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우 이정재씨(왼쪽)와 정우성씨(오른쪽). <연합뉴스> |
‘청담동부부.’
배우 이정재씨와 정우성씨의 관계를 사람들은 이렇게도 말한다. 비슷한 지역에 사는 친구 사이를 넘어 부부처럼 가깝게 지낸다는 말이다.
1973년생 동갑내기 친구로 20년 넘게 배우활동을 이어온 그들의 관계는 대한민국 영화계뿐 아니라 온 국민에게 유명하다.
이정재씨와 정우성씨의 관계가 얼마나 돈독한지는 과거 여러 인터뷰에 잘 나와 있다.
이정재씨는 2017년 11월 한 TV방송에 출연해 가장 호흡이 잘 맞았던 배우를 묻는 질문에 주저하지 않고 “정우성”이라며 “20년 동안 절친을 유지하고 있다. 일주일에 7번을 본다”고 대답했다.
이정재씨가 처음 연기를 재미있다고 느꼈던 시기도 정우성씨와 함께 1999년 개봉한 영화 ‘태양은 없다’를 찍었을 때였다고 했고 정우성씨도 이정재씨를 단짝 배우로 느낀 것이 같은 영화였다고 한다.
그들에게 시련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두 사람은 모두 1990년대 청춘스타였다. 하지만 2000년대 접어들면서 그들은 연기력 논란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했다. 꾸준한 작품활동에도 불구하고 10년가량 둘을 대표하는 대표작을 만들지는 못했다.
하지만 이정재씨와 정우성씨는 각각 다른 영화를 통해 연기력 논란을 해소하며 현재는 두 사람 모두 제2의 전성기를 달리고 있다. 특히 이정재씨는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게임’을 통해 일약 글로벌 스타로 거듭났다.
배우라는 같은 길을 걸어온 이정재씨와 정우성씨가 이제는 성공한 사업가로서 주목받고 있다.
22일 이정재씨와 정우성씨는 2016년 공동으로 설립한 매니지먼트회사 ‘아티스트컴퍼니’와 콘텐츠제작회사 ‘아티스트스튜디오’의 경영권을 컴투스의 계열사 위지윅스튜디오에 넘기기로 했다.
컴투스와 위지윅스튜디오는 각각 250억 원, 800억 원 등 모두 1050억 원을 들여 아티스트컴퍼니와 아티스트스튜디오를 산다.
컴투스는 아티스트컴퍼니와 아티스트스튜디오를 자회사로 두는 아티스트홀딩스를 설립하기로 했으며 이정재씨와 정우성씨는 아티스트홀딩스의 2대주주, 3대주주에 오른다.
법인등기부등본을 보면 두 사람 모두 회사를 성장시켜 잘 매각한 사업가라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아티스트컴퍼니와 아티스트스튜디오의 지분 구조는 정확히 파악되지 않는다. 다만 자본금만 확인해보면 이정재씨와 정우성씨가 2016년 4월 아티스트컴퍼니를 설립했을 당시 자본금은 30억1천만 원이다. 2017년 2월 증자를 통해 7억5천만 원을 더 넣었다.
아티스트스튜디오의 자본금도 설립 당시 1200만 원에서 2019년 증자를 통해 1200만 원을 더 넣어 현재 2400만 원이 전부다.
단순 계산으로 이정재씨와 정우성씨가 적어도 수십 배의 시세차익을 거뒀다고 짐작할 수 있다.
이정재씨와 정우성씨는 아티스트컴퍼니와 아티스트스튜디오의 사내이사와 대표이사 등을 번갈아 맡아가며 회사 경영에 깊숙이 관여한 것으로 알려진다.
둘의 회사 매각 성공스토리는 이미 연예가에 화제가 된 듯 하다. 배우에다 사업까지 못 하는게 없다는 반응이 여론의 주를 이룬다.
두 사람의 여정은 앞으로 다른 영역에서도 펼쳐질 것으로 보인다.
이정재씨는 2022년 개봉을 목표로 잡고 있는 영화 ‘헌트’에 감독으로 데뷔한다. 배우에는 본인뿐 아니라 정우성씨도 포함됐다.
정우성씨는 애초 이 영화에 출연하는 것을 4차례나 거절했다고 한다. 하지만 이정재씨가 끊임없이 시나리오를 수정하며 정우성씨에게 출연을 부탁했고 결국 2020년 8월에 캐스팅을 확정했다.
이정재씨의 첫 연출 데뷔작인데다 영화 ‘태양은 없다’(1999년작) 이후 23년 만에 '청담동부부'의 출연작이라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이정재씨가 이 영화를 통해 성공한 배우에서 성공한 사업가를 거쳐 성공한 연출가라는 명예까지 쥘 수 있을지 주목된다. 물론 그 여정에는 정우성씨가 함께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