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제임스 박동훈 최종식, '한국인 CEO'의 자동차 판매경쟁  
▲ 김제임스 한국GM 사장, 박동훈 르노삼성차 사장 내정자, 최종식 쌍용차 사장(왼쪽부터).

김제임스 한국GM 사장, 최종식 쌍용차 사장, 박동훈 르노삼성차 사장 등 이른바 외국계 자동차회사들의 CEO가 모두 한국인으로 바뀌면서 치열한 자존심 싸움을 예고하고 있다.

이들은 영업에 강점을 보인다는 공통점도 있다.

한국 자동차시장을 잘 아는 한국인 CEO를 통해 내수시장 공략을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수출 여건이 악화되면서 갈수록 내수시장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 박동훈, 왜 낙점됐나

르노삼성차는 25일 서울 구로구에 있는 쉐라톤서울디큐브시티호텔에서 CEO 이ㆍ취임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박 사장은 프랑수아 프로보 사장의 이임을 앞두고 르노그룹 본사에서 차기 CEO로 점찍은 인물이다.

박 사장은 2000년 르노가 삼성자동차를 인수한 지 16년 만에 한국인으로는 처음으로 사장에 올랐다.

박 사장의 목표는 르노삼성차의 내수시장 3위 탈환이다. 르노삼성차가 이 목표를 이루려면 SM6의 판매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박 사장은 “SM6를 연말까지 최소 5만 대 팔고 르노삼성차 전체로는 올해 10만 대를 판매하겠다”며 “올해 아니면 늦어도 내년까지는 내수 판매 3위를 달성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박 사장은 영업에서 잔뼈가 굵은 만큼 공격적 마케팅 등 적극적인 판촉을 통해 SM6의 판매 확대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SM6가 출시 초반에 순항하고 있는 데에도 박 사장의 역할이 절대적이다. 박 사장은 SM6를 출시하는 과정에서 차이름과 가격, 출시 전후의 대대적 마케팅 등 SM6와 관련한 대부분의 의사결정을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사장은 지난해 말부터 SM6의 광고를 내보내는 등 SM6가 나오기 전부터 분위기를 띄웠다. 차가 출시된 뒤에는 전국에 있는 영업점에 SM6의 시승차를 모두 배치해 고객이 직접 SM6를 타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등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 남과 다른 마케팅 강점

박 사장은 자동차업계에서 영업의 귀재로 불린다.

과거 수입차회사에 몸담으며 볼보와 폴크스바겐의 성공을 이끌었고 2013년 르노삼성차로 자리를 옮긴 뒤에도 QM3를 통해 국내에서 소형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 돌풍을 일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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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동훈 르노삼성차 사장 내정자.
박 사장은 김효준 BMW코리아 사장, 정우영 혼다코리아 사장과 함께 국내에 수입차시대를 연 수입차 1세대로 꼽힌다.

박 사장은 수입차시장에 주로 몸담았던 이력처럼 현대차와 기아차 위주로 형성된 국내 자동차시장에서 고정관념을 깨고 남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박 사장은 CEO로 선택받은 데 대해 “남과 다른 방법으로 마케팅을 벌인 결과가 좋았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박 사장은 르노삼성차의 전략으로 기존 국내 자동차회사들과 차별화를 강조한다.

그는 “우리나라 자동차시장은 현대기아차가 만든 놀이터”라며 “이제 그 놀이터에서 벗어나 르노삼성차도 새로운 놀이터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한국 자동차시장에서 현대기아차가 만들어 놓은 차에 대한 공식을 깨겠다는 것이다.

박 사장은 과거 QM3를 선보일 때에도 “지금껏 없던 새로운 차량”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박 사장은 SM6의 판매에서도 국내 중형세단시장에서 볼 수 없었던 중형세단이라는 점을 내세우고 있다.

◆ “자심감이 가장 중요"

박 사장은 “회사는 어차피 사람이 운영하는 것”이라고 ‘사람’을 강조한다.

박 사장은 취임 뒤 최우선 과제로 직원들의 자신감 회복을 꼽았다. 지난해 내수에서 5위를 차지하면서 전체적 분위기가 가라앉았다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박 사장은 “한국인 사장으로서 할 수 있는 일은 구성원에게 긍정적인 에너지를 심어주는 것”이라며 “르노삼성차의 직원들과 그 가족들이 어디에서도 자신의 회사에 대해 자랑스럽게 말할 수 있는 회사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박 사장은 2013년 르노삼성차 영업본부장으로 자리를 옮겼을 때도 오자마자 영업사원 교육을 직접 챙기며 영업조직 추스르기에 나섰다.

박 사장은 취임 직후 영업조직을 처음 만나 꺼낸 얘기가 “쫄지마”였다고 밝히기도 했다. 오랜 실적 부진으로 자신감이 결여된 영업사원들에게 자신감을 불어넣고 싶었다는 것이다.

그는 SM6 판매와 관련해 영업사원들에게 “파는 차에 대해 자신감을 가질 것”을 강조한다.

