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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녕의 중국기업인 탐구] 럭스쉐어 왕라이춘(2) 애플 두고 폭스콘 맞서

노녕 기자 nyeong0116@businesspost.co.kr 2022-06-10 1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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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녕의 중국기업인 탐구] 럭스쉐어 왕라이춘(2) 애플 두고 폭스콘 맞서
▲ 팀 쿡 애플 CEO(오른쪽)와 왕라이춘 럭스쉐어 회장이 2017년 럭스쉐어 공장을 방문해 애플 제품 생산 과정을 지켜보고 있다. <럭스쉐어>
[비즈니스포스트] 애플 아이폰과 애플워치, 에어팟 등 주력 제품을 위탁생산해 공급하는 중국 럭스쉐어(Luxshare)는 하반기 출시되는 아이폰14 시리즈 생산도 확정지었다.

다른 위탁생산업체와 비교해 뒤늦게 애플 협력사로 선정됐지만 기술력과 안정적 생산 능력 등을 인정받아 애플 공급망에서 갈수록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게 된 셈이다.

럭스쉐어는 애플의 공급망 다변화 전략에 맞춰 중국 이외 지역으로 공장 투자를 확대하면서 과거에 고객사였던 대만 폭스콘의 경쟁상대로 떠오르고 있다.

◆ 폭스콘 경쟁상대로 성장

럭스쉐어는 폭스콘 등 대만 업체들이 독점하고 있던 애플 제품 공급망에서 입지를 점차 강화하면서 현재는 폭스콘의 경쟁상대로 거론될 만큼 성장했다.

왕라이춘 럭스쉐어 회장이 애플 제품 공급망에서 더 확실하게 자리를 잡기 위해 힘쓴 데 따른 성과다.

럭스쉐어는 현재 중국 장쑤성에 위치한 쿤산시에서 투자규모 110억 위안(2조700억 원), 면적 28만5천 제곱미터에 이르는 아이폰 생산단지를 짓고 있다. 이는 축구장 40개를 합친 것과 맞먹는 넓이다.

이 공장은 이르면 올해 가동을 시작해 연간 수백만 대의 아이폰을 조립할 수 있게 된다.

럭스쉐어는 2017년 애플 에어팟 생산을 맡게 된 것을 시작으로 2020년부터 구형과 보급형 아이폰 모델 생산을 맡았다. 2021년부터 고가 제품인 아이폰13프로 물량도 소량 생산하기 시작했다.

애플은 폭스콘이 아이폰 주문 물량을 감당하지 못하자 럭스쉐어에 일부 아이폰 생산물량을 넘겨줬으며 이는 럭스쉐어가 중국 본토에서 유일한 아이폰 공급업체로 입지를 굳힌 계기가 됐다.

왕라이춘은 럭스쉐어가 아이폰 공급업체로 선정될 수 있도록 철저히 준비했다.

2020년 7월 왕라이춘은 럭스쉐어를 통해 기술력 한계로 실적 부진을 겪고 있던 중국 스마트폰 위탁생산 업체 위스트론의 아이폰 관련 사업부를 인수했다.

왕라이춘은 인수합병을 마무리한 뒤 위스트론의 사업부와 공장을 집중적으로 분석하고 기술적 결함을 찾아 보완해 애플 아이폰 공급업체로 선정되기 위한 작업을 마쳤다.

왕라이춘이 애플 제품 공급망에서 입지를 강화하기 위해 더 저렴한 가격에 제품을 공급하거나 애플이 원하는 대로 주문 물량을 조절해 주는 등 전략을 통해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의 눈에 들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니케이아시아 보도에 따르면 매년 아이폰 출하량은 약 2억 대에 이르며 이 가운데 60%는 폭스콘이 조립하고 약 30%는 대만 페가트론이 조립한다.

쿤산 아이폰 생산단지가 가동되면 럭스쉐어는 가장 먼저 페가트론과 본격적으로 아이폰 생산 점유율을 차지하기 위한 싸움을 시작하면서 폭스콘의 경쟁상대로 존재감을 키울 것으로 보인다.

폭스콘 측에서도 몇 년 전부터 럭스쉐어를 견제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럭스쉐어가 ‘제2의 폭스콘’으로 불릴 정도로 매섭게 성장하자 위기를 느낀 궈타이밍 폭스콘 회장은 럭스쉐어를 견제하기 위한 태스크포스팀을 꾸려 운영하고 있다.

