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보험사들이 즉시연금 미지급금 소송 관련 결과를 장담하기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만기보험금을 지급하기 위한 공제내용을 담은 산출방법서가 보험약관에 포함되는지 여부에 따라 승패가 갈릴 것으로 보인다.
 
생명보험사 즉시연금 소송결과 예측 어려워, 대법원 전원합의체 가나

▲ 삼성생명은 올해 7월 금융소비자연맹이 공동소송인단을 구성해 제기한 즉시연금 미지급금 1심 소송에서 패소했다. 반면 10월 가입자 1인이 낸 즉시연금 미지급금 1심 소송에서는 승소했다.


대법원은 소송 관련 지급액이 최대 1조 원에 이르는 파급력을 고려할 때 전원합의체를 꾸린 뒤 최종 판단을 내릴 것으로 보여 관련 소송은 길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25일 보험연구원이 내놓은 보험법 리뷰 ‘즉시연금보험 관련 최근 판결 검토’에 따르면 즉시연금 미지급금 1심 판결이 엇갈리면서 앞으로 소송결과를 예측하기 어려워졌다는 분석이 나왔다.

백영화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핵심 쟁점과 관련해 1심 법원들이 서로 다른 판단을 내리고 있으므로 앞으로 진행될 소송 추이를 면밀하게 지켜볼 필요가 있겠다”고 말했다.

앞서 즉시연금 미지급금 1심 소송에서 NH농협생명을 제외한 교보생명, 동양생명, 미래에셋생명, 삼성생명은 모두 패소했다. 삼성생명은 7월 금융소비자연맹이 공동소송인단을 구성해 제기한 단체소송에서 졌다.

하지만 10월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46부(이원석 부장판사)는 재판부는 가입자 1인이 삼성생명을 상대로 낸 보험금 청구소송과 한화생명이 원고로 있는 채무부존재 확인소송의 1심 판결에서 각각 보험사에게 승소 판결을 내렸다.

즉시연금 미지급금 1심 판결이 서로 다르게 나온 것은 각 재판부에서 산출방법서가 보험약관의 내용에 포함되는지를 달리 보았기 때문이었다.

즉시연금은 보험을 가입할 때 보험료 전액을 일시에 납입하면 그 다음달부터 매월 연금을 받을 수 있는 상품을 말한다.

보험사들은 만기 때 보험금을 지급할 돈을 마련해두기 위해 사업비와 위험보험료 공제액을 매월 연금에서 떼는 방식을 취했다. 

보험사들은 즉시연금상품 약관에 ‘보험료 및 책임준비금 산출방법서’에 나온 내용을 토대로 사업비 등 일정 금액을 제외하고 매월 연금을 지급했다.

하지만 가입자들은 최저보증이율에 못 미치는 연금을 받았다며 덜 받은 연금액을 지급하라고 보험사에 요구했다. 가입자들은 약관에 ‘연금계약 적립액은 산출방법서에 정한 바에 따른다’라고만 적혀있었고 자세한 산출방식을 전혀 알 수 없었다고 주장했다.

보험사들이 패소한 소송의 재판부는 산출방법서가 보험약관에 포함되지 않았다고 봤다.  

산출방법서가 보험계약의 내용으로 포함되기 위해서는 약관에 ‘월 지급 연금액은 이런 식으로 계산된다’는 방식으로 계산식을 넣었어야 한다고 판단했다.

반면 최근 삼성생명과 한화생명이 승소한 소송의 재판부는 약관에서 산출방법서에 정한 바에 따라 계산한다는 문구를 둔 점에 주목해 보험약관의 일부가 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또 두 재판부는 보험사들이 이러한 내용과 관련해 보험계약자에게 설명의무를 다했는지를 놓고도 판단을 달리했다.

보험사들이 패소한 소송의 재판부는 공제사실을 설명해야 하는데 보험회사가 이를 이행하지 않았다고 봤다.

하지만 삼성생명과 한화생명이 승소한 소송의 재판부는 보험계약자가 보험계약 체결 여부를 결정할 수 있을 정도의 설명은 이뤄졌다고 판단했다.

이렇게 재판부의 시각에 따라 항소심에서 다시 승소와 패소가 갈릴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결국 대법원 전원합의체에서 최종 판결이 내려질 것으로 예상된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대법원장과 대법관 13명으로 구성된 합의체로 사회적으로 논란이 있고 파급력이 큰 사건들을 맡아 선고한다.

즉시연금 미지급금 소송의 잠재적 분쟁 당사자가 16만 명에 이르고 지급액 규모도 8천억 원에서 1조 원가량으로 추정되기 때문에 대법원이 관련 사건을 전원합의체에서 판단할 가능성이 크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가입자가 자살했을 때도 보험금을 지급한다는 생명보험 약관의 유효 여부 등 보험사의 약관과 관련한 심리를 진행한 적이 있다.

즉시연금 미지급금 소송을 진행하고 있는 한 생명보험사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재판부에 따라 결과가 조금씩 다르게 나오고 있는 것 같아서 이를 지켜보면서 대응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성실히 재판에 임하겠다”고 말을 아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승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