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현 예금보험공사 사장이 올해 들어 공적자금 회수에 적극 나선다고 했지만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벌써부터 나온다.

19일 금융업계 안팎의 말을 종합하면 예금보험공사가 SGI서울보증공사와 한화생명을 대상으로 한 공적자금 회수 작업을 놓고 골머리를 앓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오늘Who] 예보 공적자금 회수 의지 김태현, 서울보증 한화생명은 험난

김태현 예금보험공사 사장.


앞서 김 사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공적자금 회수 및 부실경영 책임 추궁을 통한 금융질서 확립을 중점 추진 과제 가운데 하나로 꼽았다.

다른 중점과제가 예금보험제도의 금융안정기능 강화, 금융소비자보호 강화 및 사회적 책임 이행 등 '일상 업무'인 점을 비춰보면 공적자금 회수에 힘을 싣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김 사장은 “출자금융회사에 지원된 공적자금 회수에 지속적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며 “예금보험공사가 관리 중인 파산재단의 자산을 최대한 빠르게 매각하고 효율적으로 운영해 배당회수를 극대화하겠다”고 말했다.

예금보험공사가 공적자금을 투입한 출자금융회사는 현재 우리금융지주, 수협은행, 한화생명, SGI서울보증보험 등이다.

우리금융지주에 투입된 공적자금 회수는 김 사장이 지난해 10월에 취임한 뒤 예금보험공사의 지분 매각이 마무리되면서 회수율이 96.6%까지 올랐다. 사실상 마무리 단계에 들어선 셈이다.

예금보험공사는 우리금융지주 지분 9.33%를 매각해 8977억 원을 매각대금으로 수령했다. 우리금융지주에 투입된 12조8천억 원 가운데 12조3천억 원을 회수했다.

19일 종가기준으로 우리금융지주 주가는 1만5050원으로 예금보험공사가 보유한 잔여 지분 5.80%의 가치가 나머지 공적자금 금액보다 크다.

수협은행에 투입된 공적자금은 수협중앙회가 올해 안으로 모두 상환하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 김 사장에게 거의 부담이 되지 않는다.

임준택 수협중앙회장은 신년사를 통해 “올해를 공적자금 조기상환을 통한 협동조합 기능 회복의 원년으로 만들겠다”며 “공적자금을 모두 상환한 뒤 수협은 은행에서 창출한 수익을 수산인과 회원조합, 수산업을 위해 아낌없이 환원하겠다”고 말했다.

예금보험공사가 수협중앙회를 통해 수협은행에 투입한 공적자금은 1조1581억 원, 현재까지 회수된 금액은 3400억 원 정도다.

문제는 SGI서울보증보험과 한화생명이다.

한화생명에는 3조5500억 원이 투입된 뒤 현재까지 2조5045억 원이 회수됐다.

예금보험공사는 보유 중인 한화생명 지분 10%를 통해 1조455억 원을 회수해야 하는데 주가가 주당 1만2천 원까지는 올라야 전액 회수가 가능하다.

하지만 한화생명 주가는 19일 종가 기준으로 3250원에 불과하다. 더구나 보험업의 전망 등을 고려하면 정부의 공적자금 회수 계획에 따른 목표 시한인 2027년까지 3배 이상 주가가 뛴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해 보인다. 

증권업계에서 지난해 하반기 내놓은 한화생명 목표주가는 대략 4천 원 안팎이다. 목표주가는 예측 시점 이후 6개월에서 1년 사이 주가 흐름의 전망치다.

김 사장은 14일 서울 중구 예금보험공사에서 열린 취임 100일 기념 언론인터뷰에서 한화생명을 두고 “우리가 생각하는 주가보다는 모자라기 때문에 당장 올해 지분을 팔지 말지는 말씀드리기 어렵다”며 “경영실적과 전망, 시장 동향 등을 봐야한다”고 말했다.

한화생명보다 더 어려운 문제는 SGI서울보증보험인 것으로 보인다.

SGI서울보증보험에는 1998년 외환위기 이후 10조2500원이 투입됐지만 20년이 넘은 현재까지 절반에 못 미치는 4조346억 원이 회수됐다.

SGI서울보증보험에 남은 공적자금만 6조 원으로 우리금융지주, 수협중앙회, 한화생명에서 회수해야 할 자금을 모두 합친 금액의 두 배가 넘는다.

게다가 예금보험공사는 SGI서울보증보험에서 지분 매각이 아닌 배당금으로만 공적자금을 회수하고 있다.

SGI서울보증보험은 비상장회사로 정부에서 공적자금 회수를 명분으로 보증시장에서 SGI서울보증보험의 독과점 지위를 유지시키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예금보험공사는 SGI서울보증보험의 지분 93.85%를 들고 있다. 

예금보험공사는 2013~2014년에는 75% 수준의 고배당정책을 통해 공적자금 회수를 진행했지만 SGI서울보증보험의 순이익이 2016년 6천억 원대에서 2020년 3천억 원대로 떨어지는 등 실적 부진을 겪자 배당성향도 30%대로 낮췄다.

연간 천억 원이 좀 넘는 수준의 배당금으로는 공적자금을 모두 회수하려면 수십 년이 걸리는 셈이다. 이와 별도로 국회는 예금보험공사를 향해 공적자금 회수에 압박을 넣고 있다.

김 사장은 14일 언론 인터뷰에서 SGI서울보증보험을 놓고 “국회에서 현실적 자금회수 방안을 마련하라고 한 만큼 정부 당국, 공적자금관리위원회 등과 논의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