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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융노조가 13일 배포한 사진. 금융노조는 산업은행에서 전날 직원들에게 성과연봉제 동의서를 강제로 받는 장면을 찍었다고 주장하고 있는 반면 산업은행은 금융노조에서 상황설명을 왜곡했다고 반박했다. |
KDB산업은행에서 직원들에게 성과연봉제 도입에 대한 동의서를 강제로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돼 파문이 일고 있다.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금융노조)는 13일 금융공공기관에서 직원들에게 성과연봉제 동의서 제출을 강요하고 있다며 관련 사진을 증거자료로 공개했다.
금융노조가 공개한 사진을 보면 금융공공기관 직원으로 추정되는 사람들이 손을 앞으로 모은 자세로 사무실에 한줄로 서 있다. 이 가운데 한 여성은 울고 있는 듯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있다.
금융노조 관계자는 “산업은행에서 12일 직원들에게 성과연봉제 동의서를 내라고 강요하는 장면을 찍은 것”이라며 “회사 측이 정부와 금융당국의 강압적인 움직임에 따라 직원들에게 동의서를 강제로 받는 과정에서 불법이 자행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산업은행은 11~13일 동안 4급 이상 행원들을 대상으로 성과연봉제 도입 동의서를 받았다.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은 10일 금융공공기관장 간담회에서 임종룡 금융위원장으로부터 성과연봉제 도입에 속도를 내야 한다고 요구받았는데 이에 대한 후속조치인 셈이다.
산업은행은 금융노조에서 사진 속 상황을 왜곡해 설명했다고 반박했다. 성과연봉제 도입에 대한 동의서 제출도 강제로 요구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산업은행은 “사진 속 직원들이 부서장실에서 동의서 제출을 자율적으로 논의하던 도중 노동조합 간부가 갑자기 들어오자 놀라 얼굴을 가리거나 고개를 숙인 순간에 사진을 찍었다”며 “직원들은 전원 동의서를 내지 않았으며 당사자의 허락 없이 사진을 외부에 제공한 노조에 항의했다”고 밝혔다.
성과연봉제를 둘러싼 금융공공기관의 노사갈등은 최근 들어 더욱 격화되고 있다.
금융노조는 14일 금융공기업지부 합동 대의원대회를 열어 성과연봉제 반대를 안건으로 상정키로 하는 등 투쟁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 이날 대의원대회에는 금융공공기관 지부 9곳의 대의원을 포함해 전체 2천여 명이 참석한다.
김문호 금융노조 위원장과 금융공공기관 9곳의 노조 대표들은 대의원대회에서 성과연봉제 도입에 항의해 삭발식을 열기로 했다.
금융노조 관계자는 “2002년 이후 모든 지부의 대의원이 14년 만에 같은 자리에 모일 정도로 성과연봉제 도입 저지에 대한 의지가 확고하다”며 “향후 진행되는 상황에 따라 9월에 총파업을 하는 방안도 적극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노조는 야당과 공조도 준비하고 있다.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11일 금융공공기관의 성과연봉제 도입 과정에서 일어난 불법행위에 대해 진상조사를 하겠다고 밝혔다.
금융노조 관계자는 “개별 금융공공기관 지부를 대상으로 회사 측에서 저지른 불법행위에 대해 조사하고 있다”며 “증거가 취합되는 대로 진상조사단 구성을 요청할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