폭스콘의 태스크포스팀은 럭스쉐어의 사업 확장 계획, 기술 연구개발 진도, 인력 채용 전략 등과 함께 중국 정부로부터 받는 지원 등을 알아내 미리 대응하는 전략을 짜는 임무를 맡고 있다.
[노녕의 중국기업인 탐구] 럭스쉐어 왕라이춘(2) 애플 두고 폭스콘 맞서
▲ 왕라이춘 럭스쉐어 회장(오른쪽)이 '2018 화웨이 핵심 공급업체 금상'을 수여 받고 있다. <럭스쉐어>
◆ 폭스콘 공장 11년 경험으로 럭스쉐어 키워내

왕라이춘은 럭스쉐어 매출을 2010년 10억 위안 수준에서 2021년 1284억 위안으로 키워냈다. 중국의 성공한 여성 기업가 가운데 대표적 인물로 꾸준히 언급되는 인물이다.

그가 성공할 수 있었던 데는 폭스콘 공장에서 10년 넘게 근무한 경험과 사업 초창기 궈타이밍 폭스콘 회장의 도움이 가장 큰 기반이 됐다.

왕라이춘은 1988년 폭스콘이 중국 광둥성 선전시에 세운 첫 공장의 첫 직원 채용에서 뽑혀 11년 동안 일했다.

궈타이밍이 왕라이춘의 능력을 인정해 직접 선전 공장 과장직으로 승진시켜 왕라이춘은 당시 중국인이 폭스콘 공장에서 담당할 수 있는 최고 직위까지 올랐다.

왕라이춘은 공장에서 부품을 만들고 직원을 관리한 경험과 궈타이밍의 운영 방침을 습득한 것을 바탕으로 2004년 럭스쉐어를 세워 충전기, 커넥터 등 제품을 생산하기 시작했다.

그는 궈타이밍의 운영 방침을 그대로 적용해 회사를 경영했으며 사업 초기 주문도 모두 폭스콘으로부터 수주 받아 럭스쉐어의 초기 사업 규모를 키웠다.

중국 매체 숫자망에 따르면 왕라이춘은 럭스쉐어가 중국 선전증시에 상장한 뒤 인터뷰에서 “폭스콘 운영 방식과 경영이념의 영향을 가장 크게 받았으며 회사 직원 수가 100여 명에서 몇 만 명으로 늘어 날만큼 규모가 커질 때까지 폭스콘에서 배운 시스템으로 운영했다”고 했다.

특히 2010년 럭스쉐어 중국 선전증시 상장을 앞두고 궈타이밍의 남동생 궈타이창이 자신의 회사를 통해 4천만 위안을 들여 럭스쉐어 지분 400만 주(전체의 3%)를 인수하면서 럭스쉐어의 3대 주주가 됐다.

다만 왕라이춘이 애플 제품 공급망에서 럭스쉐어 입지를 점차 키우자 폭스콘과 관계도 멀어지기 시작했다. 궈타이창도 2018년 럭스쉐어 지분을 모두 매각하고 주요 주주 자리에서 물러났다.

왕라이춘은 2019년 포브스가 선정한 '세계 억만장자' 순위에서 1168위를 기록했고 2021년에는 208위로 순위가 껑충 뛰었다. 2021년 포브스가 선정한 '중국 최고 CEO' 순위에서는 11위를 차지했다.

럭스쉐어는 애플의 공급망 다변화 정책에도 적극적으로 대응해 중국 이외 해외 공장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최근 중국이 코로나19를 잠재우기 위해 도시 봉쇄 등 강력한 방역 조치를 시행하면서 애플이 공급망 업체들에 중국 이외 지역으로 생산거점을 옮길 것을 적극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매체 팽배신문에 따르면 럭스쉐어는 5월6일 진행된 투자자활동에서 중국 생산능력 가운데 약 60%는 상하이가 포함된 중국 화둥 지역에 위치해 있어 객관적으로 보면 당국 방역 조치에 따른 리스크를 받을 수 있다고 밝혔다.

아이폰 등 제품 생산거점이 중국에 집중되어 있는 데 따른 불확실성을 언급한 셈이다.

럭스쉐어는 2019년 인도와 베트남에 에어팟 등 제품 생산공장을 신설했다. 앞으로 해외 투자가 더욱 확대될 가능성도 열려 있다. 노녕 기자
손자병법에 지피지기 백전불태(知彼知己 百戰不殆)라는 말이 나온다. 적을 알고 나를 알면 위험할 일이 없다는 의미이다.

중국 기업은 세계무대에서 다방면에 걸쳐 우리 기업과 경쟁하고 있다. 이들과 맞서기 위해서는 이들을 더욱 깊이 이해할 필요가 있다.

특히 우리에게 익숙한 중국 기업이라도 이들을 이끄는 핵심 인물들은 잘 알려지지 않고 있다. 우리기업의 경쟁상대인 중국 기업을 이끄는 인물이 어떤 사람이고 어떤 경영전략과 철학을 지니고 있는지 집중적으로 탐구해 본다. <편집자주>

노녕의 중국기업인 탐구-럭스쉐어 왕라이춘(1), 애플 전기차 생산 노려
노녕의 중국기업인 탐구-럭스쉐어 왕라이춘(2), 애플 두고 폭스콘 맞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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