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은행권이 가계대출을 옥죄고 있지만 9월에도 가계대출은 6조 원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행이 13일 발표한 ‘9월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9월 은행 가계대출 잔액은 1052조 원으로 집계됐다. 8월 말보다 6조5천억 원 증가했다.
한국은행은 “9월 은행 가계대출 증가규모는 올해 상반기 가계대출이 급증하던 시기와 비교하면 줄어든 것으로 볼 수 있지만 코로나19 이전이나 예년 평균보다는 큰 편”이라고 설명했다.
정부와 은행이 대출을 조이고 있지만 여전히 대출수요가 높은 수준을 지속하면서 규제가 약한 곳을 중심으로 대출이 꾸준히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주택담보대출은 주택매매 및 전세거래 자금수요가 이어지면서 8월(5조7천억 원)과 비슷한 수준인 5조8천억 원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전세자금대출 증가규모만 놓고 보면 8월 2조8천억 원에서 9월 2조5천억 원으로 소폭 줄었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가계대출 동향’에 따르면 은행과 제2금융권을 포함한 금융권 전체 가계대출도 9월 7조8천억 원이 늘었다. 2020년 같은 기간 대비 금융권 전체 가계대출 잔액 증가율은 9.2%다.
8월 가계대출 잔액 증가율인 9.5%에 비해서는 증가세가 다소 둔화됐으나 가계대출 증가율은 올해 3월 8.5%에서 4월 10%까지 높아진 뒤 9~10%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신용대출을 포함한 기타대출에서는 규제 효과가 일부 나타났다.
기타대출은 9월 8천억 원이 늘었는데 8월(3천억 원)보다는 증가했지만 7월(3조6천억 원)보다는 현저히 낮은 수준을 보였다.
박성진 한국은행 금융시장국 시장총괄팀 차장은 “8월에는 7월에 있었던 공모주 청약자금이 반환되며 일시적으로 기타대출이 줄어든 영향이 있었다”며 “9월 기타대출은 일부 은행의 신용대출 한도 축소 등 일련의 조치가 감소요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9월 은행의 기업대출은 8월 말보다 7조7천억 원 증가한 1049조원으로 집계됐다. 9월 증가액 기준으로 통계 작성을 시작한 2004년 이후 가장 큰 폭으로 증가했다.
특히 중소기업대출이 코로나19로 인한 금융지원과 시설자금 수요 등으로 전체 기업대출 규모를 끌어올렸다. 중소기업대출은 7조4천억 원 늘어난 873조 원으로 집계됐다.
자영업자가 주로 빌리는 개인사업자대출도 3조5천억 원 늘었다. 중소기업대출과 개인사업자대출 모두 9월 기준 역대 가장 큰 폭으로 증가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