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정치권과 법조계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검찰이 조만간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사건과 관련해 김건희씨를 소환조사할 것으로 보인다.
주가조작 혐의를 받는 권오수 도이치모터스 회장이 구속되면서 주가조작 과정에 뒷돈을 댔다는 의혹을 받는 김씨에 대한 조사가 불가피해진 듯하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에 관여한 것으로 의심 받는 인물들은 김씨만 빼놓고 거의 모두 구속됐거나 이미 구속기소된 상태에서 재판을 받고 있다.
검찰이 김씨를 소환한다면 유력 대선후보의 배우자가 선거 직전 검찰조사를 받는 초유의 상황이 벌어지게 된다.
윤 후보로서는 피하고 싶은 상황일 수밖에 없다.
일단 지지층이 결집하면서 윤 후보를 옹호할 수 있겠지만 3~4달 남은 대선일정을 고려하면 윤 후보에게 득보다 실이 커 보인다.
당장 더불어민주당은 김씨를 놓고 압박수위를 높이고 있다.
송영길 민주당 대표는 19일 열린 민주당 '윤석열 일가 부정부패 국민검증특위' 1차 회의에서 "대통령의 부인 자리는 청와대 부속실 직원과 예산이 배정될 뿐 아니라 대통령 전용기를 같이 타고 국가를 대표해 외국을 순방하고 외교를 펼치는 중요한 공적 자리"라며 "후보 못지 않은 검증의 대상이 되는 것은 불가피한 일"이라고 말했다.
김씨가 단순한 '전주' 역할을 넘어 주가조작 공범 혐의가 적용된다면 이는 윤 후보는 큰 정치적 부담을 안게 된다.
주가조작은 자본시장의 공정성과 신뢰성을 해치는 중대범죄로 김씨의 도덕성이나 윤 후보 본인의 자질문제 등과는 결이 다르다. 김씨한테는 대학 강사로서 경력을 부풀렸다는 의혹을 사고 있지만 주가조작 의혹은 명백한 형사범죄이기 때문이다.
만약 검찰이 김씨를 소환조사 한 뒤 범죄혐의가 있다고 보고 기소까지 한다면 정치적 후폭풍은 매우 거셀 수밖에 없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는 최근 그를 둘러싼 대장동 의혹을 두고 윤 후보의 고발청부 의혹과 묶어 함께 특검 수사를 받자고 나섰다.
대선 전에 특검 수사의 결과가 나오기 힘든 만큼 수사 과정에서 의혹들만 불거져 나오는 등 혼란스러운 상황이 이어질 공산이 크다. 이런 상황에서 김씨가 기소된다면 윤 후보는 한 수 접고 들어가는 셈이 된다.
민주당은 벌써부터 윤 후보의 대선후보 사퇴까지 입에 올리며 압박하고 있다.
윤호중 민주당 원내대표는 19일 '윤석열 일가 부정부패 국민검증특위' 1차 회의 "대선 역사상 후보 본인은 물론 부인과 장모까지 일가족 전체가 많은 부정부패와 비리 의혹에 휩싸인 사례는 한국 정치 사상 최초의 일"이라며 "윤 후보는 지금이라도 일가의 부정부패에 정치적·법적 책임을 지고 사퇴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법조계 일각에서는 검찰이 김씨를 불기소처분하면서 이 사건에서 발을 뺄 가능성이 높다고 바라본다.
유력 대선후보의 부인을 대선 직전에 기소하는 것은 정치적 부담이 너무 크기 때문이다. '단순히 돈을 빌려줬고 금전적 손해도 입었다'는 김씨 쪽 주장을 수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검찰은 이명박 대선후보의 BBK 연루 의혹을 두고 대선 직전 무혐의 처리하면서 면죄부를 줬다. 이 사건은 10년 뒤 재수사 끝에 기소돼 이 전 대통령은 중형을 선고받았다.
그래도 당장 김씨가 소환조사 끝에 불기소처리된다면 윤 후보로서는 크게 한 숨 돌리게 된다.
민주당은 검찰이 부실수사를 벌였다면서 반발하겠지만 그 파장은 그렇게 크지 않을 수 있다. 윤 후보 쪽은 오히려 검찰 조사결과를 바탕으로 역공을 펼 가능성이 높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사건은 권오수 도이치모터스 회장이 2010~2011년 주가조작세력과 결탁해 회사 내부 호재성 정보를 흘려 주식 매매를 유도하는 등의 방법으로 주가를 조작했다는 의혹이다.
주가 조작을 위해서는 다량의 주식 확보가 필수적인데 이 과정에서 김건희씨는 돈을 대는 '전주' 역할을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김씨는 또 2012년 도이치모터스 신주인수권을 헐값에 사들였다가 되팔아 큰 차익을 챙겼다는 의혹도 샀다.
김재원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18일 KBS 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 출연해 "(현정권은) 수사를 통해서 윤석열 후보에게 흠집을 내고 배우자에게 어떤 형태로든 형사 책임을 덮어씌우기 위해서 노력을 할 것"이라며 "없는 죄라도 뒤집어 씌울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남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