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증권업계와 해외건설업 안팎의 말을 종합하면 중동발 발주가 늘지 않아도 현대건설은 2분기부터 본격적으로 해외수주를 할 것으로 전망됐다.
올해 1분기 현대건설의 해외수주에서 별 재미를 보지 못했다.
먼저 중동 지역은 올해 초 대형 플랜트 발주가 많이 나올 것으로 예상됐지만 최근 분위기가 바뀐 것으로 파악된다.
국제유가는 높아졌지만 가격이 불안정하기 때문에 공사기간이 긴 대형 프로젝트의 입찰 및 계약이 일정대로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 현대건설은 지난해 입찰에 참여했던 사우디아라비아 줄루프 유전개발 프로젝트를 아쉽게 최근 일본 JGC에 내줘 쓴잔을 마셔야 했다.
하지만 2분기에는 달라질 가능성이 크다.
줄루프 프로젝트를 놓쳤고 러시아 제재에 이집트 엘바다 원전(1조 원) 수주까지 불투명해졌지만 윤영준 사장은 해외수주 도전을 이어가고 있다.
엘다바 원전은 이집트 원자력청이 발주했지만 사업자금을 러시아 정부로부터 빌려 진행하고 원전을 가동해 얻은 수익으로 갚는 사업방식을 채택하고 있어 서방의 러시아 제재에 직접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장문준 KB증권 연구원은 “현대건설은 2022년 1분기에 특별한 대형 해외수주가 없었던 것으로 파악된다”며 “입찰을 마친 필리핀 남북철도(2조 원), 우즈베키스탄 발전소(7천억 원), 사우디아라비아 네옴시티 터널(2조 원) 등의 수주 결과가 2~3분기에 확인될 것이다”고 말했다.
장 연구원은 “결과에 따라 별도 해외 수주목표인 5조6천억 원 달성 여부를 가늠해 볼 수 있을 것이다”고 덧붙였다.
건설업계는 현대건설이 필리핀 남북철도와 우즈베키스탄 발전소 사업을 수주할 가능성이 높다고 바라본다.
여기에 더해 카타르와 쿠웨이트에서 대규모 플랜트 수주 기회를 노리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중동건설시장 전문매체 MEED의 최근 보도를 보면 쿠웨이트 국영석유회사 KIPIC는 100억 달러(12조 원)에 이르는 알주르(Al-Zour) 석유화학 단지 조성에 관한 타당성 조사 입찰을 준비하고 있다.
쿠웨이트가 석유 및 가스 플랜트 프로젝트에 관한 승인을 미뤄왔는데 KIPIC의 이러한 움직임에 조만간 발주가 나올 수 있다는 긍정적 관측이 나온다.
현대건설은 KIPIC에서 지난해 4월 알주르 석유화학 단지에 관한 3개의 패키지 입찰에 참여할 수 있는 입찰자 명단에 포함됐다. 패키지 1·2에는 이탈리아 사이펨(Saipem)과 그룹을 이뤘고 패키지3을 두고는 현대엔지니어링과 그룹을 이뤄 이름을 올렸다.
각각의 패키지에 다른 협력사와 손잡고 참여한 것은 그만큼 수주 의지가 크다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또한 이 매체는 최근 10억 달러(1조2천억 원)에 이르는 카타르 노스필드 확장 프로젝트의 입찰 평가가 진행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입찰서에 대한 초기평가 결과 한국의 A사가 선두주자로 떠오른 것으로 알려졌으나 발주처인 카타르에너지는 이에 대한 대답을 거부했다고 함께 보도했다.
이 프로젝트에 지난 2월 현대건설과, 사이펨, 스페인 TR이 입찰에 응한 점을 고려하면 한국의 A사는 현대건설인 것으로 추정된다.
또한 아랍에미리트 하일앤가샤 프로젝트도 이르면 올해 말이나 내년 초에 입찰이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이 사업을 두고 삼성엔지니어링과 현대건설이 각각 공을 들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밖에 윤 사장은 노르웨이 해저터널 프로젝트(2조7400억 원), 인도네시아 데이터센터 등을 두고 물밑 작업을 펼치고 있다.
강경태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현대건설은 사우디아라비아 자푸라가스전, 카타르 루사일 건축, 파나마 메트로 등 주요 대형 해외 프로젝트에서 올해 본격적으로 매출이 발생해 하반기로 갈수록 실적 기여도가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류수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