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영수 LG에너지솔루션 대표이사 부회장이 엔디비아 출신 변경석 박사를 최고품질책임자로 영입해 제조지능화를 완성한다.
권 부회장은 배터리 화재 등으로 논란이 된 LG에너지솔루션 전기차 배터리의 ‘품질 이슈’를 떨쳐내기 위해 외부 인재 수혈도 마다 않으며 전사적 역량을 쏟아붓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LG에너지솔루션은 21일 최고디지털책임자 전무로 미국 엔비디아 본사의 핵심데이터사이언티스트(Principle Data Scientist)를 지낸 변경석 박사를 영입했다고 밝혔다.
변 전무가 이끄는 제조지능화센터는 생산·구매최고책임자(CPO, Chief Production Officer) 아래 제조지능화총괄에서 센터로 격상된 조직이다.
LG에너지솔루션의 제조지능화란 배터리 생산 모든 공정에 정보통신기술(ICT)을 접목해 정밀성과 효율성을 모두 높이는 작업을 말한다. 스마트팩토리화와 비슷한 뜻으로도 쓰인다.
변 전무의 이력을 보면 권 부회장이 ‘제조지능화’를 통해 디지털 전환을 가속할 적임자로 점찍은 이유가 충분해 보인다.
1972년 생인 변 전무는 서울대학교 제어계측공학과를 나와 미국 스탠포드대학교에서 전기전자공학 석사, 박사학위를 받고 HP와 삼성전자를 거쳐 엔비디아에서 일했다.
세계 최대 전기전자통신 및 컴퓨터 분야 전문가단체인 미국전기전자공학회(IEEE) 시니어 멤버로 활동하기도 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변 전무를 보유한 풍부한 인적 네트워크를 활용해 향후 추가적으로 전문인력을 확보할 가능성도 있다.
특히 변 전무는 엔비디아에서 불량탐지 및 수율안정을 위한 ‘제조지능화 솔루션’ 개발을 진두지휘해 엔비디아 품질 경쟁력 향상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LG에너지솔루션 관계자는 “변 전무는 최고디지털책임자로서 LG에너지솔루션 디지털 전환 실행을 주도할 것”이라며 “제조지능센터장을 겸임하면서 엔비디아에서 쌓은 경험을 바탕으로 글로벌 생산공장의 제조지능화 작업을 이끌 것이다”고 설명했다.
제조지능화 핵심 전문가인 변 전무 영입과 제조지능화총괄의 센터 격상은 ‘품질 이슈'를 떼어내기 위한 권 부회장의 의지를 가늠해 볼 수 있는 대목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세계 각국에서 공격적으로 생산설비를 늘리고 있는 만큼 배터리 품질 자체를 높이는 일뿐 아니라 지역별 배터리 품질 차이를 줄이는 것이 중요하다.
제조지능화 등 생산 공정의 디지털 전환은 공정의 정밀성을 높여 각 지역에서 생산하는 배터리 제품의 품질을 균등하게 높일 방안으로 여겨진다.
권 부회장은 지난해 12월 LG에너지솔루션이 독일 지멘스와 ‘제조지능화 구축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은 자리에서 “배터리 품질 고도화 등을 위해 반드시 확보해야 할 핵심 역량”이라고 강조했다.
지난해 11월 LG에너지솔루션 대표이사에 오른 권 부회장의 최우선 과제는 ‘상장 완수’와 ‘안정성 입증’이 꼽히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이 코스피 시가총액 2위로 화려하게 증시에 데뷔한 만큼 중장기 사업 경쟁력과 시장 신뢰의 핵심은 ‘품질’로 모아지고 있다.
하지만 중국 CATL과 글로벌 전기차용 배터리 사용량 기준 수위를 다투는 LG에너지솔루션은 지금껏 배터리 화재에 따른 품질 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자사 배터리가 탑재한 현대자동차 코나EV, 미국 제너럴모터스(GM) 쉐보레 볼트EV에서 잇따라 화재가 발생하며 곤욕을 치렀다.
LG에너지솔루션은 현대차와 GM의 전기차 리콜 비용으로 각각 5550억 원, 7천억 원을 반영하기도 했다.
권 부회장은 배터리 화재 문제로 LG에너지솔루션 상장이 멈춰있던 당시 취임사에서 ‘품질 이슈’로 어려운 현실에 당면해 있다고 어려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올해 1월10일 상장을 앞두고 진행한 LG에너지솔루션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는 “총체적 노력을 통해 최고 수준에 수율에 도달하고 완벽한 품질과 수익성을 달성하는 것을 목표로 하겠다”고 말했다.
권 부회장은
구광모 LG그룹 회장으로부터 LG에너지솔루션이 품질 이슈를 떨쳐내고 신뢰를 굳건히 하는 데 적임자로 낙점됐다.
LG그룹은 권 부회장을 LG에너지솔루션 대표이사로 임명하면서 과거 2012년부터 2015년까지 LG화학 전지사업본부장을 맡아 배터리사업을 정상 궤도에 안착하는데 기여한, 시장에 높은 신뢰를 줄 수 있는 경영자라고 설명했다.
LG그룹 관계자는 권 부회장 선임 당시 “이번 인사는 글로벌 배터리 선도사업자로서 선제적으로 미래를 준비하기 위해 가장 신뢰할 수 있는 경영자를 선임해야 한다는
구광모 회장의 의미와 믿음이 담겼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장상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