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의 신형 그랜저 교환 프로그램, 소비자에게 유리한가  
▲ 현대자동차가 지금 그랜저를 사면 1년 뒤 신형 그랜저로 갈아탈 수 있는 '스마트 익스체인지 프로그램'을 5월 한달 동안 진행한다.

현대자동차가 지금 그랜저를 사면 내년에 신형 그랜저로 갈아탈 수 있는 프로그램을 내놓았다.

현대차는 이 프로그램으로 지금 판매 중인 그랜저는 물론이고 아직 출시되지 않은 신형 그랜저의 판매도 늘릴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소비자도 그랜저를 1년 동안 몰다가 1년 뒤 혜택을 받아 신형 그랜저를 구매할 수 있다.

현대차가 내놓은 파격적 프로그램에 대해 다양한 소비자들의 반응이 나오고 있다.

◆ 스마트 익스체인지 프로그램 주목

3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가 ‘스마트 익스체인지 프로그램’을 진행한다고 밝히면서 소비자들이 이득을 따져보고 있다.

현대차는 5월 한달 동안 그랜저를 구매하면 1년 뒤 신형 그랜저로 바꿀 때 36개월 무이자할부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스마트 익스체인지 프로그램을 2일 내놓았다.

이 프로그램은 무이자할부 프로그램과 무이자거치 프로그램 2가지로 운영된다.

무이자할부 프로그램을 이용해 그랜저를 구매하면 20% 선수금을 낸 뒤 36개월 무이자할부 기준에 따라 1년 동안 할부금을 내면 된다. 1년 뒤 신형 그랜저를 구매할 때 다시 36개월 무이자할부 혜택을 보장받는다.

무이자거치 프로그램을 이용하면 25% 선수금을 낸 뒤 잔여 할부금이나 이자를 1년 동안 내지 않아도 된다. 1년 뒤 신형 그랜저를 다시 구매할 때는 그 시점의 가격과 할부조건을 통해 구매하게 된다. 현대차는 이 때 등록비 50만 원을 지원해 준다.

현대차는 두 프로그램과 연계해 중고차 가격보장서비스에 동의한 개인 소비자에게 1년 뒤 최대 75%의 중고차 가격을 보장받을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다만 두 번의 취득세 부담은 소비자 몫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최근 중고차 거래시스템이 다양해지면서 단기간에 차를 바꾸려는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며 “이 프로그램을 이용하면 1년에 새차를 두 번 사는 효과를 누릴 수 있다”고 말했다.

◆ 소비자에게 실제 이득일까?

소비자가 이 프로그램을 이용하면 어떤 이득을 볼 수 있을까?

그랜저 가격이 3천만 원이라고 칠 때 무이자할부 프로그램을 이용하는 경우 소비자가 부담해야 하는 전체 금액은 3천만 원에서 중고차 가격(75% 보장받을 경우) 2250만 원을 뺀 750만 원이다.

750만 원을 내고 1년 동안 그랜저를 탈 수 있는 셈이다. 여기서 보통 7%가 붙는 취득세를 더하면 그랜저를 1년 타는 데 1천만 원 정도가 든다.

사실상 금액으로 따졌을 때 큰 차이는 없다. 3천만 원짜리 그랜저를 일반 무이자할부 36개월로 구매해도 1년에 부담해야 하는 돈이 1천만 원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취득세를 더하면 1200만 원이다.

얼핏 보면 스마트 익스체인지 프로그램을 이용하는 게 이득인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 프로그램을 이용하면 신형 그랜저를 무조건 사야 하는 만큼 취득세를 또 내야 한다.

소비자 입장에서 가장 큰 이득은 신형 그랜저를 구매할 때 무이자할부 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이다. 보통 신차의 경우 무이자할부 혜택을 거의 제공하지 않기 때문에 250만 원가량의 금전적 이득을 볼 수 있다고 현대차는 설명했다.

즉 현대차가 당초 내세운 것처럼 그랜저를 사고 싶은데 신형 출시를 앞두고 있다는 점 때문에 구매를 망설이는 소비자에게 이번 프로그램이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

1년 동안 그랜저를 이용하고 좋은 조건으로 신형 그랜저로 갈아탈 수 있기 때문이다.

  현대차의 신형 그랜저 교환 프로그램, 소비자에게 유리한가  
▲ 이원희 현대차 사장.
이런 계산은 현대차의 중고차 가격보장서비스를 통해 최대 75%의 가격을 보장받았을 때를 가정한 것이다.

그랜저를 팔지 않고 2대를 보유하거나 개인적으로 그랜저를 판매해 75% 이상의 가격을 보장받으면 소비자의 부담은 더욱 낮아진다. 중고차시장에서 1년이 지난 국산 중고차는 평균 20%대의 감가율을 보인다.

두 번째 프로그램인 무이자거치 프로그램을 이용하면 선수금 25%를 낸 뒤 잔여 할부금이나 이자를 1년 동안 내지 않아도 된다.

3천만 원짜리 그랜저를 선수금 750만 원에 1년 동안 탈 수 있어 무이자할부 프로그램과 큰 차이가 없다. 역시 취득세를 더하면 부담해야 하는 금액은 1천만 원으로 올라간다.

◆ 신형 그랜저 구매로 판매 증대 효과 

이 프로그램은 현대차 입장에서 한 번에 2대의 그랜저를 팔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 프로그램을 이용해 이번에 그랜저를 구매하면 신형 그랜저를 무조건 사야하는 조건이 붙는 만큼 판매량을 늘리는 확실한 효과를 누릴 수 있다.

하지만 실제로 차 한 대를 팔았을 때 얻는 수익은 큰 차이가 없거나 오히려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는 보통 잘 팔리지 않는 차종이나 나온 지 오래된 차종에 대해 36개월 무이자할부 혜택을 제공한다. 그랜저가 현대차의 주력차종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나오지도 않은 신차에 무이자 36개월 할부를 약속하는 건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현대차가 자동차업계에서 보기 힘든 파격적 프로모션을 제공하는 이유는 내수판매에 대한 위기감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현대차는 4월 국내 자동차회사 5곳 가운데 유일하게 내수판매가 뒷걸음질했다.

특히 현대차의 주력차종인 그랜저는 준대형세단 판매 1위를 기아차의 K7에 두 달 연속으로 내줬다. 올해 연말 신형 그랜저 출시를 앞두고 대기수요가 발생한 데다 신형 K7과 임팔라가 여전히 인기를 누리고 있기 때문이다.

그랜저는 4월에 5200여 대 팔렸다. 같은 기간 K7은 5500대, 임팔라는 1300여 대 팔렸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