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건설사가 해외 프로젝트 발주처를 상대로 잇따라 소송을 내고 있다.
발주처가 시공사에 무리한 요구를 하거나 일방적인 계약해지를 통보하는 상황에서 건설사들이 일방적으로 손실을 떠안을 수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
|
|
▲ 최치훈 삼성물산 사장. |
20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물산이 카타르철도공사(QRC)가 일방적으로 계약해지를 통보한 도하 메트로 프로젝트에 대해 법적 대응에 나서기로 했다.
삼성물산은 이번 소송을 통해 계약해지에 따른 손해배상금과 미청구공사금 등을 발주처에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또 카타르철도공사가 추가로 요구한 공사지연 배상금 2450만8천 달러에 대한 협상도 동시에 진행하기로 했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현재 어떤 방식으로 법적 대응을 할지는 정해지지 않았지만 법무팀에서 프로젝트 계약서와 현지 법률에 따라 분쟁해결 절차를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물산은 18일 카타르철도공사(QRC)로부터 7935억 원 규모의 도하 메트로 프로젝트 계약해지를 통보받았다.
도하 메트로 프로젝트는 삼성물산이 2013년 스페인 건설사 OHL, 카타르빌딩컴퍼니(QBC)와 컨소시엄을 이뤄 수주한 것으로 공사규모가 14억 달러에 이른다. 이 가운데 삼성물산의 지분은 7억 달러였다.
카타르철도공사는 이미 삼성물산에 해당 프로젝트의 계약해지를 통보한 뒤 그리스 업체 등 다른 건설사와 접촉해 새로운 시공사를 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계약해지는 카타르철도공사가 삼성물산에 계약내용 이외의 무리한 내용을 요구했기 때문인 것으로 파악된다.
삼성물산은 4일 “공사 진행 과정에서 발주처가 계약 범위를 벗어난 업무 지시를 하면서 분쟁이 발생했다”며 “계약으로 규정된 분쟁 해결절차가 진행되던 가운데 발주처가 계약해지 공문을 발송했다”고 설명했다.
삼성물산이 국제 소송에 들어가더라도 승소할 수 있는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해 국제소송을 진행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보인다.
삼성엔지니어링도 발주처의 횡포에 따라 입은 손실을 보상해달라는 국제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삼성엔지니어링은 4월 사우디아라비아 플랜트 프로젝트의 발주처인 미국 업체를 상대로 2억200만 달러 규모의 손해배상 소송을 냈다.
|
|
|
▲ 박중흠 삼성엔지니어링 사장. |
해당 프로젝트는 사우디아라비아 라스알카이르 지역에 알루미늄 판재 생산공장을 짓는 사업으로 2011년 2월 착공돼 2014년 6월 완공됐다.
이 과정에서 발주처가 일부 설비의 하자보수를 요구하면서 공사기간이 1년 이상 지연됐고 삼성엔지니어링은 발주처에 1400억 원의 지체보상금을 물어줬다.
삼성엔지니어링은 발주처 기술진이 감리업무를 소홀히 하고 부당하게 보수공사를 요구하는 등 횡포를 부려 공사기간이 지연된 책임을 묻는 것으로 알려졌다.
손태홍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국내 기업들이 과거에는 발주처의 무리한 요구를 감당하며 공사를 진행했지만 최근 국내 기업의 실적이 좋지 않은 상황이라 무작정 손실을 키울 수 없다고 판단해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