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사태로 ASML 장비 생산 불안, 삼성전자 반도체 투자 변수

▲ 네덜란드 ASML의 EUV(극자외선) 반도체장비 이미지.

EUV(극자외선)공정 반도체장비를 전문으로 하는 네덜란드 ASML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사이 군사충돌 영향으로 장비 생산에 필요한 핵심 소재를 확보하기 어려워질 가능성이 떠오른다.

ASML 반도체장비 최대 고객사인 대만 TSMC와 삼성전자가 장비 확보에 영향을 받아 파운드리 시설투자 계획을 예상보다 늦춰야 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로이터는 현지시각으로 24일 “ASML이 네온 소재를 확보할 수 있는 대안을 찾고 있다”며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충돌이 공급망에 차질을 일으킬 가능성 때문”이라고 보도했다.

네온은 반도체장비에 쓰이는 레이저를 생산할 때 활용되는 핵심 소재다.

우크라이나는 세계 최대의 네온 수출국가인데 ASML도 우크라이나에 전체 네온 수요의 20%가량을 의존하고 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사이 무력충돌이 격화되며 네온 공급망에 차질이 빚어진다면 자연히 ASML이 생산해 공급하는 EUV장비 물량도 예상보다 줄어들 수밖에 없다.

이는 결국 EUV장비를 반도체 생산에 가장 많이 활용하는 TSMC와 삼성전자에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

TSMC와 삼성전자는 7나노 이하 미세공정 기반 반도체를 위탁생산할 때 EUV장비를 활용하고 있다.

ASML의 연간 EUV장비 생산량이 수요에 크게 못 미치는 수준이기 때문에 반도체기업들 사이에서 항상 장비를 선제적으로 확보하기 위한 노력이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다.

SK하이닉스와 미국 인텔도 각각 메모리반도체인 D램 생산과 파운드리사업에서 EUV장비를 도입해 활용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네온 공급부족이 ASML의 반도체장비 생산 축소로 이어진다면 이들 반도체기업이 원하는 장비 물량을 들이는 일은 더욱 어려워질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TSMC와 삼성전자 등 파운드리 미세공정 중심으로 신규 공장 투자를 확대하던 기업들은 장비 입고 지연에 따라 시설투자 계획을 미뤄야만 할 수도 있다.

TSMC는 미국과 일본 등에 신규 공장 건설을 추진하며 올해만 50조 원 가까운 대규모 시설투자를 예고했다. 삼성전자는 미국에 신규 파운드리공장 건설 계획을 확정하고 약 20조 원을 들이기로 했다.

ASML의 EUV장비는 공급이 제한적이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반도체기업들에 수 년 뒤 공급할 물량까지 선제적으로 계약해 두는 방식을 쓴다.

따라서 당장 네온 공급 부족으로 장비 생산이 어려워진다면 이는 TSMC와 삼성전자 등 반도체기업의 중장기 생산계획까지 차질을 겪게 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네온은 반도체장비뿐 아니라 반도체를 생산하는 과정에도 필요한 소재다. 

반도체에 사용되는 팔라듐 등 다른 소재도 러시아의 수출 물량이 큰 비중을 차지하기 때문에 우크라이나 사태가 반도체산업 전반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전자전문매체 톰스하드웨어는 “반도체 공급망에서 몇 가지 소재에 차질이 발생한다면 ‘도미노 효과’를 일으켜 전체 산업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바라봤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