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세 이노디자인 대표가 B2C(기업과 소비자간 거래) 사업에 직접 뛰어든다. 김 대표는 삼성 가로본능 휴대폰 등 수많은 제품의 디자인을 히트시켜 국내 산업디자인계를 선도해 왔다.
기업들에 제품 디자인을 판매해 왔던 김 대표는 최근 토크 콘서트 형식의 강연을 열고 이노디자인 브랜드 제품을 직접 생산한다고 밝혔다. 현재 이노튜브 블루투스 스피커와 이노웨이브 헤드폰 등에 이어 하반기 신제품 출시를 앞두고 있다.
◆ 매장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자체상품 만들 것
김 대표는 지난 17일 서울 청담동 송은 아트스페이스에서 ‘김영세 디자이너와 함께하는 토크 콘서트’를 열었다. 그는 이날 강연에서 “청년 시절로 돌아가 새롭게 시작하는 마음”이라며 “이노디자인이 디자인한 브랜드 제품이 매장에 여럿 나타나게 하는 것이 앞으로의 꿈”이라고 말했다.
|
|
|
▲ 김영세 이노디자인 대표 |
김 대표의 이노디자인은 그동안 히트상품 디자인을 해온 경험을 바탕으로 개성있는 제품을 개발해왔다. 이노디자인은 2009년 일본 산업전문잡지인 닛케이BP가 뽑은 ‘세계 10대 디자인 회사’로 선정됐다.
이노디자인의 경영철학은 기업고객이 디자인을 의뢰하기 전에 미리 디자인을 만들어 놓는 것이다. 이런 점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 대부분의 디자인회사가 기업고객이 요구하는 대로만 제품 디자인을 제공해왔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이날 강연에서 이노디자인을 제품생산과 서비스까지 모두 맡는 브랜드 회사로 키운다는 계획을 밝혔다. B2B(기업간거래)회사에서 B2C(기업과 소비자간 거래) 회사로 한단계 도약하겠다는 포부를 내비친 것이다.
김 대표는 그동안 ‘디자인 퍼스트’ 정신을 이어 왔다. 그는 1999년부터 앞으로 제품개발이 디자인에 맞춰질 것이란 주장을 해왔다. 이는 애플 창업주 스티브 잡스의 ‘디자인은 인간 창조물의 본질적 영혼’이라는 경영철학과 일맥상통한다. 소비자가 제품을 살 때 ‘메이드 바이(Made by)’보다 ‘디자인 바이(Design by)’가 구매결정에 중요한 요소로 작용할 것이란 얘기다.
◆ 김영세는 어떻게 유명해졌나
김 대표는 일리노이대학교 산업디자인 석사를 졸업한 뒤 1986년 실리콘밸리에 이노디자인을 설립했다. 이후 삼성전자 가로본능 휴대폰, 아이리버 MP3, 라네즈 거울 슬라이딩 팩트, LG전자 양문형 냉장고, 홈플러스 주방용품 등을 수많은 히트상품을 내놓았다.
히트상품 중에서도 큰 인기를 얻은 라네즈 거울 슬라이딩 팩트는 아내한테서 아이디어가 나왔다. 김 대표가 “어떤 팩트가 나왔으면 좋겠냐”고 묻자 아내가 “화장을 마친 뒤 팩트를 열어 거울을 봐야 하는 불편함을 줄이는 제품이 나오면 좋겠다”고 답한 데서 착안된 것이다.
당시 이 상품은 출시 2주만에 5만여 개가 팔려나가 초기매출만 11억 원을 웃돌았다. 이 상품 덕에 라네즈 브랜드가 대중들에게 널리 알려졌다는 평가가 많다. 아울러 경쟁사도 덩달아 모방상품을 내서 이익을 챙겼다고 전해진다.
김 대표가 아내를 감동시킨 것처럼 그는 “소비자는 항상 1명이다”며 “1명을 완전히 만족시킨다면 여러 명을 만족시키는 제품을 만드는 일은 어렵지 않다”고 말했다. 소비자 입장에서 배려하는 마음으로 제품을 디자인하고 만들어 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얘기다.
김 대표는 그동안 ‘디자인계 노벨상’이라 불리는 미국 ‘IDEA’에서 금상, 은상, 동상을 수상했다. 2005년 독일 ‘레드닷 디자인 어워드’에서 디자인상을 받았다. 또 영국의 권위있는 잡지 ‘DESIGN’에 표지기사로 실리기도 했다.
김 대표는 최근 태극 문양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국립중앙박물관 입구로 들어가는 250m 지하도로인 ‘박물관 나들길’을 직접 디자인했다. 국내 디자이너로는 유일하게 동대문 디자인플라자에 ‘김영세 디자인 박물관(YKDM)’을 열었다.
|
|
|
▲ 김영세 이노디자인 대표가 17일 토크 콘서트에서 히트상품 디자인이 나온 비결을 설명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