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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 |
정몽구 회장은 매년 1천억 원 가량의 후원금을 FIFA에 낸다. 정 회장은 그동안 1조5천억 원 가량을 월드컵 후원금으로 냈다. 현대기아차는 1999년부터 전 세계 6개 회사뿐인 FIFA 파트너다.
하지만 정 회장은 그 돈이 결코 아깝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현대기아차는 그 이상의 광고효과를 얻었기 때문이다. 2001년 남아공 월드컵 때만 해도 현대기아차가 브랜드 인지도를 높여 얻은 경제적 가치만 해도 최대 20조 원에 이르는 것으로 분석됐다.
정 회장은 그동안 현대기아차의 ‘싸구려’ 이미지를 벗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쏟아왔다. 정 회장이 품질경영을 줄곧 외친 것도 이런 까닭이다. 현대기아차가 글로벌 시장에서 브랜드를 알린 데 월드컵 효과도 무시할 수 없다. 현대기아차는 이번 브라질 월드컵까지 모두 4번의 월드컵을 후원했다.
현대기아차는 브라질 월드컵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브라질은 세계 4위 규모의 자동차 시장이다. 브라질에 현대기아차의 현지공장도 있다. 현대기아차는 이번 대회를 통해 브라질을 비롯한 중남미시장에서 브랜드 위상을 한 단계 높일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 매년 1천억 FIFA에 내는 정몽구
FIFA는 스폰서를 FIFA파트너, 월드컵 스폰서, 지역 서포터의 3단계로 분류한다.
최상위급 스폰서인 FIFA 파트너는 FIFA가 주관하는 모든 경기를 활용해 마케팅을 할 수 있다. 월드컵 스폰서는 월드컵대회에 한해서 공식 마케팅을 할 수 있다. 지역 서포터는 월드컵 개최국의 기업 6개가 선정된다.
FIFA가 주관하는 경기는 컨페더레이션스컵, 월드컵, 20세 이하 월드컵 등 10여 개다. 이 모든 경기를 마케팅에 이용할 수 있는 FIFA 파트너는 전 세계에 6개 기업뿐이다. 아디다스 코카콜라 소니 에미리트항공 비자카드 그리고 현대기아자동차다.
이들은 경기에서 막강한 지위를 갖는다. 경기장 내 광고판 사용권은 물론이고 대회 공식로고를 사용할 권리를 얻는다. 파트너나 스폰서 기업이 아니면 '월드컵' 'FIFA'라는 단어를 사용한 마케팅이 금지된다. 따라서 FIFA 파트너는 자동차, 전자, 항공, 스포츠용품 등 업종별로 한 개 기업만 선정된다.
국제축구연맹(FIFA)은 기업들로부터 받는 후원금을 공개한 적이 없다. 그러나 기업들이 얼마를 내는지 대략 알려져 있다. 민성현 삼성증권 연구원은 "FIFA 스폰서 비용은 비공개지만 4년 기준 우리 돈으로 3600억 원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고 말했다.
이를 놓고 보면 현대기아차는 FIFA에 연간 천억 원 정도를 낸다. 현대자동차가 1999년부터 FIFA를 후원했으니 지금까지 총 1조5천억 원 가량을 FIFA 후원금으로 낸 셈이다. 현대자동차의 지난해 영업이익이 8조원, 기아자동차는 3조원을 넘는 것을 고려하면 매년 1천억 원이 아주 큰 비중은 아니다. 매년 고정적으로 내는 FIFA 후원금 외에 옥외광고판 설치 등 광고·판촉비도 따로 들어간다.
2010 남아공월드컵이 열린 해에 현대기아차는 판매활동 촉진비와 광고선전비로 총 2조4천억 원을 사용했다. 이는 전년도에 비해 3천억 원 가량 증가한 수치로 이 비용이 월드컵 마케팅에 쓰였음을 알 수 있다.
현대자동차의 2010년 매출대비 마케팅비 비중은 4.8%, 기아자동차는 5% 수준이었다. 같은 해 삼성전자의 매출대비 마케팅비 비중이 5.9%인 것과 견주어 큰 비중은 아니다.
현대기아차는 월드컵 때 후원금 지원 외에 차량지원도 한다. 이번 브라질 월드컵 공식행사에 동원되는 차량은 1700여대다. 이는 4년 전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때보다 두 배 가량 많다.
현대기아차가 제공하는 차량은 귀빈용 최고급 세단과 본선 진출 32개국 선수단용 버스 및 승합차, 기자들을 위한 미디어 버스, 자원봉사자용 차량이다. 이를 위해 대형버스와 에쿠스, 제네시스, K9, 싼타페, 카니발 등이 제공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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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이 현대차 디자인센터를 방문했다. 가운데 피터 슈라이어 디자인총괄 담당 사장. |
◆ 정몽구, 돈이 아깝지 않은 이유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의 첫 골이 터진 순간 가장 이득을 본 기업은 현대기아차였다. 골대 바로 뒤 광고판에 ‘KIA MORTORS SOUL’이라는 로고가 선명하게 TV로 중계됐기 때문이다. 이 장면은 느린 화면으로 수차례 반복됐다.
