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영인 SPC그룹 회장이 비건(완전채식주의)식품을 비롯한 식물성제품을 확대해 성장성이 큰 시장을 선점하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허 회장은 SPC그룹 계열사와 푸드테크(식품과 기술의 합성어) 스타트업의 시너지를 극대화하는 방안도 찾고 있다.
 
SPC 비건식품 확대 공들여, 허영인 푸드테크와 시너지로 해법 찾아

허영인 SPC그룹 회장.


9일 SPC그룹에 따르면 SPC삼립은 올해 안으로 식물성 대체 계란인 '저스트에그'를 대형마트 등에 유통시켜 소비자들이 직접 구매할 수 있도록 한다는 방침을 세우고 준비작업을 진행 중이다.

저스트에그는 녹두에서 추출한 단백질에 강황을 더해 계란의 식감과 색을 낸다. 단백질 함량은 실제 계란과 비슷하면서도 콜레스테롤 성분은 없는 게 특징이다.

저스트에그는 미국 캘리포니아주에 본사를 둔 푸드테크 스타트업 잇저스트가 개발했다. 

SPC삼립은 지난해 3월 잇저스트와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고 충북 청주에 있는 SPC프레시푸드팩토리에서 액상 형태의 저스트에그를 직접 생산하고 국내에서 독점적으로 유통하기로 했다.

SPC그룹 지주사인 파리크라상이 운영하는 베이커리 브랜드 파리바게뜨는 8일부터 저스트에그를 활용해 채식주의자를 위한 베이커리 제품을 출시했다.

SPC삼립은 저스트에그를 SPC그룹 차원에서 키우고 있는 가정간편식(HMR)에서도 원재료로 활용하는 방안을 찾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SPC삼립은 앞으로 저스트에그 외에도 튀김류와 패티, 오믈렛 등으로 카테고리를 확장해 비건식품 시장을 선점할 수 있도록 사업역량을 강화해 나가기로 했다.

이를 통해서 SPC삼립은 매출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식자재 유통부문 수익성을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SPC삼립이 국내에 들여 온 샌드위치 전문 브랜드 에그슬럿 제품에도 조만간 저스트에그를 사용한다는 방침을 세워뒀다. 

이밖에 베어커리 브랜드 파리크라상을 포함해 피그인더가든과 던킨도너츠 등 SPC그룹 계열사의 다른 브랜드에도 저스트에그를 공급할 준비를 하고 있다.

허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모든 사업영역에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전환)을 적용하고 기존의 틀에서 벗어나 새로운 미래 성장동력 발굴하는 데 모든 힘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허 회장은 저스트에그의 성장 잠재력이 크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허 회장은 지난해 ‘글로벌푸드테크신기술사업투자조합’ 펀드를 만들어 저스트에그의 개발사인 잇저스트에 투자를 했다.

SPC그룹은 ‘글로벌푸드테크신기술사업투자조합’ 펀드에 97억5400만 원을 출자해 지분 63.6%를 보유하고 있으며 이 펀드는 운용자금 전체를 잇저스트에 투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잇저스트는 현재 미국에서 기업공개(IPO)를 추진하고 있다.

저스트에그 등으로 비건식품을 확대하는 것은 SPC그룹의 ESG경영을 강화한다는 의미도 지닌다.  

잇저스트가 내놓은 자료를 살펴보면 저스트에그는 일반달걀 생산과 비교해 물 사용량은 98%, 탄소배출량은 93% 각각 감소하고 산란계 사육방식으로 계란을 생산하는 것과 비교할 때 토지는 86% 적게 사용한다.

SPC그룹 관계자는 “세계적으로 비건인구와 비건식 소비가 늘고 있어 저스트에그를 사용한 제품은 최근 건강한 가치소비를 지향하는 MZ(1980년대 초반~2000년대 초반 출생)세대에게 큰 호응을 얻을 것으로 기대한다”며 “저스트에그를 시작으로 적극적 연구개발을 통해 지속가능한 대체식품 카테고리를 확대하고 ESG경영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한국채식연합에 따르면 2020년 기준 국내 채식인구는 10년 전보다 10배가량 늘어난 약 150만 명에 이른다. 이 가운데 계란과 우유도 섭취하지 않는 비건인구는 50만 명 가량으로 추산된다. [비즈니스포스트 정혜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