◆ 김제임스, 한국GM 효율성 높이기 과제

김제임스 한국GM 사장은 박동훈 사장, 최종식 사장과 달리 자동차 전문가가 아니다.

그는 야후와 마이크로소프트 등 경영자 인생 대부분을 IT업계에서 보냈다. 전문경영인으로 실적 부진에 빠진 기업들에 투입돼 여러 차례 회생작업을 주도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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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제임스 한국GM 사장.
김 사장은 이런 이력을 살려 한국GM의 경영효율성을 끌어올리는 데 주력하고 있다.

미국 GM은 그동안 한국GM의 노사문제와 임금, 생산효율성에 대해 자주 불만을 드러냈다. 이 때문에 김 사장이 영입된 데 대해 한국GM 철수설에 힘을 실어주는 인사라는 분석도 나왔다.

김 사장은 철수설을 부인하면서도 “생산시설의 경우 한국시장의 소비자 반응과 판매성과에 달려있다”고 말하며 여지를 남겼다.

김 사장이 올해 처음 진행한 외부일정도 구조조정과 관련된 업무였다. 김 사장은 1월 한국GM 부평공장에서 한국GM 노조 관계자들을 만나 사무직을 대상으로 진행 중인 희망퇴직에 대해 논의했다.

◆ 한국계 미국인 강점 살려 노조와 소통 기대

김 사장이 생소한 자동차업계에서 어떤 성과를 보여줄지 우려하는 시각도 많았다.

그러나 김 사장은 “IT회사나 자동차회사나 제품을 만들고 파는 사람이 가장 중요한 자원이라는 경영의 본질은 똑같다”고 말했다.

김 사장은 1962년 한국에서 태어나 초등학교 시절 미국으로 건너간 한국계 미국인이다. 그러나 공식석상에서 한국말을 자연스럽게 사용하는 등 의사소통에 별다른 문제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 사장은 스스로 ‘제임스 김’이 아닌 한국식인 ‘김제임스’라고 불러달라고 할 정도로 한국에 애정을 보인다.

김 사장이 노조와 원활한 관계를 유지해야 하는 자동차회사에서 어떤 리더십을 보여 줄지도 주목된다.

김 사장은 노조 관계자와 수시로 만나 “회사 재도약을 위해 힘을 모으자”고 얘기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 사장은 최근에도 “노조는 한국GM의 가장 중요한 파트너”라며 “올해 역시 화합을 통해 좋은 결과가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 사장은 지난해 한국GM으로 자리를 옮긴 뒤 자주 대리점을 찾아 각 대표들과 개별 면담을 진행해왔다. 현장의 목소리를 최대한 반영해 판매를 최우선적으로 끌어올리겠다는 의지다.

◆ 최종식, 쌍용차 가야할 길 멀어

인도 마힌드라그룹이 대주주인 쌍용차는 전통적으로 한국인을 CEO로 임명해왔다.

최종식 사장은 지난해 3월 이유일 부회장의 뒤를 이어 사장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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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종식 쌍용차 사장.
최 사장의 취임 첫해 성적표는 만족스러운 편이다. 오랜 기간 쌍용차의 무거운 짐이었던 해고자 복직문제를 해결했고 마힌드라그룹에 인수된 뒤 처음 내놓은 신차 티볼리도 대성공을 거뒀다.

최 사장에게 올해 가장 큰 과제는 쌍용차의 흑자전환이다. 쌍용차는 2008년부터 지난해까지 8년 연속 적자를 냈다.

쌍용차는 지난해 4분기에 분기 기준으로 흑자전환하며 올해 흑자전환에 대한 전망을 밝게 하고 있다.

최 사장은 올해 티볼리와 티볼리에어를 합쳐 10만 대 이상 판매하는 등 모두 16만 대 이상을 팔아 흑자를 달성한다는 목표를 잡아놓고 있다. 티볼리 인기에 힘입어 지난해 내수 4위에 올라선 기세를 몰아 올해는 3위 고지도 넘보고 있다.

최 사장 역시 영업에서 잔뼈가 굵은 인물이다. 주로 해외영업을 담당했고 쌍용차 사장이 되기 전까지 쌍용차 영업부문 부사장을 지냈다.

최 사장은 특히 소탈하고 격식을 따지지 않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지난해 최 사장이 쌍용차 해고자 복직문제를 해결한 데도 먼저 찾아가는 현장 소통형 리더십이 큰 역할을 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최 사장은 1977년 현대자동차에 입사해 자동차와 인연을 맺었다. 1986년 현대차가 미국에 진출할 당시 캐나다 현지법인에서 시장 개척을 맡았다. 1993년 현대차 미주법인 캐나다담당 부사장, 2001년 현대차 기획실장을 거쳐 2005년까지 미주 판매법인장을 지냈다.

최 사장이 쌍용차에 합류한 건 법정관리를 졸업한 2010년 1월이다. 이유일 부회장의 요청으로 영업부문장을 맡았다. 쌍용차가 법정관리 시절 만든 코란도C 판매를 진두지휘해 경영 정상화의 기초를 닦았다는 평가를 받는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