현대기아차 관계자는 "개막전 첫 골은 전 세계 축구팬이라면 누구나 볼 정도로 노출도가 크다"면서 "첫 골 순간에 배경에 잡힌 기아차 광고는 수백억 원의 효과를 거뒀고 뚜렷하게 각인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공항과 길거리 곳곳에 '현대'나 '기아'가 새겨진 버스가 눈에 많이 보였던 것도 홍보효과를 톡톡히 봤다. 특히 남아프리카공화국은 대형차량이 거의 없어 현대기아차 로고로 뒤집어쓴 대형버스 자체가 볼거리였다.
현대기아차는 경기장 광고판 홍보와 TV광고, 전 세계 길거리 응원 후원을 통한 브랜드 인지도 상승으로 2010 남아공월드컵에서 20조 원이 넘는 경제적 효과를 본 것으로 자체 분석했다.
외부의 분석은 조금 차이가 난다. FIFA 리서치 대행사인 `스폰서십 인텔리전스`가 전 세계 시청률과 시청 인원, 월드컵 광고단가 등을 분석한 결과 현대차그룹의 남아공월드컵 마케팅 효과는 10조 원을 초과한 것으로 분석됐다. 연간 1천억 원씩 4년간 4천억 원의 후원비를 지불한 것을 고려하면 비용 대비 20배가 넘는 장사인 셈이다.
월드컵은 집중적으로 많은 시청자들에게 제품과 브랜드를 노출할 수 있다. 현대기아차에게 월드컵은 브랜드 이미지를 바꿀 수 있는 기회다.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현대차는 세계시장에서 싸구려차라는 인식을 벗어버리지 못했다. 이 때문에 정몽구 회장은 2002년 ‘품질경영’을 주창했다. 품질총괄본부를 만들어 직접 회의를 주재했고, 부품사들과 협의회를 만들어 개선과제를 내놓도록 했다. 불량이 나오면 핵심임원이라도 과감히 교체했다.
정 회장은 품질경영에 이어 2011년 ‘브랜드 경영’ 전략을 발표했다. BMW, 벤츠, 도요타처럼 프리미엄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하는 것이다.
정 회장은 지난해 유럽에 있는 현대기아차 공장을 방문했을 때 “현대기아차는 시장점유율을 상승시키며 선전하고 있지만 브랜드 인지도가 뒷받침되지 않아 성장세가 주춤하고 있다"며 "품질 고급화, 브랜드 혁신 을 추진해 앞날을 준비하라"고 당부했다.
도요타와 혼다자동차가 2012년 미국에 파격적 물량공세를 펼쳤을 때도 정몽구 회장은 현대기아차의 프리미엄 이미지를 위해 흔들리지 않았다. 정 회장은 미국 경영진들에게 경쟁업체들의 물량공세나 할인공세에 연연하지 말고 지금까지 유지해온 '제값받기 전략'을 고수할 것을 지시했다.
현대기아차 관계자는 “경쟁업체들에 위협을 느껴 다시 물량위주의 할인판매로 돌아간다면 현대차는 다시 옛 싸구려 이미지로 회귀할 수도 있다”면서 “어렵게 쌓은 프리미엄 이미지를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결코 과거 방식으로 돌아가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몽구 회장의 브랜드 경영 전략은 성과를 거두고 있다. 세계 최대 컨설팅업체 인터브랜드가 발표한 ‘2013 글로벌 100대 브랜드’에서 현대차는 43위를 기록했다. 소니(46위)와 페이스북(52위)보다 높은 순위다. 2006년 75위였던 것과 비교해 단시간에 빠른 성장을 이뤄냈다.
◆ 정몽구는 브라질 월드컵을 어떻게 활용할까
현대기차아는 2012년 브라질 공장을 완공해 연간 15만 대 생산체제를 갖추며 ‘브라질 생산 시대’를 선언했다. 정몽구 회장은 당시 준공식에 참석해 "브라질 시장규모가 크기 때문에 이후 상황을 보고 추가 투자기회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브라질은 자동차시장의 성장세가 두드러지는 나라다. 지난해 브라질의 전체 자동차 판매량은 357만 대로 중국 미국 일본에 이어 세계 4위를 차지했다.
