일 수 있는 환경이 구축되고 있다.
LG전자는 2020년 코로나19 발생에 따른 위기가 커졌을 때도 판촉비를 줄이는 방식으로 대응해 2019년보다 매출은 6.82% 줄었지만 영업이익은 오히려 60.3% 증가하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수익성을 높이기 위한 사업구조 재편도 진행하고 있다.
LG전자는 올해 6월30일자로 수익성이 계속 악화되고 있던 태양광패널사업을 종료한다. 글로벌 태양광 시장에 중국의 저가 제품 판매가 확대되며 가격경쟁이 치열해지고 폴리실리콘을 비롯한 원자재 비용이 상승하는 등 시장과 사업 환경의 악화가 지속되자 손을 떼는 것이 낫다고 판단한 것이다.
올해 3월에는 사내 희망퇴직 신청을 진행하기도 했다. 이는 2019년 현장사원 대상으로 진행한 희망퇴직 이후 3년 만이었다.
LG전자 관계자는 “기존에도 상시적으로 희망퇴직을 받아왔으며 조직 내 인력 선순환 차원에서 희망퇴직을 진행했다”고 말했다.
LG전자 자회사이자 오프라인 매장(LG베스트샵) 운영사인 하이프라자도 5월부터 희망퇴직을 받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대상자는 200~300명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는데 최근 오프라인 매장에서 제품을 구입하는 고객이 줄면서 온라인에 더 집중하기 위한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