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국정과제 최우선 순위에 민생 경제 회복을 둔다는 의미에서 새 정부 초대 국무총리로 경제 전문가를 내세울 것이란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을 지낸 박용만 전 두산인프라코어 회장을 비롯해 삼성전자 사장과 정보통신부 장관을 지낸 진대제 스카이레이크인베스트먼트 회장, 고려대학교 총장을 역임한 염재호 SK 이사회 의장 등 기업인 출신의 후보들이 하마평에 오르내린다.
 
윤석열정부 초대 총리 경제전문가 가능성, 박용만 진대제 염재호 물망

▲ (왼쪽부터)박용만 전 두산인프라코어 회장, 진대제 스카이레이크인베스트먼트 회장, 염재호 SK 이사회 의장.


28일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및 국민의힘 안팎에 따르면 새 정부 초대 총리에는 경제 관료 및 학자 또는 실제 기업을 이끌어 본 기업인 등 경제분야 전문가가 유력 후보군으로 추려지고 있다.

윤석열 당선인은 26일 인수위원회 워크숍에서 "가장 중시해야 하는 것은 실용주의고 국민의 이익"이라며 "제일 중요한 것이 경제"라고 말해 국정과제 최우선 순위에 민생 경제 회복을 둔 점을 시사했다.

김은혜 당선인 대변인도 28일 브리핑에서 "경제부총리나 금융위원장, 대통령실 경제수석까지 경제원팀이 드림팀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만들어줄 최적임자를 총리후보자로 찾는다"고 말해 이러한 기조를 재확인했다.

일각에서는 새 정부 들어 여소야대 상황이 펼쳐지는 만큼 민주당의 반발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라도 초대 총리로 정치인 출신 인사보다는 경제인 가운데 발탁하는 것이 윤 당선인에게 부담이 덜 할 것이란 전망도 있다.

기업인 출신으로는 박용만 전 두산인프라코어 회장이 유력한 후보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박 전 회장은 40년가량 경영 일선에서 활동했으며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약 8년 동안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으로서 경제계와 정치권의 가교 역할을 해낸 만큼 기업과 국내외 경제 상황에 해박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박 전 회장이 민주당 인사들과 친분이 깊은 점은 인사청문회 시 유리한 점으로 꼽힌다.

그는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시절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 파트너 역할을 하며 다른 경제단체 수장들보다 정부에 온건한 목소리를 냈다. 지난 대선 때에는 이재명 민주당 후보와 대담을 진행하기도 했다.

박 전 회장은 24일 자신이 보유한 두산 주식을 모두 처분했는데 이 때 정치권에서는 인사검증 준비에 들어간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기도 했다.

현직 경영인 중에는 진대제 스카이레이크인베스트먼트 회장 겸 솔루스첨단소재 대표이사가 총리 후보군으로 거론된다. 

진 회장은 삼성전자 디지털미디어 총괄 대표이사 사장을 지냈으며 노무현 정부 때 정보통신부 장관을 역임했다.

진 회장은 삼성전자 재직 시절 세계 최초의 64메가, 128메가, 1기가 디램 등의 개발을 지휘하며 삼성전자의 '반도체 신화'를 일군 주역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노무현 정부 시절에는 정보통신부 장관으로 3년 동안 일하면서 대한민국이 IT강국으로 도약할 발판을 마련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윤석열 당선인의 주요 공약 가운데 하나가 '디지털플랫폼정부'라는 점도 진 회장의 입각 가능성이 점쳐지는 부분이다. 노무현 정부 장관 출신이라는 점에서 통합 행보에도 무게가 실릴 수 있다.

진 회장은 IT(정보기술)전문 사모펀드인 스카이레이크인베스먼트의 출범 10년 만에 운용자산을 300억 원에서 2조 원으로 67배 늘리는 성과를 내기도 했다.

이밖에 염재호 SK 이사회 의장도 물망에 오르고 있다.

염재호 의장은 고려대학교 총장을 지낸 학자 출신이면서도 2019년부터 SK그룹의 지주회사인 SK에 사외이사로 이름을 올리고 이사회 의장을 맡아 경영 활동에 참여했다.

윤석열 정부가 재계를 대표해 SK그룹과 긴밀한 관계를 형성할 수 있다는 점에서 염재호 의장 카드를 선택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윤 당선인과 삼성그룹 사이 껄끄러운 관계는 익히 잘 알려진 사실이다. 또 현대차그룹은 문재인 정부의 수소경제 정책에 발 맞춰온 만큼 SK그룹이 새 정부와 호흡을 맞출 수 있다는 것이다. 최태원 SK그룹이 대한상의 회장을 맡고 있다는 점도 이런 시선에 무게를 싣는다.

인수위원회에 SK와 인연을 맺었던 인사가 4명 포함된 점도 이러한 시선을 뒷받침한다.

이창양 전 SK하이닉스 사외이사, 왕윤종 전 SK 중국경제연구소장, 유웅환 SK텔레콤 고문이 각각 경제2분과에서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김일범 전 SK 수펙스추구협의회 부사장은 외신공보 보좌관을 맡았다. 

SK출신 인수위원 상당수가 최태원 회장과 인연을 맺고 있는데다 염재호 의장이 최태원 회장의 선친인 고 최종현 SK그룹 선대회장이 설립한 한국고등교육재단 장학생 출신이란 점 등을 고려할 때 염 의장이 총리에 오른다면 윤석열 정부가 SK그룹과 접점을 늘릴 여지는 충분하다.

총리 선임에 여소야대 상황의 국회 인준이 필요하기 때문에 전현직 기업인보다 인사청문 절차가 수월한 관료를 선택할 가능성도 존재한다. 한덕수 전 국무총리, 임종룡 전 금융위원장, 정덕구 전 산업자원부 장관, 윤증현 전 기획재정부 장관 등의 이름이 오르내리는 이유다.

이 외에 기업인이자 정치인인 안철수 국민의힘 후보의 총리 지명 가능성도 여전히 살아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김남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