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재훈 HMM 대표이사 사장이 잔뜩 뿔난 주주들을 달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할 수 있을까?

해양진흥공사가 주식전환 청구권을 행사하면서 배 사장이 주주들을 달래기 위해 남은 카드가 배당밖에 없는 데 배당 가능이익을 낼 수 있다는 것을 실적으로 보여줘야 한다.
 
[오늘Who] HMM 주주 달랠 길은 배당뿐, 배재훈 실적으로 입증해야

배재훈 HMM 대표이사 사장.


26일 HMM 안팎의 말을 종합하면 해양진흥공사가 6천억 원 규모의 제191회 영구전환사채의 주식전환 청구권을 행사하면서 HMM 주주들의 불만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

해양진흥공사 홈페이지 ‘고객의 소리’에는 HMM 주주들이 남긴 것으로 추정되는 항의성 글이 계속해서 올라오고 있다. 

이날 장 마감 이후 해양진흥공사가 주식전환권을 청구했다는 공시가 뜨자 HMM 주가는 이날 시간외거래에서 6.12% 하락했다. 

이날 HMM은 191회 영구전환사채의 채권자인 해양진흥공사가 주식전환 청구권을 행사한다고 공시했다. 

이에 해양진흥공사는 HMM의 주식 8364만7009주를 추가로 확보하면서 모두 9759만859주를 보유하게 됐다. 

이는 HMM의 지분 19.96%로 해양진흥공사는 산업은행에 이어 2대주주가 되는 것이다. 산업은행은 HMM의 지분 20.69%(1억119만9297주)를 들고 있는 최대주주다.

배 사장은 해양진흥공사의 주식전환권 청구 우려에 주주들의 반발이 커지자 22일 주주들을 달래기 위해 191회 영구전환사채의 조기상환 카드까지 꺼내들었지만 배 사장의 의지대로 이뤄지지 않은 셈이다. 

배 사장으로서는 잔뜩 뿔난 주주들을 달래기 위해 방안을 추가로 찾아야 한다.

가장 현실적 방안은 배당 약속의 이행이다.

올해는 그동안 누적된 결손금 규모가 커 그마저도 녹록치 않다. 결손금은 회계상 기업의 순손실이 누적된 것이다.

HMM이 2011년 이후 10년 동안 내리 순손실을 보면서 올해 상반기 기준으로 결손금은 4조1390억 원에 이른다. 

결손금 규모를 감안하면 올해 HMM이 시장의 기대치에 부합하는 수준의 실적을 낸다고 하더라도 배당은 쉽지 않다. 

금융정보업체 FN가이드에 따르면 HMM은 올해 연결기준으로 매출 12조7116억 원, 영업이익 6조4445억 원, 순이익 3조9637억 원을 낼 것으로 추산된다. 

역대 최고 수준의 실적을 내는 것이지만 결손금을 메우기에는 1753억 원 가량이 부족하다.

올해 세계적 물류대란으로 컨테이너선 업황이 좋아 HMM이 시장의 기대치를 훌쩍 뛰어넘는 실적을 낸다면 주주배당이 가능할 수도 있다. 

엄경아 신영증권 연구원은 “HMM은 올해 연말 재무제표 기준으로 배당가능이익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돼 약속한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방안을 모두 이행할 수 있을 것이다"고 내다봤다. 

올해 배당가능한 수준의 이익을 확보하지 못한다면 배 사장은 내년에 최대한 빠르게 배당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HMM이 올해 실적 호조로 순이익 3조9천억 원을 거둔다면 결손금의 상당부분을 털어낼 수 있어 내년 1분기부터는 분기배당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배기연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기존 주주 입장에서는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방안에 주목하는 상황이며 배당 가능이익 확보 여부가 중요해졌다”며 “HMM의 2분기 말 결손금은 4조1천억 원이지만 연속항해용선 계약에 따른 HMM의 실적 개선이 2022년에도 이어지며 결손금 소멸 및 배당 가능이익 확보가 가능하다”고 내다봤다. 

HMM이 가장 최근 배당을 실시한 해는 2010년으로 당시에도 HMM의 별도기준 순이익은 44억 원에 그쳤지만 보통주는 1주당 500원, 우선주는 1주당 600원의 주주배당을 실시해 모두 767억 원을 배당했다. 

2009년에는 별도기준으로 순손실 8018억 원을 봤지만 HMM은 보통주 1주당 500원, 우선주 1주당 600원 등 모두 772억 원 규모를 배당했다. 

배 사장은 앞서 13일 HMM 홈페이지에 주주들을 향한 글을 띄우고 "회사는 배당을 포함한 주주친화적 정책을 고려하고 있다"면서도 "다만 현재는 상법상 배당 가능이익이 없어 배당이 불가능하지만 결손금이 지속해서 감소하고 있어 이익이 발생하는 시점에 적극적으로 주주환원정책을 시행하겠다"고 말했다.

HMM 관계자는 "올해 말 기준 결손금 규모는 실적 결산시점이 돼야 알 수 있다"며 말을 아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지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