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효 기자 kjihyo@businesspost.co.kr2021-11-16 17:1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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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저비용항공사(LCC)들이 적자의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저비용항공사들은 ‘트래블버블’로 조금씩 회복되고 있는 국제선 여객수요를 붙들고 유상증자를 통해 코로나19 막바지 보릿고개를 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 저비용항공사(LCC) 항공기 모음. <각 항공사 사진 취합>
16일 항공업계 안팎의 말을 종합하면 국내 저비용항공사들은 당분간 부진한 실적을 개선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위드 코로나(단계적 일상회복)가 시작되면서 국내선 여객수요는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국제선 여객수요가 회복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NH투자증권이 내놓은 ‘2022년 산업전망’을 보면 “2022년 연간 국제선 여객수요는 유상여객킬로미터(RPK) 기준으로 2019년 대비 45%가량 회복될 것으로 전망된다”며 “코로나19 백신 보급 및 접종률과 유럽 내 코로나19 재확산 등 변수가 많아 회복 경로를 향한 불확실성이 여전히 높다”고 바라봤다.
나민식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국제여객 회복은 ‘브이(V)’자형의 가파른 반등보다는 계단식으로 회복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며 “국제여객은 2023년에 이르러서야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수준으로 회복할 것으로 전망한다”고 내다봤다.
국내 저비용항공사들은 대부분 그동안 국제선 수요에 의존해왔다.
제주항공은 코로나19 위기 이전인 2019년 국내선 탑승객은 487만2천여 명, 국제선 탑승객은 836만5천여 명으로 국제선 탑승객이 2배 가까이 많았다. 국내선 여객을 통해서는 2305억 원을 벌어들인 반면 국제선 여객을 통해서는 1조260억 원을 벌었다.
티웨이항공은 2019년 국내선 여객 수송을 통해 1412억7천만 원, 국제선 여객을 통해서는 5901억6천만 원을 거뒀다.
진에어도 마찬가지다. 진에어는 2019년 국내선 여객을 통해서는 1713억4천만 원을 벌어들인 반면 국제선을 통해서는 6748억6천만 원을 벌었다.
이처럼 국제선에 의존해왔던 저비용항공사들은 코로나19로 국제선 수요가 급감하자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저비용항공사들이 발표한 올해 3분기 실적을 보면 제주항공, 티웨이항공, 진에어, 에어부산은 모두 영업손실과 순손실을 봤다.
진에어를 제외하고 제주항공, 티웨이항공, 에어부산은 모두 지난해 3분기와 비교해 영업손실과 순손실 규모가 모두 커졌다.
국내 대형항공사(FSC)인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늘어나는 항공 화물수요를 겨냥해 화물운송 비중을 높이며 실적이 개선되고 있지만 저비용항공사들은 화물을 운송할 여력조차 갖추고 있지 못해 화물운송에도 나서기 어렵다.
이 때문에 저비용항공사들은 사이판과 싱가포르 등 트레블 버블협약을 맺은 나라의 여객수요 회복에 희망을 걸고 있다.
트래블버블 협약은 코로나19 상황에서 방역이 우수한 나라들이 서로 여행을 허용하는 협약을 말한다. 현재 한국은 사이판과 싱가포르와 트래블버블 협약을 맺었다.
제주항공은 이에 발맞춰 12월부터 부산~사이판 정기편 운항을 시작한다. 티웨이항공도 12월을 목표로 인천~싱가포르 노선 운항을 준비하고 있다.
괌과 같이 자가격리가 없는 나라를 오가는 항공기 운항도 속속 재개하고 있다.
제주항공은 11월25일부터 인천~괌 노선의 운항을 재개하고 에어부산도 11월27일부터 부산~괌 노선의 운항을 시작한다.
진에어는 11월28일부터 인천~괌 노선을 매주 4회 운항하며 말레이시아 정부의 여행 규제 완화에 발맞춰 12월부터는 인천~코타키나발루 부정기편을 운영한다는 계획도 세웠다.
하지만 트래블버블로 발생하는 국제선 여객수요는 한계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트래블버블은 국가들이 일대일로 맺는 협약인 데다 코로나19 확산 상황에 따라 유동적으로 운영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저비용항공사들은 일본과 중국 등 단거리 국제선의 비중이 높아 이들 국가의 코로나19 방역 상황이 개선돼야만 수익 개선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제주항공이 2019년 1분기 전체 매출 가운데 일본 노선과 중국 노선에서 거둬들인 매출의 비중은 40%에 이른다.
일본과 중국에 관광목적으로 방문하기 위해서는 여전히 2주의 자가격리를 거쳐야 한다.
저비용항공사들은 코로나19 보릿고개를 넘기기 위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유상증자에 나서기도 했다.
다행히 억눌린 항공수요를 향한 기대감이 커지면서 모두 유상증자에 성공해 숨통이 조금이나마 트이게 됐다.
진에어는 11월 초 1238억 원의 유상증자에 성공했으며 제주항공은 10월 유상증자를 통해 2066억 원 운영자금을 확보했다.
에어부산은 9월 유상증자로 2271억 원을 조달했으며 티웨이항공은 4월 800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에 성공했다.
저비용항공사들의 생존경쟁이 치열해지는 만큼 코로나19 막판 보릿고개를 넘기며 국내 저비용항공시장이 재편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나민식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2022년 항공산업을 관통할 키워드는 ‘항공산업 재편’이 될 것이다”며 “2019년부터 시작된 항공업계 재편은 아직 끝나지 않았으며 국제 여객이 회복추세에 접어들면 그동안 미뤄왔던 재편과 관련한 이야기가 다시 시작될 것이다”고 바라봤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지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