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도시정비사업을 두고 대형건설사들 사이 치열한 수주전이 시작됐다.

대형건설사들은 지난해 도시정비사업을 단독입찰에 따른 수의계약으로 대거 사업을 따냈다. 서울 및 수도권 등 주요 지역에서 사업성이 큰 도시정비 물량이 많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올해 건설자재값이 급등하면서 도시정비시장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 여기에 사업성이 좋고 규모가 큰 도시정비사업이 많지 않아 하이엔드 브랜드 사이 정면대결까지 예고되는 등 진검승부가 펼쳐질 것으로 보인다. 
 
도시정비 양극화, 대형건설사들 '사업성 좋은 곳'과 '파리 날리는 곳'으로

▲ 대형건설사 아파트 브랜드 로고.


13일 도시정비업계 안팎의 말을 종합하면 서울 및 주요 광역시의 사업성 높은 대규모 도시정비사업에서 대형건설사들이 치열한 경쟁을 벌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올해 서울 지역에서 나올 주요 도시정비 프로젝트로 한남2구역 재개발(예상 공사비 9486억 원)과 방화5구역 재건축(예상 공사비 5214억 원)사업이 거론된다.

한남2구역에서는 롯데건설과 대우건설이 치열한 경쟁을 벌일 것으로 도시정비업계는 바라본다. 롯데건설과 대우건설은 주택사업을 강화하며 도시정비부문에 힘을 실어 올해 도시정비 신규수주 신기록 경신에 도전하고 있다. 

한남2구역 재개발조합은 이르면 올해 3분기에 시공사를 선정하는 것을 목표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두 건설사는 대표 부촌 한남동이란 상징적 입지에 고급 아파트 브랜드를 선보이기 위해 하이엔드 브랜드인 르엘(롯데건설), 써밋(대우건설)을 제시할 것으로 보인다. 

하이엔드 브랜드 경쟁에는 포스코건설도 가세한다. 포스코건설은 이달 말이나 다음달 초에 하이엔드 브랜드를 선보일 것으로 예상되는데 방배동 신동아 재건축(843세대)에서 현대건설의 디에이치와 한 판 승부를 벌일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이곳저곳에서 하이엔드 브랜드끼리 한판 승부를 펼치는 셈이다.

또한 서울 강서구 방화뉴타운의 최대어로 꼽히는 5구역사업을 두고 GS건설, 대우건설, 롯데건설, 포스코건설, SK에코플랜트 등 대형건설사들이 물밑 경쟁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곳은 대형 사업지인 데다 사업성과 입지를 모두 갖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김포공항 인근에 위치해 마곡지구 개발과 함께 주목받고 있다. 시공사 선정은 오는 9월에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여기에 방화2·3·5·6구역에서 정비사업을 위한 절차가 진행되고 있어 먼저 깃발을 세워 수주전에서 우위를 차지하려는 것으로 읽힌다. 

일례로 대우건설은 과천 지역에서 과천주공 1·5·7단지 정비사업 등을 따내며 과천을 가장 잘 아는 건설사로 홍보 효과를 톡톡히 보기도 했다. 

대형건설사들은 사업성이 높은 곳에 대해서는 시공사를 바꾸려 하는 조합을 대상으로 적극적으로 홍보활동을 펼치고 있다. 

당장 주목을 받고 있는 지역은 부산 지역이다. 

포스코건설과 GS건설은 부곡2구역(2029세대) 재개발사업을 두고 조합원들의 마음을 얻기 위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애초 포스코건설, GS건설, SK에코플랜트가 컨소시엄을 이뤄 수주했던 곳이지만 조합에서 컨소시엄 방식으로 사업 진행을  원하지 않아 올해 초 시공사를 해지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촉진3구역 재개발(3554세대)사업을 두고는 조합에서 HDC현대산업개발에 시공사 해지 통보를 했다는 소식이 알려지며 삼성물산, DL이앤씨, GS건설 등 대형건설사들이 현수막을 내걸었다. 

다만 촉진3구역 재개발조합은 지난 5월22일 해지 안건을 통과시켰다고 하지만 HDC현대산업개발은 찬성률이 50%를 넘지 못해 부결됐다고 주장하고 있어 법적 다툼으로 번질 것이란 말이 나오고 있다. 

앞서 지난해부터 올해 초까지만 해도 대형건설사들끼리 경쟁이 없지는 않았지만 이렇게 뜨겁지는 않았다.

대형건설사들이 단독입찰에 따른 수의계약을 통해 도시정비사업 수주를 따낸 사례가 유달리 많았다. 여기에 10위권 이내 대형사들이 컨소시엄을 이뤄 입찰함으로써 경쟁 수주가 사실상 무의미해지기도 했다.

대표적 사례가 최근 시공사 선정이 대거 이뤄진 대전 도마·변동 재정비촉진지구 내 재개발사업이다.

현대건설과 GS건설은 지난 2일 도마변동5구역 재개발(공사비 7969억 원)사업을 두산건설을 제치고 따냈다. 이어 DL이앤씨와 대우건설이 손잡고 동부건설과 수주전을 벌인 결과 7일 도마변동13구역 재개발(7255억 원)사업을 수주했다. 

또한 롯데건설과 현대엔지니어링은 DL건설을 이기고 12일 도마변동4구역 재개발(9212억 원)을 맡게 됐다. 

노른자위 사업장에 대한 경쟁이 격화하는 한편, 사업성이 나오지 않는다고 판단되면 입찰에 참여하는 건설사가 아예 없는 사업장들도 늘어나고 있다. 이는 건설자재값이 올해 초부터 급격히 오른 영향으로 풀이된다. 

6월 톤당 철근 기준값은 109만7천 원으로 전달(110만 원)보다 3천 원 빠졌다. 하지만 지난해 초 톤당 70만 원 수준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50%가 넘게 오른 셈이다. 

시멘트가격도 지난해 12월 18%가량 오른 뒤 올해 3분기부터 톤당 9만8천 원으로 15.2% 인상될 것으로 예상된다. 골재 가격도 5월부터 입방미터(㎥) 당 8만300원으로 13.1% 상승했다. 

실제 조 단위 공사비 사업인 부산 우동3구역 재개발사업과 경기 성남 수진1구역 및 신흥1구역 공공재개발사업 입찰에는 단 한 곳의 건설사도 참여하지 않았다. 이날 입찰을 마감한 우동3구역 재개발사업에도 건설사들이 입찰하지 않아 3번째 유찰됐다. 

도시정비업계 관계자는 “건설자재값 인상 여파는 이미 1분기부터 시작됐고 물류차질에 따른 건설현장이 멈출 수 있어 부담이다”며 ”대형건설사에서 주택사업의 이익 비중이 큰 만큼 서울 등 주요 지역에서 사업성 높은 도시정비사업 수주를 위해 계산기를 두드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류수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