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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영록 KB금융지주 회장이 지난 3월28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KB국민은행 여의도본점 강당에서 열린 'KB금융지주 제6기 정기주주총회'에 참석하기 위해 총회장으로 들어서고 있다. <뉴시스> |
임영록 KB금융지주 회장이 금융감독원에게 중징계를 받게 되면 KB금융의 역대 수장 5명이 모두 제재를 받는 오욕의 역사를 쓰게 된다.
이런 과정은 국민은행이 ‘리딩뱅크’에서 멀어지게 된 원인으로 작용했다. 다른 한편으로 관치금융 논란도 나오고 이런 사태가 재발되지 않도록 금융지주 지배구조를 근본적으로 개편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 5연속 제재로 이어진 KB금융과 금감원의 악연
처음 금감원 제재를 받은 사람은 김정태 국민은행장이다. 그는 주택은행과 국민은행의 합병을 이끌면서 초대 통합 국민은행장이 됐다.
그러나 임기를 1개월 남긴 2004년 9월 금감원에게 문책경고 상당의 중징계를 받았다. 국민카드를 합병하면서 회계 기준을 위반했다는 이유였다. 당시 금감원이 은행장에게 임원 취업을 불가능하게 만드는 중징계를 내린 것은 처음이었다. 결국 김 행장은 임기 종료와 함께 자리에서 물러났다.
뒤이어 황영기 초대 KB금융지주 회장이 2008년 9월 취임했다. 다음해 금감원은 황 회장에게 업무집행정지 3개월 상당의 제재를 내렸다. 그가 우리은행장이던 2005년부터 2년 동안 우리은행이 파생상품에 투자했다가 1조 원 이상의 손실을 낸 책임을 물었다. 황 회장은 취임 1년 만에 불명예 퇴진했다.
황 전 회장이 물러난 후 회장 직무대행을 수행했던 강정원 국민은행장도 임기를 마치지 못했다. 금감원은 2010년 8월 제재심의위원회를 열어 강 행장에게 문책경고 상당의 중징계를 내렸다. 그가 카자흐스탄 센터크레디트은행(BCC) 지분을 매입하면서 4천억 원의 손실을 입는 등 총 1조1천억 원의 피해를 국민은행에 끼쳤다는 이유였다. 강 행장은 징계가 확정되기 전인 그해 7월에 퇴임했다.
임 회장의 선임인 어윤대 회장은 퇴직 후에 징계를 받았다. 그는 지난해 7월 3년 동안 임기를 마치고 퇴임했다. 그러나 그해 10월 금감원에게 주의적경고 조치를 받았다. 금감원은 그해 3월 KB금융이 ING생명을 인수하려다 실패한 뒤 주총 안건 분석기관 ISS에 미공개 정보를 건낸 책임이 있다고 봤다.
어 회장은 재임시절 발생한 카드정보 유출과 국민은행 도쿄지점 부당대출 등 금융사고 때문에 지난 9일 ‘퇴직자 위법사실의 통지’를 받기도 했다.
◆ 끊이지 않는 ‘관치금융’ 논란
금감원은 KB금융 수장에게 징계를 내릴 때마다 민간기업 경영에 개입했다는 비판을 들었다. 중징계로 퇴임을 유도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여러 번 발생했기 때문이다. 금융 전문가들은 금감원의 잦은 제재가 KB금융이 ‘1위 금융기업’에서 떨어지게 한 원인의 하나라고 꼽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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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영기 전 KB금융지주 회장 |
금감원이 징계를 통해 KB금융지주 수장 인사를 결정한다는 논란은 이전부터 계속 있었다. 황영기 회장은 불명예 퇴임 후 금감원의 부당성을 주장하며 소송을 제기해 승리하기도 했다. 강정원 행장이 물러날 때도 금감원이 비서실을 뒤지고 운전기사까지 불러 과잉조사라는 지적을 받았다. 금감원 감사에서 조사를 받던 전산개발팀장이 자살하는 사건도 벌어졌다.
어윤대 회장이 다른 수장들에 비해 비교적 가벼운 징계를 받은 것도 관치금융 논란을 빚게 했다. 어 회장은 이명박 정부의 실세 인사로 꼽혔는데 3년의 임기를 끝낸 뒤 금감원 제재 대상에 올랐다. 전임자들은 업무집행정지와 문책경고 상당이라는 중징계를 받았지만 어 회장은 경징계인 주의적경고에 그쳤다.
전문가들은 KB금융 수장들이 계속 제재를 받은 것이 KB금융의 위상에 나쁜 영향을 준 요인 가운데 하나라고 본다. KB금융지주는 2008년 출범하고 6년 동안 한 번도 신한금융지주보다 높은 순이익을 낸 적이 없다.
그러다 보니 이제 ‘리딩뱅크’라는 위상도 크게 흔들리고 있다. 2001년 출범한 통합 국민은행은 총자산 172조 원으로 압도적인 규모를 자랑했다. 그러나 지난해 말 기준 국민은행 총자산은 265조 원이다. 같은 금융지주사 체제 아래 있는 우리은행(249조 원)이나 신한은행(238조 원)과 별 차이가 없다.
김상조 한성대 교수는 "오너십이 어느 정도 존재하는 신한금융지주나 하나금융지주와 달리 KB금융지주는 정권과 연결고리가 강한 인물이 반복해 낙하산으로 온다“며 ”그러다 보니 금감원과 충돌하면서 정권 입맛에 따라 징계가 이뤄지는 것 같은 인상이 강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