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일 SK에코플랜트 대표이사 사장이 주택사업 강화에 나서고 있다.
주력 사업인 플랜트부문의 매각에 따른 시공능력평가 하락을 방어하고 수익성을 높이려는 행보로 보인다.
20일 SK에코플랜트에 따르면 도시정비사업에서 수주 성과를 잇달아 올린 데 이어 내년에도 추가 수주를 기대하고 있다.
SK에코플랜트는 경기 성남 금광동1단지와 2단지 가로주택정비사업 두 곳에서 동시에 시공사로 선정되며 첫 가로주택정비사업을 수주했다고 이날 밝혔다.
이는 두 사업지에 걸쳐 1038가구, 3140억 규모에 이르는 사업이다.
SK에코플랜트 관계자는 "올해 1월 의정부 장암5구역 재개발과 함께 도시정비시장에서 모두 5400억 원의 수주를 기록했다"며 "이번에 시장 진출에 성공한 가로주택정비사업을 포함해 도시정비시장에서 일감을 늘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설명했다.
SK에코플랜트는 첫 가로주택정비사업 수주에 성공한 성남 금광동 지역에서 내년 추가 수주를 통해 1600가구 규모의 브랜드타운을 만들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재건축, 재개발 등과 같은 도시정비사업의 하나인 가로주택정비사업은 기존 도로에 맞닿은 노후 연립·다세대주택을 대상으로 진행하는 사업이다.
규모는 작지만 재개발 사업보다 절차가 간단해 사업기간이 짧다는 장점이 있다.
박경일 사장은 경기도 안산시 고잔연립3구역 재건축 수주전에서 현대건설을 상대로 각축을 벌이고 있다. 이번 수주전은 21일 시공사를 선정한다. 박 사장은 조합에 1억 원을 환급하겠다는 홍보물을 내놓는 등 수주에 정성을 쏟고 있다.
애초 SK에코플랜트는 올해 들어 도시정비시장에서 이렇다 할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 12월 들어 적극적 행보를 보이는 데는 박 사장의 전략적 판단이 깔려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박 사장은 시공능력평가 하락을 막거나 최소화하는 수단으로 주택사업에 힘을 싣는 모양새다.
SK에코플랜트는 주력 사업인 플랜트부문을 매각함에 따라 전체 매출 규모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는 시공능력평가 하락으로 이어진다.
SK에코플랜트는 지난 13일 임시 주주총회에서 플랜트 사업부문의 분할합병 안건을 승인했다.
2021년 3분기 기준 SK에코플랜트의 매출은 5조1284억 원인데 플랜트 부문의 비중은 55.5%(2조8457억 원)이다.
2020년에도 매출 8조7천억 원 가운데 플랜트 부문이 60% 정도로 절반이 넘었다.
이를 고려하면 현재 10위인 시공능력평가 순위가 20위 안팎까지 떨어질 수 있다는 시선도 나온다.
플랜트사업의 매각에 따라 기존에 감소세를 보였던 수주잔고가 더욱 줄어들게 된 점도 박 사장이 주택사업 강화에 나선 이유로 꼽힌다.
SK에코플랜트의 2021년 3분기 수주잔고는 17조1414억 원으로 2020년 말 18조3492억 원, 2019년 20조2224억 원에서 계속해서 줄고 있다.
SK에코플랜트는 새 주택브랜드를 준비하고 있다. 이 또한 박 사장의 주택사업 강화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SK에코플랜트는 시공사 지위를 잃을 위기에 처한 서울 노량진7구역 재개발사업에서 시공권을 지키기 위해 2022년 프리미엄 주택 브랜드를 내려 하고 있다.
SK에코플랜트 관계자는 "SK뷰가 오래되기도 한 만큼 2022년 새 주택브랜드를 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수익성이 좋은 주택사업 확대를 통해 부채비율을 줄이려 하는 것일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주택사업의 수익성이 다른 부문보다 좋다는 점은 SK에코플랜트의 실적에서도 드러난다.
2021년 3분기 SK에코플랜트의 주택사업이 포함된 건축주택부문의 매출총이익률은 17.2%로 플랜트 부문 매출총이익률 7.0%를 크게 웃돈다.
2021년 3분기 기준 SK에코플랜트의 부채비율은 339.9%다.
2020년 말 386.1%였던 것과 비교하면 50%포인트 가까이 줄긴 했지만 여전히 높은 것으로 평가된다. [비즈니스포스트 안정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