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철강업계와 하반기 후판 가격 협상 결과를 놓고 비교적 합리적 수준에서 협상이 끝난다는 시선이 나온다.
후판은 두께 6mm 이상의 두꺼운 철판으로 선박용 철강재로 주로 사용된다.
조선3사와 포스코는 24일 올해 하반기 후판 가격을 110만 원 안팎으로 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포스코가 제시한 115만 원, 조선3사가 제시한 100만 원 사이에서 정해졌다. 올해 상반기 후판가격 70만 원대보다 40만 원가량 오른 것이다.
다만 올해 들어 철광석, 원료탄 등 후판 원재료 가격의 고공행진에 따라 현재 유통되는 후판 가격이 130만 원 수준인 점을 고려하면 서로 한발씩 양보해 합리적 타협점을 찾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하반기 후판 가격이 상반기보다 크게 올랐지만 한국조선해양으로서는 후판 가격 협상을 예상한 범위 안에서 마무리한 데다 당분간 원가관리에 불확실성도 해소한 것으로 여겨진다.
한국조선해양은 2분기 실적에 후판 가격 상승을 고려해 조선부문에서 공사손실충당금 8960억 원을 미리 반영했다. 충당금 탓에 대규모 영업손실(8973억 원)을 거두기도 했다.
그러나 공사손실충당금을 보수적으로 반영했고 특히 상선부문 충당금을 높게 설정한 점을 고려하면 앞으로 후판 가격 상승과 관련한 추가 비용부담이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조선해양도 2021년 2분기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충당금을 보수적으로 설정했다는 것은 후판 가격을 충분히 높게 잡았다는 의미”라며 “후판 가격이 현재 수준을 유지하고 환율변동이 없다면 3분기부터 상선부문부터 영업이익을 내며 흑자전환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가 사장은 현대중공업그룹 조선사업을 이끌면서 실적 반등을 본격적으로 노릴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중공업그룹은 19일 두산인프라코어 인수를 마치면서 조선, 정유, 건설기계 등 3대 사업축을 완성했다.
정유와 건설기계부문이 올해 좋은 실적을 거두고 있는 것과 달리 조선부문에서는 과거 2~3년 수주부진 영향으로 실적 부진을 탈피하지 못하고 있다. 그룹의 뿌리인 조선사업의 부진이 아쉬운 셈이다.
다만 한국조선해양은 올해 들어 24일까지 신규수주 192억 달러로 애초 수주목표 149억 달러를 이미 초과달성해 향후 실적 증가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가삼현 사장은 메탄올 추진선을 중심으로 친환경선박에서 장기적 성장동력을 갖추기 위해 더욱 공을 들일 것으로 보인다.
메탄올은 기존 선박연료와 비교해 황산화물과 질소산화물 및 온실가스 등 오염물질 배출을 크게 줄일 수 있어 탈탄소 흐름에 적합한 친환경연료로 각광받고 있다.
가 사장은 3월 한국조선해양 정기 주주총회에서 “조선업계 글로벌 리더로서 친환경기술을 신성장동력으로 삼아 앞장설 것이다”며 “탄소중립시대 시장을 선도하는 초격차기술을 확보하기 위해 더욱 노력하겠다”고 말했는데 메탄올 추진선에서부터 성과를 내기 시작했다.
한국조선해양은 24일 덴마크 선사 머스크와 1만6천TEU(20피트 컨테이너 적재량단위)급 메탄올 추진 초대형 컨테이너선 8척 건조계약을 맺으며 메탄올 추진선시장을 선도할 계기를 마련한 것으로 분석된다.
한국조선해양은 메탄올 추진선시장에서 가장 앞선 기술력을 확보한 것으로 평가된다.
한국조선해양이 이번에 수주한 선박은 대형선으로는 세계 최초 메탄올 추진선이다. 앞서 6월에도 머스크와 당시 최대규모인 3500TEU급 메탄올 추진 컨테이너선 3척의 건조의향서(LOI)를 맺기도 했다.
가 사장으로서는 메탄올 추진선 건조를 위해 협력한 세계 최대 선사인 머스크가 메탄올 추진선을 본격적으로 확대할 움직임을 보이는 점도 긍정적이다.
머스크는 최근 덴마크 재생에너지기업을 메탄올 추진선 연료공급사로 선정했다고 전해졌다. 또 조선해운 전문매체 트레이드윈즈는 다른 선사들이 액화천연가스(LNG) 추진선에 집중하는 것과 달리 머스크는 메탄올 추진선에 의지를 보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한국조선해양은 24일 머스크와 맺은 계약에 포함된 옵션물량 4척뿐 아니라 이후 추가 수주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할 공산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메탄올 추진 대형 컨테이너선은 기존 컨테이너선보다 건조가격이 높다. 고부가선박으로써 한국조선해양이 추구하는 수익성 위주 수주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조선해운시황 전문기관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7월 1만3천~1만4천TEU급 기존 컨테이너선 건조가격은 1척당 1616억 원인데 이를 1만6천TEU급 컨테이너선으로 단순 계산해보면 1915억 원가량이다. 반면 한국조선해양이 수주한 1만6천TEU급 메탄올 추진선 선가는 1척당 2천억 원을 웃돌았다.
가 사장은 건조가격이 계속 오름세를 보이고 있는 점도 악재를 털어내고 실적 반등을 꾀할 요소로 활용할 수 있다.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클락슨 신조선가지수(Newbuilding Price Index)는 8월 첫째 주 144.5포인트로 2011년 9월 140.6포인트 뒤 10년 만에 140포인트대를 회복했다.
다만 무리한 선박 건조가격 인상 협상은 오히려 역효과를 불러내 수주 호황에 장애물이 될 수 있다. 가 사장이 선박 건조가격 상승에만 기대지 않고 친환경선박 개발에 더욱 힘쓸 것으로 여겨지는 이유다.
한국조선해양은 “선주들도 강재(후판) 가격 인상을 인지하고 선박 건조가격 상승요인을 인정하고 있지만 당분간 가격 줄다리기는 계속될 것이다”며 “수주 모멘텀이 사라지지 않도록 적절한 건조가격 인상 전략을 취하겠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장상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