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노삼성자동차가 5개 완성차 가운데 유일하게 노조와 올해 단체교섭을 마무리하지 못하면서 생산불안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르노삼성차는 지난해를 포함한 2년치 통합 단체교섭에서 아직 잠정합의안 조차도 마련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시뇨라 사장으로서는 부담을 크게 안고 있다.
 
르노삼성차 노사 임금협상 안갯속, 시뇨라 생산불안 장기화 부담 안아

▲ 도미닉 시뇨라 르노삼성차 대표이사 사장.


29일 르노삼성차 안팎의 말을 종합하면 르노삼성차 노사는 이르면 30일 2020년 임금 및 단체협상과 2021년 임금협상의 2년치 통합 단체교섭 협상을 다시 이어가기로 했다.

르노삼성자동차 노동조합(르노삼성차 노조) 관계자는 "조만간 열리는 단체교섭 협상에서 회사의 최종 제시안을 더 보고 잠정합의를 할 지 아니면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진행할 지 결론을 내릴 것이다"고 말했다.

르노삼성차 노사는 현재 2년치 단체교섭 협상에서 일시금 지급 규모를 놓고 줄다리기를 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르노삼성차 노조 내부에서는 지난해와 올해 2년치 기본급을 동결할 만한 보상안을 회사가 제시해야 한다는 태도를 고수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25일 협상에서 회사가 내놓은 노조에 새 제시안에는 2년치 기본급을 동결하고 일시금으로 800만 원을 제안하는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르노삼성차 노조가 7월에 거부했던 2020년과 2021년 통합 단체교섭 제시안에는 기본급 동결을 뼈대로 2년치 일시금 800만 원을 지급하겠다는 내용이 담겨있었다.

당시에도 노조에선 이전 제시안과 사실상 큰 차이가 없다고 비판하며 제시안을 받아드릴 수 없다는 태도를 보였는데 한 달이 지난 지금도 지급방식 등 세부조건을 제외하면 같은 내용이 담긴 셈이다.

노조는 애초 2020년 임금 및 단체협약에서 기본급 7만1687원 인상, 격려금 700만원 지급 등을 요구했다. 

르노삼성차의 2년치 통합 단체교섭 협상이 지지부진한 만큼 시뇨라 사장으로서는 생산 불안과 관련한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게 됐다. 르노삼성차는 상반기에도 단체교섭을 매듭짓지 못해 노사가 파업과 직장폐쇄로 서로 맞섰다. 

르노삼성차를 제외하고 현대자동차와 기아, 한국GM, 쌍용자동차 등은 모두 올해 단체교섭에서 잠정합의안을 타결하면서 생산과 관련한 불안요인을 해소했다. 

하지만 르노삼성차 노조는 회사가 내놓을 최종 제시안의 내용에 따라 쟁의권 확보도 염두에 두고 있다는 점에서 파업이 현실화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르노삼성차 노조는 고용노동부 산하 중앙노동위원회로부터 조쟁중지 결정을 받아뒀다. 앞으로 전체 조합원들을 대상으로 쟁의행위 찬반투표에서 과반수 이상의 찬성을 얻으면 합법적으로 파업에 돌입할 수 있게 된다.

시뇨라 사장으로서는 호조를 보이고 있는 XM3 유럽 수출이 생산차질로 찬물을 맞게 될 상황에 놓일 수 있다.

더구나 차량용 반도체 등 부품 수급에 차질을 빚으면서 르노삼성차는 원활한 공장 가동을 하지 못하고 있다. 7월에도 반도체 공급부족 문제로 이틀 동안 공장을 멈춘데 이어 8월에도 한 차례 공장을 세운 것으로 파악됐다.

르노삼성차는 국내 다른 완성차회사와 달리 상반기에는 그룹 차원에서 차량용 반도체 부품을 지원받아 수월하게 공장을 가동해왔다.

하지만 차량용 반도체 부품수급 차질이 장기화되면서 르노삼성차도 이 문제를 더 이상 피해갈 수 없게 된 셈인데 노조가 파업을 결행하면 공장 가동이 더욱 힘들어지게 된다.

현재 XM3는 유럽에서 판매 호조를 보이고 있는 만큼 수출물량을 확보해 납기를 지켜 좋은 분위기를 이어가는 것이 시뇨라 사장에게 중요한 과제다.

시뇨라 사장은 올해 초 생산과 XM3 유럽 수출 등과 관련해 보수적 목표를 설정했지만 현재 판매 호조에 힘입어 이 목표를 뛰어넘을 가능성이 내부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시뇨라 사장은 올해 2월 르노삼성차의 2021년 생산 목표치를 기존 15만 대에서 10만 대로 낮췄다.

하지만 상반기까지만 유럽에서 XM3가 2만 대 이상 팔린 데다 6월부터는 친환경모델인 하이브리드를 중심으로 판매량이 더욱 늘어나고 있어 전체 판매량이 기존 생산목표인 10만 대를 훌쩍 넘길 가능성이 나오고 있다. 

특히 노조가 일시금 규모에서 쉽사리 물러나지 않을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 시뇨라 사장으로서는 생산차질과 관련한 고민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노조로서도 기본급 동결을 수용하게 되면 4년째 기본급이 제자리에서 맴도는 만큼 일시금에서 물러날 여지가 적은 상황에 놓였다.

르노삼성차 노조 관계자는 “회사의 제시안에 변화가 없다면 쟁의대책위원회를 소집할 수밖에 없다”며 “현장에서도 회사가 현재 제시한 일시금 800만 원은 절대 수용하지 못한다는 의견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장은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