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프트뱅크 쿠팡 지분 더 팔았다, 손정의 ‘비전펀드’ 부진에 결국 손절매

▲ 손정의(마사요시 손) 소프트뱅크 회장.

손정의(마사요시 손) 회장이 이끄는 일본 소프트뱅크가 기술주 중심 펀드 ‘비전펀드’를 통해 투자한 쿠팡의 지분을 추가로 매각했다.

쿠팡이 미국증시에 상장한 뒤 주가 하락세를 이어가며 비전펀드의 손실폭도 갈수록 커지고 현금 확보도 다급해지자 소프트뱅크가 과감히 손절매에 나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14일 증권분석지 시킹알파에 따르면 소프트뱅크는 최근 쿠팡 지분 5천만 주를 모두 10억4천만 달러(약 1조2880억 원)에 매각했다고 밝혔다.

소프트뱅크가 보유하고 있던 쿠팡 주식 5억1120만 주 가운데 약 10%를 팔아넘긴 것이다.

1주당 매도 가격은 20.87달러로 지난해 쿠팡이 상장할 당시 주가와 비교하면 50% 가까이 하락했다.

소프트뱅크는 지난해 9월에도 쿠팡 주식 5700만 주를 약 17억 달러에 매도했다. 비전펀드를 통해 보유하고 있는 쿠팡 지분율을 갈수록 낮추고 있는 셈이다.

현지시각으로 10일 미국증시에서 쿠팡 주가는 블룸버그 등 외신을 통해 소프트뱅크의 지분 매각 추진 소식이 알려지면서 하루만에 17% 가까이 하락했다.

쿠팡 대변인은 당시 시킹알파를 통해 지분 매각설은 사실이 아니라는 답변을 내놓았다.

그러나 11일 쿠팡이 제출한 증권신고서에서 소프트뱅크의 지분 매각이 사실로 확인되면서 주가도 하루만에 8%의 추가 하락폭을 나타냈다. 주가는 종가 기준으로 17.42달러를 기록했다.

블룸버그는 “소프트뱅크 주주들은 비전펀드의 쿠팡 투자성과를 두고 부정적 반응을 내놓고 있다”며 “2015년 이래 소프트뱅크에서 최악의 슬럼프를 나타내고 있다”고 보도했다.

쿠팡이 지난해 4분기 순손실폭을 더 키운 것으로 나타나며 장기간 지속된 적자를 극복하고 수익성 확보에 성공할 수 있을지 회의적 시각을 보이는 투자자들도 늘어나고 있다.

소프트뱅크도 이런 점을 고려해 쿠팡 지분율을 낮추며 손절매를 시작한 것으로 분석된다.

손 회장은 현재 쿠팡을 포함한 여러 건의 소프트뱅크 투자 성과 부진으로 자금 조달이 시급해지며 어려운 상황에 놓여 있다.

증권사 제프리스는 소프트뱅크가 올해만 400억~450억 달러 수준의 현금을 확보해야만 기존에 내놓았던 주주환원과 투자계획을 실행할 수 있을 것이라는 추정을 내놓았다.

소프트뱅크는 최근 현금 확보를 위해 대표적 투자처였던 중국 전자상거래기업 알리바바 지분을 대거 매각했는데 쿠팡 지분도 추가 매도 대상으로 고려할 가능성이 충분하다.

최근 소프트뱅크가 ‘비전펀드2’를 통해 인공지능과 핀테크, 가상자산 관련기업으로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는 점도 투자 무게중심이 전자상거래 이외 분야로 이동할 수 있다는 관측에 힘을 싣는다.

손 회장은 최근 투자설명회에서 비전펀드와 관련해 “올해 상당한 수준의 투자 자산을 매각할 것이라는 점은 확실하다”고 말했다.

소프트뱅크는 반도체 설계기업 ARM 매각이 무산된 데 따라 ARM의 미국증시 상장을 통해 자금을 조달할 계획도 세우고 있다.

그러나 최근 기술주 전반의 주가 하락세가 가속화되며 증시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ARM 상장 시기가 계획보다 늦춰질 수도 있다.

결국 손 회장이 자신감을 보이며 투자했던 쿠팡 등 여러 기업의 지분을 추가로 매각해야 한다는 소프트뱅크 주주들의 압박이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손 회장은 최근 소프트뱅크 실적발표회에서 기술주 하락세를 두고 “아직 폭풍이 그치지 않고 더욱 거세지고 있다”고 말하면서도 여전히 기술주 투자 성과를 자신한다는 태도를 보였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