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박재범 소주' 기획자 김희준 "잭다니엘 같은 브랜드가 꿈"

▲ 김희준 원스피리츠 BM(브랜드 매니저). <원스피리츠>

[비즈니스포스트] “우리나라 사람들도, 외국 사람들도 '원소주'를 마셔보고 소주가 맛있는 술이라고 생각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런 술을 내가 직접 만들고 싶었는데 박재범 대표를 만나 내 꿈을 이루게 된 셈이다.”

최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가장 핫한 이슈 가운데 하나로 떠오른 '원소주'. 가수 박재범씨가 한정판으로 내놓은 이 소주에 수많은 사람들이 열광하고 있다. 

'원소주'는 김희준 원스피리츠 BM(브랜드매니저)이 오랫동안 상상해온 꿈의 결실이다.

김 BM은 박재범 원스피리츠 대표이사와 함께 소주의 제작과 브랜딩, 마케팅 등 원소주 탄생까지 전과정을 총괄했다. 사실상 원소주의 PM(프로덕트 매니저)이었던 것이다.

세상에 나온 원소주는 팝업스토어를 열 때마다 '오픈런' 행렬과 구름 같은 인파를 만들어냈다.

대대적 성공으로 평가받지만 김 BM의 꿈에 비하면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

그는 “원소주가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린다는 ‘잭다니엘’과 같은 브랜드가 됐으면 한다"며 "소주가 위스키처럼 맛있고 품질이 뛰어난 하나의 주종으로 자리잡고 그 대표로 원소주가 꼽혔으면 한다”고 포부를 밝혔다.

2020년 박재범 대표가 소주를 만들겠다는 결심을 했을 때 그는 이미 밑그림을 그려둔 상태였다.

자신의 이름을 걸고 자랑스럽게 선보일 수 있는 ‘좋은 술’을 만들기 위해서는 술에 대한 뛰어난 안목을 가진 사람과 그 술을 실제로 만들어 줄 사람이 필요했다. 그렇게 박 대표와 김 BM의 인연은 시작됐다.

박 대표가 소주를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을 때 CJ그룹 출신 김형섭 컬쳐앤커머스 대표가 김 BM을 소개시켜줬다. 술을 잘 알면서 박 대표의 아이디어를 구체적으로 실현시켜 줄 사람이라는 거였다. 김 대표의 안목은 정확했다.

박 대표의 ‘손’이 되기로 결심한 김 BM은 어떻게 ‘좋은 술’을 만들 수 있을지, 좋은 술을 어떻게 팔지 등을 끊임없이 고민했다.

원스피리츠라는 법인을 설립하는 것부터 수십 곳의 양조장을 직접 찾아다니는 것, 200여 가지가 넘는 술을 맛보면서 술을 연구하는 것, 어떤 로고와 디자인을 입힐지 그려보는 것 등 원소주의 가장 핵심인 맛부터 병 디자인까지 모든 것이 그를 통해 완성됐다.

이처럼 하나부터 열까지 많은 일들을 혼자 감당할 수 있었던 이유는 그의 이력이 말해준다.

김 BM은 홈쇼핑 방송 쇼호스트부터 브랜드 마케터 등 마음이 끌리는 일이라면 분야를 가리지 않고 뛰어들었다. 직접 사업체를 꾸려보기도 했을 정도로 도전할 기회가 있다면 마다하지 않고 돌진했다.
[인터뷰] '박재범 소주' 기획자 김희준 "잭다니엘 같은 브랜드가 꿈"

▲ 김희준 원스피리츠 BM(브랜드 매니저). <비즈니스포스트>

또한 여행과 술 관련 콘텐츠를 꾸준히 만들어 유튜브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소개했다. 2000년대 후반부터 콘텐츠를 만들었던 그는 사실상 '1세대 인플루언서'다.

그는 그동안의 수많은 도전들이 자산으로 쌓였고 그 자산들이 원소주 사업을 하는 데 든든한 밑거름이 됐다고 한다. 시장과 콘텐츠를 파악하고 분석하는 힘도 그런 '도전'을 통해 길러졌다. 여기에 디자인과 홍보를 도와주는 지인들이 큰 힘이 됐다.

물론 그에게 걱정과 두려움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스타 '박재범'의 이름이 걸려 있었기 때문이다. 혹시나 자신이 '원소주 프로젝트'에 누가 되지 않을까 걱정이 앞서기도 했다.

하지만 그는 노심초사하는 대신 다시한번 자신을 단단하게 다졌다. 프로젝트에 온 힘을 쏟기 위해서 규칙적인 일상으로 엄격하게 자기자신을 관리했다. 또 프로젝트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서 책을 파고 들었다. 1년 반 만에 150권을 독파했다.

김 BM은 “박 대표와 나는 원소주를 만드는 과정에서 어느 한 가지도 허투루 내린 결정이 없었다"며 "항상 심사숙고했고 가장 좋은 술을 만든다는 본질을 지키는 데 집중했고 본질을 추구하다보면 누구든 알아봐주고 인정해줄 것이라고 믿었다”고 말했다.

원소주의 탄생까지 고민의 연속이었지만 박 대표와 김수혁(DJ 펌킨) 최고운영책임자(COO), 그리고 김 BM은 원소주 제작 과정을 충분히 즐기기도 했다.
[인터뷰] '박재범 소주' 기획자 김희준 "잭다니엘 같은 브랜드가 꿈"

▲ 박재범 원스피리츠 대표이사(왼쪽)와 김희준 원스피리츠 BM(브랜드 매니저). <원스피리츠>


김 BM은 박 대표와 죽이 참 잘 맞는다고 했다.

그는 “내가 여러 가지 아이디어를 던질 때마다 박 대표와 김 대표의 반응이 너무 좋았다. ‘이거 어때요?’하고 물어보면 ‘와 진짜 좋네요’ ‘와 이렇게 해볼까요?’라면서 아이디어가 어느새 진짜 현실이 됐다"며 "게다가 박 대표가 본인 의지와 생각을 정확하게 표현해주니 나로서는 그 생각을 잘 받쳐줄 수 있는 아이디어들을 조합해 나가면서 순조롭게 일이 진행됐다”고 했다.

소주라는 본질을 지키려는 진지함이 묻어나면서도 재미있는 아이디어가 녹아 있는 '원소주'는 그렇게 빚어졌다.

원소주의 품귀현상은 온라인 유통을 본격적으로 시작해도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장인이 직접 빚은 옹기에 숙성시키는 제품의 특성 때문에 생산량을 크게 늘릴 수 없기 때문이다.

원스피리츠에 따르면 옹기 숙성 기간을 거치는 원소주의 한 달간 최대 생산량은 5만 병이다. 김 BM은 제품의 원활한 공급과 구매를 위해서 하루에 일정 수량만 판매하는 방법을 검토하고 있다.

원소주의 해외 판매도 추진하고 있다. 벌써 50여 개 국가의 레스토랑이나 유통사에서 제안이 물밀 듯 들어오고 있다. 박 대표의 주요 활동 무대인 미국에 가장 먼저 진출한다는 계획을 세워뒀다.

김 BM은 "원소주를 제작하고 브랜딩하면서 점점 책임감이 생겼다"며 "다른 한국 소주들이나 전통주 모두 같은 크루(팀원)라고 생각한다. 원소주를 시작으로 한국의 소주가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맛있는 술’이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의 바람처럼 원소주가 ‘K-주류’를 세계에 널리 알리는 ‘개척자(Pioneer)’로 자리매김 할 날이 머지 않은 듯 보인다. 정혜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