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신세계 유니버스’ 구축을 본격화하고 있다.
정 부회장은 신세계그룹만이 제공할 수 있는 디지털 생태계를 ‘신세계 유니버스’라고 정의하며 그 핵심에는 오프라인이 놓일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정 부회장은 디지털 DNA를 가진 패션 플랫폼 W컨셉을 신세계백화점이라는 오프라인 거점에 마련하는 것을 계기로 앞으로 온오프라인을 통합해 고객경험의 깊이를 강화하는 데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14일 신세계그룹에 따르면 W컨셉이 18일 신세계백화점 경기점에 오프라인 매장을 낸다.
W컨셉이 상설 오프라인 매장을 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2021년 10~11월에 2주 동안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에서 운영됐던 W컨셉 매장은 임시 오프라인 매장인 팝업스토어였다.
신세계백화점은 현재 W컨셉의 첫 오프라인 매장 오픈 기념으로 고객 프로모션을 준비하고 있다. W컨셉 인스타그램 계정을 통해 오프라인 추가 10% 할인, 구매 고객 모두에게 W컨셉의 온라인 3만 원 할인 쿠폰 증정 등의 이벤트를 알리고 있다.
입점 브랜드의 윤곽도 드러났다. W컨셉의 자체 브랜드인 프론트로우를 비롯해 모한, EENK 등 여성들에게 인기가 높은 패션 브랜드들을 W컨셉의 첫 오프라인 매장에서 선보인다.
W컨셉의 신세계백화점 경기점 매장 오픈은 ‘신세계 유니버스’ 구축이 본격화하고 있음을 알려주는 신호로 해석된다.
정 부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2022년은 신세계그룹이 디지털로 피보팅하는 원년이다”며 “디지털 원년을 위한 준비와 계획은 모두 마쳤고 이제 ‘오프라인조차 잘 하는 온라인 회사’가 되기 위한 실천만 남았다”고 말했다.
정 부회장이 언급한 디지털 피보팅이란 신세계그룹이 보유하고 있는 여러 오프라인 역량과 자산을 하나의 축으로 삼고 여기에 또 다른 축인 디지털 기반의 미래사업을 준비하고 만들어가는 것을 말한다.
정 부회장의 발언을 살펴보면 W컨셉의 신세계백화점 매장 오픈은 디지털 피보팅을 정확하게 구현하는 전략이다.
W컨셉은 태생적으로 디지털 DNA를 지니고 있다.
W컨셉은 SK네트웍스 산하에서 온라인 직구몰 위즈위드에서 사업확장의 일환으로 추진된 프로젝트에서 시작했다. 2008년 독립법인으로 분사한 뒤 모바일 시장의 성장 흐름을 타고 2012년부터 급격하게 사세를 확장하기 시작했다.
온라인 패션 편집숍 전체적으로 보면 W컨셉은 무신사에 이어 점유율 2위지만 여성패션 분야에 한정해 보면 1위 사업자일 정도로 시장에서 입지도 확고하게 다지고 있다.
수치는 이를 뒷받침한다.
이마트에 따르면 W컨셉의 2021년 총거래액은 3271억 원이다. 2020년보다 총거래액이 40%나 증가했을 정도로 성장세가 가파르다. 같은 기간 SSG닷컴의 총거래액 증가율인 22%와 비교해도 성장 속도가 2배가량 빠르다.
정 부회장이 신세계그룹의 통합 온라인몰을 담당하는 SSG닷컴 산하에 100% 자회사 형태로 W컨셉을 품은 것도 W컨셉의 온라인 성장 잠재력이 높다고 봤기 때문이다. W컨셉의 디지털 DNA가 필요하다는 판단도 W컨셉 인수를 결정하는 데 결정적 요인이었다.
신세계그룹은 W컨셉 인수 초기부터 W컨셉을 온라인 플랫폼에 한정하지 않고 오프라인 채널에서도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이런 맥락들을 살펴보면 W컨셉의 신세계백화점 진출은 온라인 DNA를 가진 플랫폼을 신세계그룹이 다져온 오프라인 역량에 화학적으로 결합시킴으로써 온오프라인 통합 생태계 즉 ‘신세계 유니버스’를 실현하기 위한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W컨셉의 신세계백화점 경기점 매장 오픈은 신세계 유니버스에서 강조된 오프라인의 역할을 증명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정 부회장은 신년사에서 “고객의 시간과 공간을 점유하기 위해서 고객의 온오프라인 모든 일상이 신세계에서 해결 가능한 신세계 유니버스를 구축해야 한다”며 “특히 신세계 유니버스에서는 역설적으로 오프라인이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고 강조했다.
정 부회장은 그러면서 오프라인의 핵심 역할로 고객경험의 깊이 강화를 강조했다. W컨셉이 그동안 디지털을 통해 고객들에게 제공한 경험을 얼마나 다른 형태로 오프라인에서 제공할 수 있을 것인지가 정 부회장이 힘을 싣고 있는 디지털 피보팅 전략의 성공을 판가름할 것으로 보인다.
W컨셉은 지난해 운영한 팝업스토어에서 고객 반응을 이미 확인했다. 신세계그룹에 따르면 W컨셉 팝업스토어에서 선보인 브랜드 18개가 모두 고르게 인기를 얻었으며 매출은 목표를 140% 초과 달성했다.
정 부회장은 앞으로도 온오프라인 통합 전략을 강화하는 데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프로야구단 SSG랜더스를 비롯해 지마켓글로벌(옛 이베이코리아) 등이 신세계 유니버스 구축에 중요한 역할을 할 가능성이 높다. [비즈니스포스트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