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MM이 실적 호조를 이어가면서 KDB산업은행이 HMM 보유지분 매각시점을 앞당길지 주목된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단계적으로 HMM 지분을 매각해 한국해양진흥공사 위주로 경영권을 유지한 뒤 부분 민영화를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HMM 경영정상화 궤도 올라, 이동걸 산업은행 보유지분 매각 앞당기나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


12일 금융업계 안팎의 말을 종합하면 HMM이 올해 역대 최대 수준의 실적을 낼 것으로 전망되면서 산업은행이 HMM 지분을 매각하기에 좋은 환경이 조성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HMM은 2021년 3분기 연결기준으로 영업이익 2조2708억 원을 거뒀는데 2020년 3분기보다 719.5% 증가했으며 분기 기준으로 사상 최대 실적이었다.

4분기에도 이런 실적 개선흐름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배기연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컨테이너박스 부족에 따른 운임 폭등은 2021년 지속될 것이다”며 “컨테이너시황은 제조업에 후행하기 때문에 제조업 개선은 HMM 중·장기운임 매출 증가의 원동력이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산업은행과 한국해양진흥공사 등이 HMM에 투입한 공적자금은 약 3조2천억 원이다. 12일 종가기준 산업은행과 한국해양진흥공사가 보유한 HMM 지분가치는 약 4조5천억 원으로 지금 매각하더라도 산업은행 등은 1조 원이 넘는 차익을 남기게 되는 셈이다.

산업은행은 그동안 다양한 기업에 자금을 지원해 살려냈지만 투입한 만큼 회수한 사례는 많지 않았는데 HMM은 이동걸 회장의 성과로 남을 것으로 보인다.

이동걸 회장은 HMM의 경영이 정상화되면 산업은행 보유지분을 매각하겠다는 방침을 내놓았다.

이 회장은 9월13일 ‘취임 4주년’ 기념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HMM이 경영정상화를 달성했다면 산업은행으로서는 더 이상 지분을 들고 있을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게다가 정부가 2018년 국내 해운산업의 재건을 위해 추진한 ‘해운재건 5개년 계획’의 시한 종료도 다가오고 있다.

현재 산업은행이 보유한 HMM 지분은 20.69%다. HMM 2대주주는 지분 19.96%를 들고 있는 한국해양진흥공사다.

다만 이동걸 회장은 9월 간담회에서 “아직 HMM 매각을 검토하고 있지 않다”며 "최근 흑자는 컨테이너선 신주 발주와 대규모 정책지원 등 우호적 환경 덕이 컸다는 것을 간과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HMM 보유지분 매각시점을 놓고는 신중한 태도를 보인 것이다. 

HMM은 올해 상반기 기준으로 누적 결손금이 4조1390억 원에 이른다. 결손금이랑 일정한 기간, 수입보다 지출이 많아서 생긴 손실금액을 말한다.

이 회장은 HMM이 누적된 결손금을 모두 털어내고 2022년까지 안정적으로 실적을 내며 경영 정상화가 확인됐을 때가 매각 적기라고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전환사채(CB)의 주식 전환 등 일련의 작업이 어느 정도 마무리된 점을 고려하면 2022년에는 산업은행의 HMM 보유지분 매각 문제가 다시 수면 위로 오를 공산이 크다.

양지환 대신증권 연구원은 “HMM은 2022년 매출 13조8천억 원, 영업이익 7조1천억 원을 거둘 것이다”며 “2022년 HMM이 보유하게 될 것으로 예상되는 현금만 13조 원으로 이는 현재 HMM의 시가총액(11조672억 원)보다도 많다”고 분석했다.

산업은행이 HMM 보유지분을 통째로 민간기업에 매각하는 방안은 현재 상황에서는 어려워 보인다.

이 회장은 당초 HMM 경영권을 바로 민간기업에 넘기는 방안도 검토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한국해양진흥공사가 HMM의 2대주주로 오르면서 매각에 변수가 많아졌다.

HMM 인수를 희망하는 기업으로서는 산업은행이 보유한 HMM 지분을 모두 인수해도 한국해양진흥공사의 지분 차이가 0.73%포인트밖에 나지 않아 최대주주로서 경영권을 온전히 확보하기 어려울 수 있다.  

게다가 해양진흥공사가 보유한 HMM 전환사채(CB)를 모두 주식으로 전환한다면 지분율이 현재 19.96%에서 35.67%까지 높아질 수 있다.

따라서 이동걸 회장은 산업은행이 보유한 지분을 단계적으로 매각해 우선 해양진흥공사 중심으로 경영권을 유지하도록 한 뒤 HMM을 부분적으로 민영화하는 방안을 가장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되면 한국해양진흥공사가 HMM의 최대주주에 오르고 산업은행은 협조하는 방식이 당분간 유지될 가능성이 있다.

현재 HMM 인수에 관심이 있는 곳으로는 현대자동차그룹과 CJ그룹, 포스코, 하림 등이 꼽히고 있다. 

현대차그룹의 계열사 현대글로비스는 현대차와 기아차가 생산한 자동차, 석유화학제품, 철강재, 산업자재 등을 운송하며 벌크선과 자동차운반선을 위주로 운영하고 있다. 따라서 컨테이너사업 비중이 80%가 넘는 HMM과 합병했을 때 낼 수 있는 시너지가 큰 것으로 분석된다.

CJ그룹은 그룹의 물류사업 확장에 CJ대한통운과 함께 HMM이 필요할 것으로 보이며 포스코는 그룹의 사업 대부분이 물류와 밀접한 관계가 있어 2018년 산업은행으로부터 HMM 인수를 제의받기도 했다. 하림은 HMM을 인수하면 벌크선사에서 컨테이너사까지 사업을 확장할 수 있다.

최근 HMM 주가 하락에 불만이 높은 소액주주 입장에서도 우량한 기업이 HMM 경영에 참여하는 것을 반길 것으로 보인다.

다만 HMM의 완전 민영화에는 더 많이 시간이 걸릴 수도 있다. 해운업은 기간산업이기도 한 만큼 국가적 지원이 다시 필요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과거 고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은 “외국 선사들이 정부에게 수십조 원의 지원을 받아 사기업으로서 경쟁하는 데 한계를 느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이런 점을 고려해 HMM 경영권이 사기업으로 넘어간 뒤에도 한국해양진흥공사 등이 일정 지분을 보유하며 관리, 감독을 이어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비즈니스포스트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