현대기아차는 지난해 브라질에서 18만8천여 대의 자동차를 팔았다. 2012년 8만 대를 판 것과 비교해 판매가 크게 증가했다. 이런 상승세를 바탕으로 현대기아차는 지난해 기준 6.3%의 시장점유율로 전체 글로벌 기업 가운데 5위로 도약했다.
특히 현지 전략형 소형차 ‘HB20’은 브라질에서 '올해의 차'에 선정되는 등 인기가 높다. 월드컵이 지나면 판매 상승세가 더 가팔라질 것으로 현대기아차는 기대하고 있다.
현대기아차는 이번 월드컵을 통해 브라질과 중남미에서의 브랜드 위상을 한 단계 높인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전 세계 10억 명의 인구가 월드컵을 시청하는 만큼 현대기아차는 수천억 원의 막대한 광고비용을 투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 관계자는 "상파울루와 리우데자네이루 등 대도시 공항에 거대 옥외광고판을 설치해 브랜드를 알린다" 며 "브라질 딜러점을 통한 월드컵 티켓 증정 프로모션과 유튜브, 페이스북 등 온라인 광고도 진행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브라질 대표팀의 우승을 기원하는 행사도 연다. 현대차 브라질법인은 브라질이 이번 대회에서 여섯 번째 우승을 달성하면 자동차 보증기간을 현재의 5년에서 6년으로 1년 연장해주는 '헥사(Hexa) 캠페인'을 벌인다.
광고도 빼놓을 수 없다. FIFA 공식 후원사 자격을 활용한 TV광고는 물론 경기장 내 A보드 광고 등을 통해 전 세계 축구팬들에게 현대기아차의 브랜드를 적극적으로 알릴 계획이다. 월드컵경기장 내 대형 자동차 조형물도 설치한다.
브라질 현지의 마케팅은 국내로 이어진다. 현대기아차는 월드컵을 앞두고 젊은 고객들을 타깃으로 월드컵 스페셜 모델을 내놓았다. 현대차가 4월 선보인 '아반떼 월드컵 에디션'은 16인치 알로이 휠, 고광도 전구(HID) 헤드램프 등을 장착했다. 기아차도 최근 모닝 K3 K5 스포티지R의 월드컵 스페셜 모델을 선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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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왼쪽)과 미셸 테메르 브라질 부통령이 브라질 공장 준공식에 참석했다. |
◆ 현대차는 어떻게 FIFA 공식후원사가 됐나
현대자동차는 1999년 2월 FIFA가 주관한 자동차부문 공식후원사 입찰결과 우선계약 대상자로 선정됐다. 현대차 해외마케팅팀 관계자는 "우리는 독일 오펠자동차가 후원을 포기했을 때 GM 도요타 미쓰비씨 등 11개 자동차메이커들과 경쟁 끝에 파트너 자격을 획득했다"고 말했다.
당시 정몽구 회장은 “현대차를 세계적 자동차 회사로 발전시키겠다”며 “기술수준을 높여 국제 경쟁력을 조기에 확보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정 회장은 현대차를 세계적 명차 반열에 올리기 위해 FIFA 파트너의 지위를 이용할 필요가 있었다.
FIFA 공식후원사 입찰은 기업의 지명도, 발전 가능성, 마케팅 능력 등을 종합평가해 이루어진다. 현대차는 당시 “각 평가 항목에서 입찰 기업 가운데 가장 높은 점수를 얻었으며 특히 장기적으로 볼 때 FIFA 주관 모든 대회의 마케팅 파트너로 가장 적합하다는 평가를 받았다”고 발표했다.
현대차가 좋은 평가를 받은 것은 2002년 한일 월드컵 덕도 봤다. FIFA파트너 계약은 4년 단위로 이루어지므로 1999년에 계약을 하면 2002년 월드컵의 공식후원사로도 활동하는 것을 뜻했다. 이 때문에 한국과 일본기업에 가산점이 부여됐다.
제프 블래터 FIFA회장은 당시 "2002년 월드컵 공동개최국인 한국과 일본의 자동차사중 한 곳이 공식후원사로 등록하게 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그런데 FIFA파트너 6개 기업 중 후지필름과 JVC가 일본기업이었다. 공동개최국인 일본과 균형을 맞추기 위해 우선권은 한국에 돌아갔고 현대자동차가 선정될 수 있었다.
일단 FIFA파트너사로 선정되면 계약 갱신 때마다 우선협상권을 갖기 때문에 기존 파트너사가 후원을 포기하지 않는 이상 새로 진입하기가 쉽지 않다. 현대차는 1999년 계약을 체결한 이후 계속 계약을 갱신해왔다. 현재 계약을 2022년까지 연장한 상태다.
현대차 관계자는 "2006년 독일월드컵 당시 독일 벤츠와 폭스바겐 등이 우리를 밀어내려 집요하게 애썼지만 끝까지 자리를 지켰다"고 말했다.