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원학 삼성화재 대표이사 사장 내정자가 복수노조 사이 깊어진 갈등에 중재자 역할을 해낼까?
삼성화재 복수노조 사이의 소송전으로 올해 임금협상 중단 사태가 장기화되고 있어 홍 사장은 개인별 협상을 통해 임금협상을 다시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
15일 삼성화재 평사원협의회노조는 오전 11시에 삼성화재 본사 정문 앞에서 삼성화재와 삼성화재 노조를 비판하는 옥외집회를 열었다.
이날 집회에는 평사원협의회노조 집행부와 일부 조합원들이 참여했다. 집회 참석이 힘든 일부 조합원들은 근조화환으로 보냈다.
평사원협의회노조는 삼성화재가 임금협상을 위한 대화를 거부하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평사원협의회노조는 성명서에서 “삼성화재가 과반수 노동조합을 무시하며 노동조합의 대표를 회사 1층에서 출입을 막고 문전박대했다”고 말했다.
삼성화재의 또 다른 노동조합인 삼성화재 노조를 향해서도 비판의 날을 세웠다.
평사원협의회노조는 “온갖 유언비어로 과반노조를 비방, 대화조차 거부하며 노노갈등을 격화시키는 삼성화재 노조의 상생 의지의 부재를 개탄한다”고 말했다.
홍 사장 내정자는 10일 삼성화재 사장에 내정된 뒤 첫 번째 과제로 노조 갈등과 임금협상 문제를 마주하게 됐다.
홍 사장 내정자는 사장 임기를 정식으로 시작하기 전에 복수노조의 갈등과 임금협상을 빠르게 해결하는 데 힘을 쏟을 것으로 보인다. 내년 2월에 열리는 주주총회을 거쳐 대표이사에 선임되지만 이미 사장으로서 업무를 챙기고 있다.
복수노조 갈등이 장기화되면 삼성화재의 대외적 이미지가 훼손될 우려가 있고 제때 임금 인상분이 반영되지 못해 직원들의 사기가 떨어지면 산적한 현안을 처리하는 데 걸림돌로 작용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다만 삼성화재의 임금협상은 복수노조 사이의 소송문제가 함께 얽혀 있어 해결이 쉽지 않다.
삼성화재 노조는 지난해 3월 설립돼 삼성화재와 단체협약을 체결했으나 올해 4월에 평사원협의회노조가 설립되면서 과반수 노조 지위를 놓고 평사원협의회노조와 갈등을 빚었다.
평사원협의회 노조는 삼성화재 내근직 직원 5800명 가운데 3200명을 확보하며 서울지방노동청으로부터 교섭단체대표노조 지위를 얻어 회사측과 임금협상을 진행해왔다. 삼성화재 노조는 내근직 직원 600명 가량과 설계사 3600여 명을 확보하고 있다.
하지만 삼성화재 노조가 9월 평사원협의회 노조의 설립 절차상의 하자를 이유로 평사원협의회 노조와 삼성화재의 단체교섭을 중지하라는 가처분 판결을 받아내면서 임금협상이 중단됐다.
이에 평사원협의회 노조는 교섭중지 가처분 이의신청을 제기했지만 법원의 심리가 지체되면서 소송전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평사원협의회노조는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재판부의 심리가 늦어져 변호인을 통해 재판부에 신속 결정을 촉구하는 문서를 제출했다”고 말했다.
홍 사장 내정자가 삼성생명 인사팀에서 상무와 전무로 일했던 경험을 살려 복수노조 사이의 갈등에 중재자 역할을 해낼 것으로 기대된다.
평사원협의회노조에 따르면 이날 삼성화재는 노조 측에 직원 개인별로 임금협상을 진행해보겠다는 뜻과 16일 홍 사장 내정자와 면담을 진행하자고 연락해왔다.
이에 평사원협의회노조는 15일부터 3일 동안 옥외집회를 연다는 계획을 철회하고 회사 측의 공식발표를 기다리기로 했다.
삼성화재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법과 원칙에 따라 성실히 임금협상에 임하겠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승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