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병현 기자 naforce@businesspost.co.kr2022-06-01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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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삼성전자가 올해 상반기 3나노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양산을 앞둔 가운데 퀄컴과 AMD가 첫 외부고객이 될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애플과 인텔이 대만 TSMC와 협력을 강화하고 있어 이들의 경쟁사인 퀄컴과 AMD는 삼성전자와 손잡을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1일 반도체업계에 따르면 크리스티아노 아몬 퀄컴 최고경영자(CEO)가 5월21일 ‘한-미 비즈니스 라운드 테이블’에 참석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대화를 나눈 것을 두고 향후 위탁생산을 염두에 둔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삼성전자는 퀄컴의 최대 고객사 가운데 하나다.
퀄컴은 반도체설계(팹리스) 기업으로 전체 매출의 50% 이상을 스마트폰 모바일 프로세서(AP)를 통해 거두는 만큼 세계에서 스마트폰을 가장 많이 생산하는 삼성전자 MX사업부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올해 출시된 갤럭시S22 시리즈에 장착되는 AP 가운데 75%는 퀄컴 제품이다.
동시에 삼성전자는 퀄컴의 주요 파운드리 협력사이기도 하다.
퀄컴이 설계한 AP는 TSMC나 삼성전자 파운드사업부가 만들어주는데 최근 퀄컴과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의 거래양은 증가하고 있다. 퀄컴은 올해 출시한 스냅드래곤8 1세대는 삼성전자 4나노 공정에, 스냅드래곤8 1세대플러스는 TSMC 4나노 공정에 각각 맡겼다.
그 결과 퀄컴은 2022년 1분기 삼성전자의 '5대 거래처'로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다만 퀄컴은 삼성전자의 4나노 수율(결함이 없는 합격품의 비율)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자 3나노 공정은 TSMC를 우선적으로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일각에서는 이미 퀄컴이 TSMC에 3나노를 맡겼다는 말도 흘러 나온다.
하지만 최근에는 퀄컴이 삼성전자 파운드리와 관계를 계속 이어갈 것이란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다.
우선 글로벌 공급망 문제가 장기화되는 상황에서 TSMC가 공장 라인을 애플에 우선적으로 배정하는 정책을 유지하고 있어 TSMC만으로는 퀄컴이 원하는 만큼 충분한 생산량을 확보하기 쉽지 않다. 또 삼성전자가 주요 고객처라는 점도 고려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4나노처럼 3나노에서도 일부 물량은 삼성전자에, 일부는 TSMC에 맡기는 전략을 이어갈 가능성이 크다.
알렉스 카투지안 퀄컴 수석부사장은 5월24일 “여러 파운드리 파트너로부터 반도체를 구매하는 공급망 다변화 전략이 반도체 부족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됐다”며 “코로나19 속 충분한 반도체 공급을 보장하기 위해 이런 전략을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AMD가 삼성전자 3나노 공정의 첫 고객이 될 수도 있다.
대만 디지타임스 등 외신에서 나오는 이야기를 종합하면 AMD가 2023년에 선보이려던 차세대 CPU(중앙처리장치) ‘젠5’의 출시가 2024년이나 2025년으로 연기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AMD는 젠5를 TSMC의 3나노 공정으로 양산한다는 계획을 세웠는데 경쟁사인 인텔이 라인을 선점함으로써 1년 이상을 기다려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AMD로서는 TSMC의 3나노 공정 라인이 비는 것을 기다려 젠5 출시 일정을 늦추거나 이전 공정인 4~5나노로 젠5를 양산하는 선택지가 있다. 하지만 두 방안 모두 치열해지고 있는 인텔과 경쟁에서 밀릴 수 있다는 점에서 AMD에게 좋은 결정이 아니다.
따라서 AMD는 삼성전자 3나노 공정도 고려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삼성전자는 AMD와 손잡고 AP ‘엑시노스2200’을 개발하는 등 최근 협력관계가 강화되고 있다.
류영호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는 AMD의 GPU 노하우를 얻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지속적 협력관계를 통해 파운드리 사업을 중장기적으로 확장할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했다.
삼성전자가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170억 달러 규모의 새로운 파운드리 공장을 건설하는 것도 AMD의 파운드리 수주를 받을 수 있는 요인으로 부각되고 있다.
AMD의 본사는 테일러시와 가까운 텍사스주 오스틴에 있다.
해외 IT전문매체 PC게이머는 “삼성전자와 AMD의 지리적 연결은 완전한 우연의 일치일 수 있지만 미국에 기반을 둔 최첨단 파운드리 공장이 고객을 찾기 위해 멀리 갈 필요가 없다는 점은 분명하다”며 “대만은 중국과 지정학적 문제도 있기 때문에 한 제조업체에 의존하는 것은 치명적일 수 있다”고 보도했다.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