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가 백악관을 자주 탈출하는 이유  
▲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지난4월2일(현지시각) 미국 시카고에서 텍사스 포트후드 총기난사 사건 관련 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뉴시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자주 백악관을 탈출하고 있다. 최근 2개월 동안 여러 차례 백악관 밖에서 깜짝 모습을 드러냈다. 최근 여러 사안으로 정치적 어려움에 처하자 친서민적 행보로 이를 극복하려 한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오바마 대통령은 23일 낮 워싱턴DC에 있는 멕시코 요리 체인점 ‘치폴레’에서 식사했다고 외신이 보도했다. 당시 식당에 그날 백악관에서 열릴 예정인 ‘일하는 가정을 위한 포럼’에 참가하는 학부모들이 있었다. 오바마 대통령은 그들과 함께 식사하면서 “더 많은 기업이 가정친화적 정책을 도입해야 한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바마 대통령은 최근 여러 차례 백악관 밖에 불쑥 나타났다. 그는 일반시민들과 어울리며 자신을 ‘탈출한 곰’에 비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 9일 오후 백악관 인근의 스타벅스 매장에 나타나 커피를 주문했다. 거리에서 그와 마주친 백악관 관광객들이 놀라자 악수를 청하며 ‘곰이 탈출했다’고 농담하기도 했다. 핫도그 판매상과 공사현장 인부 등 시민들과 잡담을 나누는 모습도 보였다.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달에도 조 바이든 부통령과 함께 백악관 근처에 있는 햄버거 전문점 ‘셰이크셰이크’를 방문했다. 또 같은 달 내무부 행사에 가던 중 예정없이 백악관 앞 내셔널몰에 나타나기도 했다. 당시 그는 이런 나들이를 놓고 “나는 쇠고랑을 깨고 나온 서커스단의 곰”이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바마 대통령이 정치적 어려움을 친서민적 행보로 타개하기 위해 2개월 동안 여러 차례 백악관을 빠져나오는 것으로 외신들은 보고 있다. AFP통신은 “오바마 대통령의 잦은 백악관 탈출은 집권 2기 이후 추진한 개혁조치를 공화당이 장악한 의회가 번번이 방해하는 것과 무관치 않다”고 보도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최근 대학교 졸업생의 학자금 대출상환 부담을 덜어주는 행정조치를 내놓았다. 그러나 야당인 공화당이 이를 반대하자 크게 화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그는 “공화당 의원들이 백만장자의 감세안과 학생들의 학자금 상환 부담 중 무엇을 우선순위에 두는지 국민이 관심을 기울였으면 좋겠다”고 비난했다.

오마바 대통령은 이때를 전후해 백악관 밖에서 시민들과 어울리며 공화당을 압박하고 있다고 외신은 분석했다. 지난 9일에도 기자단에게 ‘던킨도너츠’에 가겠다고 알렸다가 급작스럽게 대학생이 많이 가는 스타벅스로 향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그곳에서 만난 학생과 시민들에게 최저임금 인상의 필요성을 역설하기도 했다.

오바마 대통령이 현재 행정부를 둘러싼 비판에서 벗어나 머리를 식히기 위해 백악관 밖으로 나갔다는 관측도 제기됐다. 현재 오바마 정부는 ‘보훈병원 스캔들’과 ‘버그달 병장 탈영 의혹’에 휩싸인 상태다.

보훈병원 스캔들은 피닉스 보훈병원 외과전문의 샘 푸트가 지난 4월 내부고발한 사건이다. 푸트는 지난 몇 년간 40명의 퇴역군인이 피닉스 보훈병원의 진료를 기다리다 제 때 의료서비스를 받지 못해 사망했다고 폭로했다. 에릭 신세키 전 보훈장관이 책임을 지고 사퇴했으나 공화당은 오바마정부에 맹공을 퍼붓고 있다. 베트남전 참전군인 출신인 존 매케인 상원의원은 “퇴역군인들이 보훈병원이 아닌 다른 병원에서도 진료를 받도록 관련 규정을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오바마 정부의 업적으로 보였던 ‘버그달 병장 구하기’도 비판의 대상이 됐다. 오바마 정부는 지난달 말 아프가니스탄 탈레반 반군과 협상해 5년 동안 포로로 붙잡혀 있던 보 버그달 미군 병장을 돌려받았다. 그러나 버그달 병장이 탈영했다가 탈레반에게 붙잡혔으며 그를 찾는 과정에서 미군 5명이 살해당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척 헤이글 국방장관은 탈영 의혹에 대해 묻는 기자들에게 “우리의 최우선 임무는 버그달의 안전과 건강 및 송환이다”고 말했다. 그러나 USA투데이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미국시민 중 버그달 병장을 협상으로 돌려받은 것이 잘못된 일이라고 보는 쪽이 전체의 43%에 이르러 잘했다고 답한 34%를 앞질렀다.

일부 외신은 오바마 대통령이 단순히 햄버거와 커피를 즐기기 위해 갑작스러운 외출을 선보인 것이라고 보도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해 말 공화당이 ‘오바마케어’를 반대하면서 연방정부 셧다운(부분업무정지)이 일어났을 때도 바이든 부통령과 백악관 근처 샌드위치 가게에 나타났다. 워싱턴포스트는 이를 놓고 “지금의 오바마 대통령은 마치 학업에 흥미를 잃고 졸업만 손꼽아 기다리는 학생 같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