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왕메이화 대만 경제부 부장과 자비네 베얀트 유럽연합 집행위원회 통상총국 국장. <대만 경제부> |
[비즈니스포스트] 대만과 유럽연합(EU)이 처음으로 반도체 분야를 중심으로 한 장관급 회의를 진행했다.
양측이 반도체와 관련해 협력을 확대하기로 한 만큼 앞으로 세계 최대 반도체 파운드리 업체 TSMC를 포함한 대만 현지 반도체 업체의 공장이 유럽에 들어설 가능성이 커졌다.
3일 대만 매체 공상시보(궁상스바오)에 따르면 왕메이화 대만 경제부 부장과 자비네 베얀트 유럽연합 집행위원회 통상총국 국장이 처음으로 화상회의를 열어 반도체 협력 문제를 논의했다.
대만과 유럽연합은 각각 전문 협상팀을 꾸려 반도체 공급망 강화 뿐 아니라 무역 절차 간편화, 디지털경제 협력 등 의제와 관련해 추가 협상을 진행하기로 했다.
왕 부장은 “대만은 글로벌 반도체 업계에서 신뢰할 만한 파트너 역할을 이어갈 것이며 (유럽연합의) 반도체 공급망 안정을 위해 협조하겠다”고 말했다.
유럽도 최근 미국처럼 설비투자와 세액공제 등 대대적 유인책을 통해 반도체 생산 공장을 유치하면서 자체 반도체 경쟁력을 확대하는 데 집중하고 있는 만큼 대만이 중요한 파트너일 수밖에 없다.
대만과 유럽의 반도체 협력이 확대되면 특히 세계 최대 반도체 파운드리 업체인 대만 TSMC 등의 유럽 생산공장 설립이 본격화될 가능성이 크다.
대만 매체 중앙사(중양서)에 따르면 옌후이신 대만 중화경제연구원 세계무역기구(WTO)센터 부집행장은 “유럽연합은 대만에게 미국과 비슷한 반도체 파트너로 입지가 강화되는 것을 원할 것이며 최종적으로는 대만 반도체 업체가 유럽에 공장을 세우는 것을 바라보고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TSMC는 지난해부터 독일에 첫 유럽 파운드리 공장을 세우는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이번 장관급 협의를 기점으로 추가 투자에 속도가 붙을 가능성이 있다.
대만 매체 경제일보(징지르바오)는 2월 업계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TSMC 독일 공장 부지 승인이 아직 초기 단계에 있다고 보도했다. 유럽연합의 지원을 통해 공장 투자에 필요한 승인 절차도 더욱 원활해질 수 있다.
유럽연합은 지난 2월에‘유럽반도체법’을 발표하면서 대만과 반도체 분야에서 무역과 투자를 더 확대해 협력을 강화하겠다고 밝힌 적 있다.
유럽반도체법은 2030년까지 전체 450억 유로를 투자해 유럽 첨단 반도체 생산능력을 구축하고 전문인력을 육성하겠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최종적으로 현재 9%에 그치는 유럽의 글로벌 반도체 시장점유율을 20%까지 끌어올리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대만과 유럽연합은 그동안 차관급 협의만 진행했으나 이번에 처음 장관급 협의를 진행했다.
대만과 유럽연합이 전문 협상팀을 꾸려 협의를 진행하게 된다면 대만은 추후 미국과 체결했던 것처럼 유럽연합과도 양자투자협정(BIA)이나 자유무역협정(FTA)을 맺을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왔다.
중앙사에 따르면 옌 부집행장은 “이번에 장관급 협상에서 반도체 공급망 전망과 전략적 의제를 다룬 것을 보면 협상 테이블이 ‘21세기 무역에 관한 미국-대만 이니셔티브’ 수준까지 올라갈 수 있다”고 말했다.
‘21세기 무역에 관한 미국-대만 이니셔티브’는 대만과 미국이 내놓은 새로운 경제 분야 협력 방안이다. 노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