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해운이 자율협약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한진해운은 채권단에 경영정상화를 위한 추가 자구안을 제출했으며 채권단도 이를 받아들여 자율협약을 개시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추가 자구안에 조양호 회장 등 대주주의 사재출연이 포함되지 않아 향후에도 논란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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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
한진해운은 2일 주채권은행인 KDB산업은행에 경영정상화 방안을 보완해 제출했다.
석태수 한진해운 사장 등 고위 임원진이 급여에서 최대 50%를 삭감하는 내용이 추가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일반사원은 급여삭감 대상이 아니며 조양호 회장 역시 경영정상화까지 임금을 반납하기로 결정했기 때문에 해당되지 않는다.
한진해운은 이에 앞서 제출한 자구안에 4천억 원 규모의 자산매각 계획을 담았다. 임원의 급여삭감 외에 한진해운이 더 내놓을 카드가 없었던 것으로 관측된다.
산업은행을 비롯해 수출입은행, 농협, KEB하나은행, 우리은행, KB국민은행, 부산은행 등 7개 한진해운 채권금융기관은 4일 한진해운에 대해 조건부 자율협약을 개시하는 쪽으로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자율협약이 개시되려면 채권단이 100% 동의해야 한다.
한진해운이 자율협약을 신청한 뒤 채권단 내부에서 최은영 유수홀딩스 회장의 보유주식 전량 매각으로 불거진 대주주의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에 대한 부정적 기류가 형성됐다. 신용보증기금은 한진해운 채권단에서 빠지기로 결정했다.
이 때문에 한진해운이 법정관리라는 최악의 상황을 맞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왔으나 채권단은 한진해운에 대해 조건부 자율협약을 개시한 뒤 해외 선주와 용선료 인하 협상, 사채권자 채무 재조정 등을 통해 구조조정을 추진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전해졌다.
한진해운이 법정관리에 들어갈 경우 글로벌 해운동맹에서 퇴출돼 사실상 청산절차를 밟게 될 것이라는 점, 조건부 자율협약이 개시돼 구조조정이 진행중인 현대상선과 형평성 등이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한진해운은 채권단으로부터 자율협약 개시 결정을 받으면 발등의 불은 끈 셈이지만 안도할 상황은 아니다. 한진해운은 6월말 2200억 원 규모의 회사채 만기가 돌아오는 등 상반기에만 약 5천억 원의 자금이 필요한 것으로 추산된다.
한진해운은 4월29일 유동성 확보와 재무구조 개선의 일환으로 애초 4월 말까지 런던사옥 매각을 마무리 지으려하려 했으나 5월 말까지로 늦춘다고 밝혔다. 런던사옥 매각은 667억 원 규모다. 한진해운 측은 매각실무에서 차질이 있어 매각일정을 한달가량 늦춘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진해운은 시급하게 유동성을 확보해야 하는 것은 물론 앞으로 3개월 안에 해외 선주들과 용선료 협상에서도 성과를 내지 않으면 안된다. 한진해운은 19일 사채권자집회를 열고 채무조정에 나서는데 이 또한 경영정상화의 중요한 변곡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진해운 주가는 2일 자율협약 개시 가능성이 높고 저가매수세가 유입되면서 직전거래일보다 5.79%(110원) 오른 2010원에 장을 마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